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내가 예민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예민한 사람이었나?’라고 처음으로 문득 생각했던 건 2016년이었다. 멀쩡했던 한쪽 귀에 이명이 찾아왔다. 의사는 나한테 예민한 성격이냐고 물었다. 그냥 그 질문만 했으면 대수롭지 않게 아니라고 대답했을 텐데 ‘보기엔 안 그런데, 예민한가 봐요.’라는 쓸데없는 말을 덧붙여서 내 화를 부추겼다. 그때까지만해도 나는 ‘저요? 저 예민하지 않은데?’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의외로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나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막상 알고 보면 자기가 이미지화 한 모습에 빠져있을 때가 많다.
나는 내가 꽤나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업무 상 전주에 가게 되었을 때, 나는 팀원을 포함하여 3명과 함께 같은 방을 사용했다. 그날은 평소대로 6시에 일어나 회사에 갔고, 전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한숨도 자지 않았는데, 밤새 한숨도 못 잤다. 그 밤이 유독 길었다. 그 긴 시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내가 잠자리를 옮기면 잠을 못 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행을 가서도 그랬고, 출장을 가서도 그랬고, 이사를 가도 그랬다. 새로운 곳에 가면 거기가 어디든 나는 항상 뜬눈으로 며칠 밤을 새웠다. 그래, 나는 잠자리에 있어서 만큼은 엄청나게 까탈스럽고 예민했던 사람이었다.
그날 밤 내가 놀랐던 건 내가 까탈쟁이라는 점도 아니고 나름 예민한 성격이라는 걸 발견해서가 아니다. 무려 31년 만에 이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이 멋쩍었다. 매일같이 일기를 쓰며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웬만하면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혹은 인정하지 못해서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잠이 오지 않았던 전주에서의 밤이 생각난다.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생판 남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