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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우라 고리유 Apr 25. 2017

제2화, 작품보다 대단한 '돈의 위대함'

찌질함과 결심, 그 사이에서

출처: 영화 <Buster’s Mal Heart> 중에서
돈 계산하고 영화를 만들려 했다면…당장 접었을 것 같다.
 

과연 저예산으로 장르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느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 예상은 영화 촬영 직전 단계인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치명적이게 다가왔다. 연출 경험이 없는 나는 모든 기준이 일반상식 정도였다. 때문에 직면해야 할 조건들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었다. 돈이었다. 돈이 내 모든 에너지와 상상력을 옭아매는 중이다. 나는 예산 책정을 영화 제작에 들어갈 비용을 위해 책정한 금액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에 쓸 수 있는 내 돈으로 정했다. 이 부분은 굉장히 다른 속성을 지녔다. 전자는 객관적이지만 후자는 추상적이고 이상적이다. 쉽게 말해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하는 건방진 태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꽤나 많은 비용이 나갈 예정이다. 촬영장비 대여는 기본 하루 10만 원 이상을 상회할 전망이고, 배우를 제외한 스태프들도 최소 5명(35만 원 예상) 이상 고용해야 한다. 그러면 하루에 최소 45만 원이 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필요 인원은 총 10명이라 잡았을 때, 한솥도시락-치킨마요(일명 '사료'라 일컫는)만 시켜도 세끼에 10만 원이다. 즉, 영화팀을 꾸려 하루만 운영하는데 약 80만 원 정도가 나간다는 것이다. 하하. XX.


이런 걸 하나하나 계산하고 시작했다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뒤늦게 후회하는 스타일임을 이 자리를 통해 알게 됐다. 자!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나도 모른다. 결론 밖에. 결론은 이 영화가 무척 섹시해야한다 내게 벌어진 이 모든 개 같은 상황이 보상받을 것 같다.


*다음은 중요한 여담입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교훈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명언들을 삽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난 단순하게 아름다운 상황이나 위로받을 수 있는 글이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난 항상 그게 싫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나 글을 읽는 사람이나 수준은 비슷하다. 누가 누구에게 훈수를 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래서 이렇게 사실만을 적고 싶다. 판단도 해석도 감동도 모두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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