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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열 Apr 07. 2022

한국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새해 임인년이 되면서 한국 사람들은 나이를 한 살씩 먹었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고 해가 바뀌면 한 살을 또 먹는 이른바 ‘한국 나이’(세는 나이)의 셈법이다. 이 때문에 12월31일에 태어난 아이는 출생 후 하루 만에 두 살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대한민국에는 나이 세는 법이 세 가지 존재한다. 먼저, 앞에서 얘기했듯, 출생 후 한 살이 되고 이후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는 ‘한국 나이’다. 그리고 ‘만 나이’가 있다. 만 나이는 태어나서 얼마를 살았는지 표시하는 나이다. 예를 들어, 1992년 1월1일생은 올해 1월1일부로 만 30살이 됐다. 만 나이는 나이를 세는 국제적인 표준이며, 대한민국 민법도 한국 나이가 아닌 만 나이를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미국 등 서양권에서는 누군가의 나이를 ‘몇 년 몇 개월’과 같은 식으로 정확히 말하는 경우가 많다. 만 나이가 사회적 표준이고 달리 나이 세는 방법이 없다 보니 모두가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한국사람들은 누군가 ‘만 나이’를 물으면 머릿속으로 계산하느라 잠시 생각에 빠진다. 아예 만 나이를 셀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연 나이’가 있다. 연 나이는 단순하게 지금의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빼면 된다. 연 나이는 1월1일생과 12월31일생의 나이가 같게 되는데, 취학, 징병 등 법 집행에 편리하기 때문에 병역법, 청소년보호법 등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돌이켜 보면, 옛날에는 초등학교 입학 기준을 만 나이로 했었다. 따라서 1∼2월생들은 이른바 ‘빠른년생’이 됐는데, 이들은 한국 나이로 한 살 많은 동급생들로부터 “형(언니)이라고 부르라”는 놀림을 받곤 했다. 2009년 초등학교 입학생부터 연 나이가 적용돼, 빠른년생도 역사의 추억으로 남게 됐다.


한국 나이는 옛 중국의 ‘음력’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음력은 윤달이 끼기도 하고 한 달의 길이도 들쑥날쑥해 매년 생일을 챙기기 복잡하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따라서, 새해 첫날을 기준으로 공동체의 사람들이 모두 한꺼번에 나이를 먹는 셈법이 정착됐다. 이 같은 ‘세는 나이’는 중국과 한국 외에도 일본과 베트남 등 한자문화권 전체에서 쓰였다. 하지만 이 셈법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인들은 외국인을 만나면 한국 나이에 대해 설명해야 하고, 신문·방송에 표시되는 나이가 무슨 나이인지 매번 의심해야 한다.


소통의 혼란과 행정 비효율을 유발하는 ‘한국 나이’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4%가 만 나이 표준화에 찬성했다고 한다. 만 나이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오랜 관행을 쉽게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만 나이를 통용하도록 하는 문화를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http://www.sij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7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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