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서쪽 끝에서 프놈펜을 향한 첫걸음

캄보디아 도보 동서 횡단의 첫 걸음

by 김쫑
9일간 도보 여정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태국 국경과 접한 반티민쩨이주의 시소폰시, 주도라고 하지만 아직 시골티를 벗어나지 못한 작은 도시다. 인구 6만 명이 사방으로 흩어져 살고 있고 도심 중앙에는 약 2만 명이 거주한다. 이곳에서 태국 국경까지는 47km.

코00 해외봉사단원으로 내가 근무하는 대학교는 시소시 외곽에 있고 대학교 정문이 나의 출발지다. 태국 국경에서 베트남 국경까지는 570km. 나는 이번에는 프놈펜이 목적지고 프놈펜에서 베트남 국경까지 150km는 다음을 기약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짧은 거리도 걷지 않고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한낮은 그늘에서 쉬는 게 당연하다. 캄보디아 작은 도시나 시골은 한낮 길거리에 사람 자체가 없다(물론 프놈펜, 시엠립 같은 도시는 한국과 비슷하다). 그러니 하루에 40km 이상을 걷는다고 하니 다들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미치지 않았다. 그만큼 더위를 이길 자신도 있었고 걸으면서 많은 캄보디아를 만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2019년 3월 1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어제 싸놨던 배낭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배낭은 옷가지, 의약품, 간식, 물, 핸드폰, 배터리 등 5~6kg 정도 무게. 무겁지 않은 배낭은 이번 도보 여행에 큰 위안거리다. 부득이하게 민가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잠은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할거기에 장비도 최소화했다.

캄보디아의 학교는 7시 반에 첫 수업이 시작된다. 학교에서 간단히 혼자만의 출정식을 마치고 6시 반에 학교 문을 나섰다. 일찍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인사를 한다. 배낭을 메고 뛰던 나를 자주 본 그들은 선생님이 또 뛰나 보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붕 넘어 아침 해가 고개를 내밀고 다.

출발 첫날 아침 떠오르는 태양

캄보디아 학생들은 교복을 입는다 대학생까지도. 교복 색깔은 대개 흰색이다. 흰색이라 어떤 아이의 옷은 누렇게 변해 있다. 물이 귀한 나라라서 제때 세탁을 못하기에 그렇기도다.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은 떠오르는 태양과 같이 맑다. 초등학생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다. 돈 있는 집안 아이들은 톡톡이를 타고 통학버스처럼 이용하기도 한다. 시소폰 시내에 들어서니 시간은 7시 반, 햇빛이 강하게 내리쪼이며 오늘 날씨를 예고하고 있다.

톡톡이를 타고 등교하는 초등학생들

캄보디아는 고속도로는 없고 대표적으로 두 개의 국도가 그 역할을 한다. 프놈펜 출발하여 40km 지점에서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으로 가는 6번 도로, 내가 걸어갈 5번 도로로 갈라진다. 갈라진 두 개의 도로는 이곳 시소폰시에서 만나 태국 국경까지는 한 길로 달린다.

나는 바탐방 방향으로 걸으며 시소폰 시내를 빠져나왔다. 작은 도시라지만 시내는 번잡함이 있다. 빨리 걸어 시내를 빠져 나오니 길가 집들이 띄엄띄엄 보이고 제대로 걷는 기분이 났다. 이번에 내가 걸으며 가장 많이 들른 곳은 학교다. 그것도 초등학교. 초등학교 아이들은 먼 데서 봐도 개구쟁이다. 천진난만하다. 내가 교정에 들어서면 우르르 모여들며 반긴다. 외국인이고 옷 입은 모습이 신기한 듯 나를 두고 빙빙 돌며 구경하는데 그러다가 내가 돌아서거나 발걸음을 움직이면 두세걸음씩 물러선다. 무척이나 수줍어하는 아이들이다. 아이들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피로가 풀렸다.

