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제2 도시 바탐방을 향해 걷기

바탐방을 향한 2일 차 걸음

by 김쫑

출발지에서 2일 차 숙박지인 바탐방 시까지는 76km, 첫날 48km를 걸었기에 오늘은 28km. 9일간의 도보 일정 중 가장 짧은 구간이다. 어제 하루 평균 거리를 조금 넘게 걸은 것은 게스트하우스 때문이었다. 이번 도보 여행에서 숙박지가 있고 없고에 따라 하루 거리가 차이가 컸다

오늘 짧은 구간이라 여유를 부렸더니 금방 7시다. 트마꼴이 읍단위 정도로 작지만 중앙을 지나는 5번 국도길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5번 국도의 아침

빨리 걸으면 28km는 오전 도보 거리다. 하지만 오늘은 여유롭게 걸어 오후 2시쯤 바탐방 시내에 도착하자며 걸었다. 아침에 빠르게 많이 걸으면 오후가 한결 가뿐하다. 어제와 같이 공사 중인 자갈길, 흙길을 걸었다. 공사 구간에는 띄엄띄엄 인부들이 모여 오늘의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개 아침을 현장 근처의 가게에서 쌀국수(꾸이띠우)나 오토바이로 싣고 다니며 파는 죽(버버)을 먹는다. 인부들이 먹는 죽이 맛있어 보여 나도 한 그릇 먹었다. 쌀죽에 고기와 양념을 넣어 뜨끈하게 내주는데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아침 부드러운 식사로서는 딱이었다. 가끔 집에서 아침 일찍 산보하다가 먹어 본 적이 있지만 여기 길거리에서 먹은 죽은 아주머니의 넉넉한 미소까지 더해 무척 맛이 좋았다. 가격은 700원(한국돈).

버버 (죽)

캄보디아의 아침 식사는 의외로 간단하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밥을 밖에서 먹는다(저녁에도 밖에서 먹는 경우가 많다). 캄보디아 집을 가보면 가재도구가 매우 간단하다. 365일 더운 나라다 보니 부엌이라고도 할만한 게 없다. 1층 맨바닥 한쪽이 부엌이고 그 옆의 해먹이나 나무 침대가 잠자리다. 의외로 간단한 생활양식은 날씨와 연관이 있다. 더운 나라에서는 많은 가재도구가 필요치 않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사람들은 물건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아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죽을 파는 아주머니는 집집을 다니며 그들에게 아침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더운 날씨에 음식이 잘 상하기에 이곳에서 얼음은 아주 유용하다. 지금은 집집마다 냉장고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시골은 얼음이 유용하게 사용된다. 경운기로 싣고 다니며 파는 얼음이 이 더위에 녹지 않고 있는 게 신기하다.

얼음을 파는 상인

아침밥에 죽까지 먹으니 배는 빵빵하고 계속 걸으며 길거리 가게에서 차가운 생수를 들이키며 더위를 식혔다. 컨디션이 좋다 보니 주변의 경관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좋다. 주변을 계속 보다 보면 그게 그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가끔씩 눈을 번쩍 띄게 하는 뭔가 보인다. 교회. 이곳은 프놈펜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 비교적 시골에 가까운 곳이라 사람 사는 모습이나 학교, 관공서 시설이 좋은 건 아니다. 이런 곳일수록 한국인 선교사들이 많이 나와 있다고 들었다. 한국인이 세운 교회가 보였다. 캄보디아를 사회주의 국가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캄보디아는 왕정 국가다. 그래서 종교의 자유가 있다. 불교도가 90% 넘는 나라지만 최근에는 기독교인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선교사들이 캄보디아에 꽤나 많이 진출해 있는 거로 알고 있다. 불교 국가에서 기독교를 전파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부처나 예수나 마호메트가 가난한 세상 사람을 구제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선교사가 세운 교회

바탐방은 쌀 생산지로 유명하다. 곳곳에 쌀을 저장하는 사일로의 모습이 보였다. 규모가 큰 회사를 보면 대부분이 중국 회사들이다. 현재 캄보디아는 중국 자본의 노예나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관계가 멀어진지는 오래됐다. 훈센의 장기 독재 정권에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원조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훈센은 중국을 선택했고 중국은 남방 지역 진출 정책의 일환으로 중국 광시성에서 라오스와 캄보디아 해변으로 이어지는 정책을 추진하며 많은 돈을 훈센 총리에게 주었다. 휴양 도시 시나눅빌은 중국인들이 도시 전체를 거의 다 차지하고 중국의 도시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프놈펜에 올라가고 있는 고층 빌딩 또한 거의 다 중국 자본이다.

바탐방 쌀, 사일로

하나의 국가가 올바르게 서고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좋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캄보디아의 정치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의 경제 발전은 그 이상으로 빈부의 격차를 낳고 내가 사는 반티민쩨이 시소폰 시에도 최근 일 년 사이 잘 사는 사람들의 소비 행태는 가난한 사람들을 절망하게 만들 정도로 좋은 차와 외식 생활 등의 다른 생활을 즐기고 있다.

