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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열 Apr 08. 2022

산업재해로 하루 6명이 죽는 나라

지난 2019년 11월21일, 한 일간지의 1면이 수많은 이름으로 가득 채워졌다. 바로 2018년부터 2019년 말까지 산업현장에서, 떨어짐, 끼임, 깔림·뒤집힘, 부딪힘, 물체에 맞음 등 5대 원인으로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이름이었다. 작가 김훈은 칼럼에서 “나는 오랫동안 종이신문 제작에 종사했지만 이처럼 무서운 지면을 본 적이 없다. (중략) 이 죽음들은 한 개별적 인간의 죽음이 아니라, 죽음의 나락으로 밀려 넣어지는 익명의 흐름처럼 보였다. 떨어짐, 끼임, 깔림, 뒤집힘이 꼬리를 물면서 한없이 반복됐다”라고 썼다.


지금도 죽음은 계속된다. 지난 20일 안양시의 한 모델하우스 신축 현장에서는 60대 노동자가 떨어지는 철 기둥에 부딪혀 추락해 숨졌다. 21일 포항 동국제강 공장에서는 30대 노동자가 작업 중 벨트에 몸이 감겨 사망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만 총 206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의 경우, 9월 말까지만 1635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대략 하루에 6명꼴이다.


2021년 1월18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법이다. 이 법은 올해 1월27일 시행됐다.


산업현장의 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윤창출을 위해 위험한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다. 지난 1월11일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는 이런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 사고로 6명의 노동자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관행이 낳은 뿌리 깊은 악순환을 바로잡고자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1일 경제 6단체장과 오찬을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단체장들은 규제 개선의 일환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요구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경영자를 직접 처벌하는 것은 재해 감소를 위한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면서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 보완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중대재해법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해요소 제거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라고 답했다. 후보 시절에도 윤 당선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기업인의 경영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법에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과한 부분이 있다면 토론과 합의를 거쳐 개정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 보호’라는 법 취지를 무시한 채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안 된다. 때때로 저 사망자 숫자를 상기해 보기를 윤 당선인에게 권하고 싶다.


http://www.sij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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