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ard Lee)
에드워드 리. 흑백 요리사에 나와 유명해진(원래 유명했는데 나 같은 일반 대중에게 더 알려진 계기가 흑백 요리사라는 프로그램 때문 아닐까 싶다.) 셰프다. 처음엔 '오, 되게 유명한 셰프인가 보네.' 정도였는데 보다 보니 정도 가고. 그리고 계속 유심히 봤던 게, 이 분 스토리텔링 능력이 대단하다. 하나의 음식을 만들 때조차 '이야기'가 있다.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마지막 관문인 '두부 지옥'편에서 빛을 발한다. 두부 요리에 각종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구성되다 보니, 먹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사람도 즐거웠다. 어떻게 저렇게 스토리텔링을 잘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부업이 작가였다. 좀 더 파고들어보니 뉴욕대 영문학과를 나왔더라. 역시, 그는 문학인이었다.
평소에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해서 찾아봤고, 내가 구매한 건 '버터밀크 그래피티'라고 2019년 코로나 직전에 나온 책이다. 미국 지역을 돌면서 쓴 음식 에세이 책인데, 평소 음식도 좋아하고 미국 역사나 이민자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내게 완전 딱 맞춤 책이었다.(구매 결정적 이유: 이 책만 paperback이었다. 나머지는 하드커버인데, 무거워서 일단 노노임.)
그런데 이 책 생각보다 평범한 음식 에세이가 아니다. 구스미 마사유키의 음식 에세이는 만화가 특유의 위트가 녹아있는 반면, 에드워드 리의 에세이는 이민자의 고달픔이 녹아있다. 미국 내 도시를 다니며 먹는 음식도 이민자들의 음식이었다. 이 음식들이 미국에 와서 어떻게 변형됐는지, 전통을 지켜내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우리는 이 음식을 받아들일 건지 등을 고찰한다.
그렇다고 우울한 책은 아니다. 각 챕터마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한 내용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요리법까지 나와있다. 따라 해볼 것을 권장했으나.. 재료조차 생소한 내겐 그저 그림의 떡.. 게다가 에드워드 리 특유의 위트가 책에서도 발휘된다. 가끔가다 혼자 피식하고 웃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흑백 요리사에서 왜 그의 스토리텔링이 훌륭했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에드워드 리의 '음식'에 대한 평소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모든 요리에는 이야기가 있다.' 에세이를 관통하는 문장 아닐까? 그렇기에 그 역시 음식만의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어느 챕터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에드워드 리는 요리 비평에 대해 '비평가의 입맛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요리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라며 '내가 만든 음식'이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중요성을 강조한다.
Our food traditions are the last things we hold on to. They are not just recipes; they are a connection to the nameless ancestors who gave us our DNA. That's why our traditional foods are so important. 『Buttermilk Graffiti』 (p.168)
전통음식에 대한 그의 생각과 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이고, 전체적으로 책을 관통하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책 속에서 소개된 여러 음식 중에는, 후반부에 나오는 모로코 전통 발효 버터? 치즈?인 Smen(스믄)이 제일 궁금했다. 마치 마녀의 비법 수프처럼 책에 묘사됐길래ㅋㅋ 하지만 막상 먹어보라면 머뭇거릴 것 같다. 5년 정도 숙성시킨다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