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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우라 고리유 Jan 04. 2018

제44화, "일기는 야하게 써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장애를 안고 삽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장애를 안고 삽니다."


서울에 사는 아무개 씨의 하루 일과는 크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여행기고자의 용맹함이나 미술과의 창의적이나 작곡가의 우울함 따위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까요(1). 그는 표현에 어색해 합니다. 마땅한 감동 혹은 호기심을 느끼기엔 그의 생활패턴이 단조롭습니다. 만났던 친구들과 만나고, 먹었던 음식들을 먹으며, 자던 곳에서 계속 잡니다. 허전함을 느끼기엔 익숙함이 더 크게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일까요(2). 그는 표현하는 방법을 까먹게 됩니다. 점점 더 동물이 되는 것이죠. 어떻게 자신의 감정이 도출되는지 관심없어 합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마냥 좋게 혹은 마냥 나쁘게 하는 것에 대한 인지능력 정도만을 간직한 채 세상을 삽니다. 불행하게도 우리 대다수는 그렇습니다.


평범한 사람들 모두 일기를 써야 합니다. 자기가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지냈는지 기록해야합니다. 기록하면 점점 더 고결해지고, 소중해지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를 예로 들어보죠. 저는 하루에 한번 글을 씁니다. 남들처럼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거나 시류에 편승해 큰 테마의 화제성 주제를 붙잡고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적지 않습니다. 

대신 오늘 있었던 일들을 씁니다. 저는 끄적거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이젠 꽤나 복합적으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지금 처럼 말이죠.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과 머리 속에 흐르는 단어들을 매치시키는 것이 이젠 자유롭습니다. 무의식과 의식의 사이서 나타나는 감정들을 글로 담아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오늘은 왜 일기를 써야하나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쓸 때와 안 쓸 때에 대한 시간의 값어치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제 감정에 대해 표현하지 못하면, 짐승과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 같은 순간은 하루가 굉장히 무료해집니다. 반대로 일기를 쓰게 되면  하루가 풍성해집니다. 기억력도 좋아지는 것 같고, 치매도 안 걸릴 것 같은 희망도 생깁니다.  또한 하루를 내 식대로 평가해보다보면 내가 그리 불행한 사람은 아니구나 혹은 내가 혼자 사는 건 아니구나 정도는 쉽게 파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일기를 쓰게 된다면 야하게 쓰길 추천드립니다. 야한 건 성적으로 야하다는 것이 아니라 수식어를 많이 넣으시라는 말입니다. 키보드를 칠 때 느껴지는 손 관절의 움직임을 묘사한다든가 혹은 하늘을 바라볼때 구름이 어떻게 변하는가 아니면 소개팅한 여자의 말투가 손짓이랑 얼마나 잘 어울렸는가 정도를 쓰는 겁니다. 해보면 느끼겠지만,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더 걸출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써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야하게 쓰는 걸로요. 혹시 모르죠. 나중에 카뮈처럼 작가노트를 발간하게 될지도. 그럼 너무 기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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