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법적으로 노인이 되었다. 아내와 딸 둘, 우리 가족은 그동안 메일이나 쪽지 편지로 많은 의사소통을 했다. 힘든 때일수록 더. 글은 마주 보고 하기 힘든 말도 하게 만들었고, 어색한 위로의 말이나 쑥스러운 칭찬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usb에 별도 저장한 오래된 메일 뭉치를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랍에서 오래된 가족의 편지도 꺼내 함께 읽었다. 오래된 글은 우리 가족의 사랑이었다.
2007. 3. 17
발신 : 작은 딸
수신 : 아빠
제목 : 아빠 보고 싶어요 ㅠㅠ
아빠 저 예슬이예요. 아빠가 떠나니 너무 슬퍼 죽겠어요. 전화 기다리고 있고 네이트온도 계속 켜놓고 있어요. 우리 집이 너무 허전해요. 언니도 지민이 언니네 집에서 잔다고 했어요. 엄마랑 둘이 자요. 엄마가 컴퓨터 하고 동영상 강의 들으래요. 근데 듣기 싫어요. 자꾸 눈물만 나요.
아빠 전화 기다리고 있는데 할아버지한테 전화 왔고 큰아빠한테도 전화 왔어요. 할아버지는 약주 한잔 하신 거 같아요.
아빠 오늘 아침에 울면서 아빠를 보내서 죄송해요. 가시는데 마음에 걸렸다면 죄송해요. 아빠 맨날 멜 보낼 거죠? 발소리가 들리면 아빠 같아요.
아빠 편지 읽으셨어요? 답장 기다릴게요.
>> 2007. 3. 17 중국(어)을 배우기 위해 오랜 직장생활을 잠시 그만두고 중국으로 출국한 날이다. 1년 간 산동성의 대학에 체류했을 때 중국 인터넷 환경은 불안정했고 국제 전화는 요금 걱정에 자주 할 수 없었다. 아끼며 살아야 했고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큰 딸은 중3, 작은 딸은 중1이었다. 이메일 대화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