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나마나

2020년 1분기를 함께한 책

by 고로케


생각보다 1분기에 꽤 많은 책을 읽었다. 습관표 덕분일까?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가장 좋았던 책은 김금희 작가의 '어느 한 사람의 차지'. 사람이 어떻게 그런 표현력을 가질 수 있지? 읽는 내내, '와씨, 이 사람 표현력이 정말 이 세상 표현력이 아니네'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1. 박정민 - 쓸 만한 인간

: 굉장히 풍부한 내용을 기대했으나 개인적으로 풍부한 내용은 없었다. 배우 박정민이 읽어주는 듯한, 박정민이 어떤 사람인지 1% 정도는 알게 해주는 책. 별 감흥 없이 읽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한 가지는 '이 사람, 굉장히 다양한 주제와 형태로 글을 쓰고 있다'라는 느낌. 훌훌 읽기 좋은 책이다.


2. 이언 매큐언 - 칠드런 액트

: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되었다. 내 최애 프로그램인 '영화가 좋다'에서 '칠드런 액트'라는 영화 소개를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 사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것도 괜찮지만, 반대로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신선한 방법이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 '어? 이 장면은 빠졌네? 이런 장면은 책에 없었는데?' 등 감독이 각색하거나 의도적으로 추가한 내용을 꽤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기 때문.


법과 종교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영국도 사이비 종교로 속앓이를 하고 있나, 이런 생각도 들었음. 예전에 쓴 글이긴 하지만 children act를 읽고 글도 쓴 적이 있다. 무쓸모임 최초로 마무리되지 못한 비운의 글. (마무리 지을 생각이 없다)


3. 알베르 카뮈 - 이방인

: 고전문학은 재밌다. 재밌고 어렵다. 그 시대상을 알지 못하면 이해도 잘 안된다. 그런데 고전문학이 주는 특유의 어두움과 우울감과 묘한 감정이 있다. 나는 그 묘한 감정선을 올라타고 아슬아슬하게 걸어 다니는 게 참 좋다. 이방인은 뫼르소라는 청년 중심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뫼르소는 일단 33살의 나에겐 이상하다. 회색 지대에 살고 있는 인간이다. 뭘 해도 살아 숨 쉬는, 컬러풀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매 맞는 앞집 여자를 보고도,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도, 사형을 앞둔 그 순간에도 회색 지대에 놓인 사람이었다. '이방인'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과 해석과 모든 게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방인을 보며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이 생각났다. '조물주의 오발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오발탄의 철호처럼, 카뮈도 '우린 모두 뫼르소처럼 회색 지대에 사는 이방인이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나 싶다.


4. 김금희 - 오직 한 사람의 차지

: 김금희 작가는 처음인데,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완전 빠져버렸다! 여기저기 추천하기에 이르렀고, 김금희 작가의 신간 알림도 받게 되었다. (웃음) 여튼 사람은 이렇게 팬이 되나 보다. 9개의 단편소설이 있다. 처음에 전자책의 오류로 맨 마지막 챕터를 읽게 되었는데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단편소설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니었으면 결말을 먼저 본 셈이 되었을 테니... 사람의 감정을 단순하고, 평범하고, 보편적인 방법이 아닌 아주 생생하게 표현했다. 글을 읽노라면,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든다. 굉장히 신선하다.


5. 우르술라 누버 - 자기화해

: 네이버 북판에서 보고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이다. '자기화해'.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북판에 소개된 내용은 싱크로율 100%로 나와 완전 맞는 내용이었고 순간 '이 책을 사야 해'라는 마음이 들었다. 심리학이나 교양 심리 책이 다 그렇듯 이 책도 비슷하다. 특히 외국에서 쓰인 교양 심리 책은 잘 맞지 않았는데... 우려와 걱정은 적중했다. 책을 완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뼈다귀에 붙은 살코기를 발라내듯 나에게 도움 되는 내용만 발라냈다. 결론은 자기중심으로 살면 된다. 싫으면 싫다 말하고, 궁금하면 집요하게 캐묻고, 뭔가 잘못 돌아갈 때 의식적으로 미안하다 말하지 않고 (내 잘못이 아니라 본인이 생각된다면), 그렇게 살라는 이야기다.


6. 양준일 - 양준일 maybe

: 백만인의 서평단에 신청해서 받은 책, 양준일의 maybe. 가끔 이렇게 정말 모르는 분야의 사람에 대해 읽을 때 흥미진진한 기분이다. 뭔가.. 아주 예상치 못하게 온 메시지를 열어볼 때의 그 감정? '이 사람이 나한테 메시지를 왜 보냈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뭐지?' 이런 궁금증이다. 텍스트는 적지만 담담하게 적은 한 줄 한 줄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다.


7. 마스다 미리 - 걱정 마, 잘 될 거야

: 마스다 미리의 만화다. 만화책인데 화려한 만화가 아니다. 되게 담담하게 회사원의 일상을 읊조린다. 일본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이 읽어야 공감이 잘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일본은 아직도 여성의 지위가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성이 케이크와 꽃에 비유되고 있다는 점도 아주 잘~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여성인권이 몇 년 사이 여러 노력으로 이전보다 다소 높아졌다면, 이 책에 묘사된 일본 여성 인권은 마치 우리네 7-80년대 같다)


다소 씁쓸하고 주인공들이 뭐 이따위 생각을 하며 살고 있나 어이도 없었지만.. 묘하게 미스다 마리의 다른 책이 읽고 싶어졌다. (왜지?) 아, 주인공들이 다 회사원이다. 그래서 가끔 회사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은 같이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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