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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우라 고리유 Apr 24. 2017

제1화, 기자 싫어요. 감독할래요.

출처: Peter O'Toole photographed by Douglas Kirkland
부장, 저 그만두겠습니다. 기자 안 하렵니다.


 2016년 12월, 내가 사표를 쓴 날. 나는 호기롭게 부서장에게 사표를 쓰겠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였지만 공식적인 이유는 '대학원 진학'이라고 거짓말했다. 영화를 만들겠다고 할 자신감이 없어서였다. 그렇게 회사를 나왔고, 나는 시나리오 작업에 몰입했다.


기자로서의 삶이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감독이 되고 싶냐고? 이유는 간단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지금 하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다. 호기롭게 시작한 내 기자생활은 점점 시간이 지나갈수록 '월급쟁이'화 되고 있었다. 월급쟁이로서 기자란 직업은 볼품없었다. 돈을 많이 주는 직업도 아니고 사회적 위치가 대단한 직업도 아니었다. 그저 '바이라인'하나로 자뻑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낼 줄 알아야 할만한 직업이었다.


내가 기자를 관둔 이유는 '일류'가 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언론계에 일류로 거듭나기 위해선 내 출신이 미천했다. 물론 방법은 있다. 10여 년 정도 이 바닥에서 버티고 버티면 어느새 머리털이 다 빠진 대머리 독수리 형상을 한 채로 꽤 괜찮은 언론사의 데스크(부장) 정도 위치에 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렇게 인내심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했다. 결론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내 오랜 꿈이었던 감독의 첫 발을 이제야 내딛는 것이다. 적당한 사회생활을 하며 마주친 잔상들을 내 영화에 담아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여정이 끝날 때까지 이 기록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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