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대화
2008. 01. 01
발신 : 김쫑
수신 : 미미
제목 : 새해 우리 가족 모두에게 바라는 희망
2008년이 밝았어요. 올해도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래요. 작년 한 해 특히 당신한테 미안하고 고맙지. 나는 당신, 예슬이 이슬이 진짜 사랑해요 아주 많이 많이. 우리 모두 올 한 해도 열심히 살면 소원도 이루어질 거예요. 나도 열심히 기도할게요. 나는 새해 첫날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파이팅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당신의 남편에게 힘을 주세요 미미 씨! 그리고 나를 믿으세요.
자~ 우리 모두 짜요짜요!!!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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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 보니 창문 틈으로 날이 밝고 있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학교에서 좀 떨어져 있는 푸옌산까지 걸어 올라갔다. 야트막한 산 정상에는 10층짜리 탑이 있다. 탑 꼭대기까지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이제 곧 귀국인데... 새해 첫날 아침의 답답한 맘을 맘껏 풀어헤쳐야 할 거 같았다. 꼭대기에 올라 속으로 함성을 질렀다. 일부러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였다. 귀국 전 입사할 회사가 확정되어야 아내와 두 딸이 걱정하지 않는다. 한두 군데 얘기가 오가고 있는 회사에서 나를 채용할 확율이 높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에 하루에도 몇 번이나 메일함을 열곤 했다. 하지만 새해 첫날이니 불안감보다는 희망을 갖는 게 좋겠다며 나 자신을 위로했다. 저 멀리 떠오르는 태양이 붉게 물들어 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한참 동안 태양을 바라보자 맘이 차분해졌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고 나는 짜요짜요!(중국어 파이팅!)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PS : 3월에 혼자 중국에 와서 공부하며 10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귀국 후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이기려고 공부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은 나를 더욱 강인하게 만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못이루다가 12월 31일 12시를 넘기고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글이 나오지 않았다. 나를 믿으라고 했지만 그 이상의 희망을 쓰긴 어려웠다. 새해 첫날이라 그런지 불안한 미래에 대한 생각이 더 엄습했다. 짧은 글을 마치고 잠을 청했지만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새벽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