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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디버그 Apr 04. 2016

혜성학 개론

 강원도 화천에서 군 복무할 때, 하늘에서 혜성이 비 같이 쏟아지던 날이 있었다. 그 광경이 내뿜는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말았다. 문득 ‘혜성이 떨어지는 순간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나 떨어지는 속도는 소원을 생각해내는 것보다 훨씬 짧아 빌지 못했다. 이후 ‘떨어지는 혜성에 소원을 비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짧은 시간에 소원을 빈다는 것은 ‘찰나에 순간 소원이 나올 만큼 간절하기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라는 명제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이것이 개론의 1교시이다.

   

 혜성의 고향 우주에서 100년에 적어도 한 번은, 지구 질량의 10배가 넘는 별이 생을 마감하곤 한다. 그때 지금까지 자신이 낼 수 있었던 빛 중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뿜는다. 우주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는 존재가 없어 외로웠던 별은, 그렇게 자신의 몸을 태워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보는 혜성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 그 빛이 지구에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목성 혹은 화성에 그쳤다면, 아무도 그 별의 존재를 몰라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구에까지 도달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내가 누구이건, 어떤 상황이건 적어도 혜성에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이것은 개론의 2교시이다.   

       

 오늘은 각박한 세상에서 늦게나마 꿈을 찾아가는 나에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강의다. 

 바쁜 시간임에도 자발적으로 이것을 청강한 학생들에게 아무에게도 닿지 않아 메아리가 될 뻔한 이 개론을 알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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