덩그러니 건물 하나만 있는 초등학교

이 초등학교는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운동장도 정리가 안되었고 수도 시설도 없다. 쉬는 시간 아이들이 운동장 한편에 있는 수돗가에서 물을 받고 있었다. 내가 아는 체를 하고 사진을 찍으려 하니 제법 폼을 잡는다.

학교 운동장

아침을 집에서 든든히 먹고 출발한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오전과 오후 걷기는 캄보디아의 기온과 체력 소모로 인해 차이가 난다. 이번 도보에서 나는 오전에는 시속 5.5km, 오후에는 4.5km 정도로 걸었다. 출발지인 민쩨이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소도시는 몽꼴보레이. 출발지에서 16km 지점이다. 캄보디아는 각 주마다(캄보디아는 24개 주가 있다) 그 지역을 상징하는 사징물이 입구에 있는 경우가 많다. 몽꼴보레이는 반티민쩨이주에 속한다. 벼농사를 주로 하는 지역이라 그런지 상징물도 벼 베는 모습이다.

몽꼴보레이 입구, 지역을 상징하는 상징물

캄보디아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최근에는 학교 시설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는지 신축 교사를 짓는 고등학교가 많다. 학교 시설은 초등학교가 제일 열악한 편이다. 7시 반에 시작하는 오전 수업은 10시 반에 마치고 1시까지 점심시간이다. 그래서 대부분 학생들은 점심 먹으러 집으로 간다. 점심시간 하교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습도 초등학생같이 즐거운 표정이다.

점심시간 하교하는 고등학생들

5, 6번 국도 모두 1차선이다. 그래서 대형 화물차나 경운기 등이 앞에 가면 그 뒤를 쫓아 천천히 가던가 추월하던다 해야 한다. 그래서 반티민쩨이에서 프놈펜까지 400km 안 되는 거리가 버스로 7시간 정도 걸린다. 지금 5번 국도는 확장 공사 중에 있다. 대부분이 일본의 무상 원조로 이뤄지고 있으며 4년 뒤에 완공된다고 한다. 어떤 곳은 자갈길이고 어떤 길은 아스팔트가 깔려있다. 나는 텅 빈 이 길로 걸었다. 도로 갓길의 위험에서 해방되니 발걸음이 지그재그 맘대로다. 콧노래도 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빵 하는 소리에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옆의 도로를 지나는 화물차의 경적인데 마치 내가 걷고 있는 길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이번 도보 여행에서 나는 체력보다는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 캄보디아 국도의 사정이 좋지 않고 특히 지금 5번 국도는 전 구간이 공사 중이라 주의해서 걸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전에 신경 쓰다 보니 혼자 걷는 공사 구간 이 길에서도 안전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 내가 걷는 이 시간 안전은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혼자 걷는 공사구간 도로

캄보디아 도로가에는 허름한 가게에서도 생수를 팔아 갈증을 해결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한낮의 더위가 34도를 가리킨다. 이런 때는 자주 물을 마셔야 한다. 그러다 보면 물배가 차서 배고픈 것도 잊는다. 그렇다고 먹는 걸 걸러서는 안 된다. 집에서 싸온 주먹밥으로 걸으며 점심을 해결했던 나는 끄럴란(캄보디아 대나무밥)을 먹으며 속을 더 채웠다. 끄럴란은 이곳의 명물인지 길가에 쭉 늘어선 파라솔 가게들이 보였다. 먹을 때 대나무 껍찔을 벗기기 쉽게 칼질로 겉을 거의 다 쳐내는데 그 기술이 예술이다.

대나무밥 끄럴란

캄보디아에서 대나무 숲을 본 적은 없으나 집 담벼락이나 공원 숲에 대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은 봤다. 또한 캄보디아는 전통적으로 대나무로 물고기 잡는 도구를 만들었다. 신기한 모양의 고기잡이 도구들을 파는 상점이 눈길을 끈다.

신기한 모양의 대나무 물고기잡이 도구들

이러한 물고기잡이 도구들은 돈레삽 호수를 떠오르게 한다. 여기서부터는 바탐방주다. 캄보디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바탐방주는 동쪽으로 돈레삽이 있으며 돈레삽 맞은편이 시엠립이다. 서쪽으로는 태국 국경 밀림과 접하고 있다. 나는 28km를 걸어 여기까지 왔다.