프놈펜과 시엠립에는 스타벅스가 들어왔고 아마존커피, 브라운커피 같은 고급 커피 체인점이 중소 도시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아직도 500원(한국돈) 짜리 우유 커피(까휘뜩떠꼬)조차도 비싸서 못 사 먹는 게 현실이다. 이 우유 커피는 커피에 태국산 연유를 잔뜩 부어 아주 달다. 한국 사람들이 느끼기엔 설탕물 커피에 가깝다. 하지만 이것도 가끔 먹어보면 맛있다. 길거리에서는 대부분 이 커피를 판다. 한낮의 더위에 갈증을 느낀 나는 달짝지근한 이 커피를 빨대로 한번에 쭉 빨아 마셨다. 엄청난 단맛이 온몸에 퍼지며 짜릿한 느낌을 주었다.

우유 커피

캄보디아의 소도시, 시골은 거의 노점 형태의 가게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위생이 걱정스럽다. 캄보디아에서 얼음은 두 종류가 있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얼음은 위생 얼음이고 나머지 잘게 쪼갠 얼음은 큰 얼음을 잘게 부순 것이다. 외국인들은 절대로 잘개 부순 얼음을 먹지 말라고 한다. 비위생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거리 카페는 대부분이 큰 얼음을 잘게 부숴 사용한다. 나는 다행히 물 때문에 배앓이를 하진 않는다. 그래서 우유 커피 안에 들은 작은 얼음까지도 다 먹었다. 한낮 더위에 걸으며 위생, 비위생을 따질 정도로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기도 하고.

캄보디아 길거리 커피숍

시계를 보니 오후 두시면 바탐방 시내에 들어설 것 같다. 목적지가 다가오니 발걸음이 다시 가벼워졌다. 중간에 만나는 작은 시골 마을이 시내 들어가기 전 마지막 마을인 듯했다. 캄보디아는 도시 중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다 시골이고 오래된 캄보디아 모습 그대로다. 그만큼 발전이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고 지역 내에서도 도심과 외곽의 차이가 크다. 국도 인근의 시골 마을 안으로 1,2km 만 더 들어가도 물이나 수도가 없다. 국도변에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문명인인 것이다. 이런 곳 시골 장터에서 파는 기인한 먹거리 중엔 쥐가 있다. 어찌나 큰지 나도 뭔 고기인지 몰라 묻고서야 알았다(주로 물가, 숲에서 서식하는 쥐). 그 옆에는 뱀이 있고. 사실 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런 걸 안 먹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라 놀라웠다.

쥐와 뱀구이

사진을 찍으면서 역겨움이 있는데 태연히 먹어보라고 권하는 주인의 말에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친절도 어떤 때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것도 캄보디아 문화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했다. 시골의 이런 동네 모습과 캄보디아 도시의 고급스러운 카페 모습이 오버랩되니 맘이 왠지 우울해졌다. 그래도 아이들 모습은 어디나 쾌활하고 천진난만하다. 길가에 인접해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 모습에 나의 기분도 다시 유쾌해졌다.

개구쟁이 아이들

대부분의 캄보디아 학생들은 슬리퍼를 신고 있다. 더운 나라이니 운동화가 필요 없고 맨땅이 많으니 신발을 벗고 놀기도 좋다. 캄보디아 처음 와서 아이들 슬리퍼의 발을 보며 운동화를 못 살 정도로 가난한가 했던 나도 지금은 학교 출근할 때를 제외하곤 이곳저곳 슬리퍼를 신고 잘도 다닌다.

바탐방의 지명은 옛날 어떤 노인이 지팡이(탐방)를 잃어버렸다(바)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 프놈펜에서 바탐방에 들어올 때(동쪽에서 서쪽) 지팡이를 잡고 있는 모습의 상징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내로 들어가는(서쪽에서 동쪽) 입구에 있는 상징물에는 지팡이는 없다. 그 연유를 알 수는 없었다.

바탐방 시내 입구
바탐방 역사 박물관

바탐방 시내는 약 20여만 명이 거주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 관공서가 많았고 프랑스 사람들이 모여 살았기에 도로가 반듯하고 프랑스식 건물이 많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시다. 여행객들에게는 뱀부트레인과 박쥐동굴로 더 알려져 있다.

나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도시가 커서 인터넷을 통해 예약했던 호텔인데 가격이 싸서 그런지(15 달러) 시설은 오래되고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하룻밤 자는 데 시설이 뭐 그리 중요한가? 호텔이 있는 시내 중심가는 대형 마트와 시장 등이 많아 내일부터 이틀간 걸을 장거리 도보를 준비하기에 충분했다. 오늘 오후부터의 긴 휴식은 이틀간 105km 걸어야 하는 준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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