오늘 목표는 48km. 첫날이라 피곤함 없이 쉬지 않고 잘 걸었다. 남은 시간도 넉넉하니 맘이 한껏 여유가 생긴다. 우리네 몇십 년 전 모습의 이발소를 보며 잠시 과거로 돌아가는 여유도 갖는다. 문득 저 의자에 앉고 싶어 졌다. 어린 시절 이웃집 이발사 아저씨의 얼굴이 떠 올랐다. 우리 어린 시절엔 여자 아이들 머리엔 서캐(이가 낳은 알)가 있었고 남자아이들 머리에는 도장밥(둥그렇고 하얀 부스럼의 일종)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들 이름 조차 생소하다.

시골 이발소

캄보디아 시골 아이들이 옷이 꼬질꼬질하다고 맘까지 그렇진 않다. 오히려 아이들 맘은 순백색이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쫒아 걸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어린 초등학생이었다. 다시 걸으면 그 아이도 걷고 내가 멈추면 그 아이도 섰다. 그 아이에게 오라고 하자 웃으며 뛰어 왔다. 초등학교 5학년 오후반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왓쓰유어네임? 아이가 당돌하게 나에게 물었다. 대개 웨어알유프롬? 이렇게 묻는데 순간 나는 당황했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아임 코리언, 유 노우 코리아? 그리고 캄보디아 말로 물었다. 한국 아니? 잘 모른다는 표정이다. 이곳에서 한국을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 웃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나도 어린이가 되었다.

오후 등굣길 초등학생

더운 나라 캄보디를 걷는다는 첫날의 불안감은 어느덧 사라지고 나는 캄보디아 도로, 더위, 걷기에 익숙해졌다. 이번 계획을 세우며 한국과 전혀 다른 환경이기에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여러 캄보디아를 만나며 흥겹게 계속 걸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친절해서인지 오지랖이 넓어서인지 걷고 있는 나를 보면 한 마디씩 하며 도와주려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사람은 오토바이를 타길 권했다. 나의 목적을 얘기하는데도 어떤 아저씨는 내가 불쌍해 보이는지 몇 번이고 권했다. 나는 그들의 호의에 무척이나 감동하여 어꾼쯔라은(감사합니다)을 연신 남발했다.

아무것도 없는 도로만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또 마을이 나온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개들과 아이들이다. 걷는 모습에 외국인일 거라는 생각을 하고 아이들은 손을 흔들며 헬로를 외쳤다. 핼로는 그들만의 반가운 인사다. 헬로 소리가 들리는데 아이들이 보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저 멀리 집안에서, 집 마당에서 외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쪽을 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헬로라는 소리를 듣고 아무 반응을 안 한다면 아이들이 무척 실망할 것 같아 나는 헬로 소리만 나면 아이들이 보이던 보이지 않던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아이들은 더 신나서 깡총깡총 뛰며 손을 흔들어 댔다. 그럼 나의 맘도 같이 뛰었다.

핼로 헬로 캄보디아 아이들

바탐방주의 작은 도시 트마꼴이 오늘 내가 묵을 곳이다. 해가 저물며 소들고 퇴근길이다.

퇴근하는 소들

나는 미리 알아둔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캄보디아는 게스트하우스가 많다. 시설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샤워시설이나 침대, 에어컨이 있어 피곤한 몸을 달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안전의 문제는 게스트하우스의 울타리가 있고 방문 잠금장치도 이중으로 되어 있어 안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켜야 하기에 나는 잠자기 전 책상을 밀어 문 앞에 붙여 놓곤 했다.

가격은 보통 10~15달러.

트마꼴 게스트하우스

오늘 첫날 나는 48km 걸었다. 캄보디아를 걷는다는 두려움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길거리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니 6시 반, 사위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캄보디아 나라를 먼저 알고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