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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가 지나고 2분기도 지났다. 3분기가 돼서야 기록하는 2분기에 읽은 책. 생각보다 적은 책을 읽었는데 핑계를 대자면 재택근무가 끝나고 다시 출. 퇴근길에 오르기도 했고, 축축 처지는 여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퇴근길에 잠이 너무나도 쏟아져 대부분 지하철에서 잠만 잤다는 한심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다.
30분 정도의 쪽잠(이지만 매우 깊게 잠든다)을 자다 일어나다 보면 옆자리 너무 젊은 청년이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을 때도 있고, 아주머니 어깨에 기대어 잘 때도 있고,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다 휴대폰을 떨어뜨려 모두를 놀라게 한 적도 있고, 헤드뱅잉을 너무 심하게 해 머리가 풀 죽은 화초처럼 늘어질 때도 있었다.
결론은, 뭐든 행동을 하다 보면 다 재밌는 포인트가 있다는 거다.
1. 김지수 -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추천하는 사람이 많길래 읽은 책. 코로나를 뚫고 나간 외근길, 시간이 남는 상황에서 상사는 나보고 '30분을 줄 테니 맘껏 놀다 와'라는 한 마디를 남겼고 나는 주저 없이 근처 서점으로 돌진했다. 사실 가방 속에 책이 있었음에도 상사와 단둘이 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든 줄여보고자 하는 생각이 더 컸다. 늪지대 같은 책 속에서 주저 없이 김지수 이름을 검색했고,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을 집어 들었다. 최근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덕분인지, 아니면 나만 최근에 알았던 건지 모르겠으나 김지수의 인터뷰가 회자되길래 이 책이 최신 책이라 생각했는데 습관처럼 출간일을 확인해보니 2018년 책이다.
여러 책을 읽다 보니 나는 인터뷰집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듣고 싶은데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모르겠고, 직접 만나서 인터뷰할 수도 없으니 인터뷰집을 통해서라도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사람들이 사는 방식, 행동, 사고를 읽을 때마다 재밌었다. '뭔 소리야?'라는 부분도 물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뭔소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책장을 덮고 나서도 곱씹게 되고 계속 생각나더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많은 내용을 접했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과 노인의학자 마크 E. 윌리엄스 인터뷰 내용.
쌍둥이 책으로 '자존가들'이라는 책이 있다. 아직 읽지는 못했다.
2. 알베르 카뮈 - '요나, 작업 중인 예술가'
: '요나, 작업 중인 예술가'는 이방인 안에 부록처럼 들어 있는 카뮈의 단편 소설이다. 요나를 읽으면서 나는 카뮈의 종교가 개신교나 천주교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무교라서 놀랐다. 단순히 요나가 성경 속 인물의 이름이라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소설 속 주인공 요나가, 세상과 가족을 등지고 홀로 다락방에 들어가 내면 속 본질과 마주한 그 순간을 읽으며 나는 요나가 진실, 그리고 종교적 의미로 성령과 마주했다 느꼈다. 진실을 마주한 요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라는 걸 깨우친다. 어둡고 외로웠던 다락방에서 나온다. 세상과 그리고 본질과 마주하게 된다.
카뮈의 허무주의는 요나에서도 드러난다. '요나, 작업 중인 예술가'는 누군가에겐 재미없는 소설일 수 있다. 너무 뻔하고 지루하고 일상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그랬던 요나가 추락하는 와중에 다락방에 들어가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그 순간이 좋았다. 자기부정, 회피가 아니라 본질과, 진실과 마주하려는 그 용기가 좋았다.
3. 김금희 - 경애의 마음
: 작정하고 김금희 작가의 팬이 되었다. 엄마랑 같이 갔던 영등포 교보문고에서 나는 한 손에 김금희 작가의 책과 김지수 인터뷰집의 또 다른 버전 '자존가들'을 들고 걷고 있었다. (엄마는 종교 서적을 샀다) 제법 두꺼운 두께. 갱지 같은 질감의 종이조차 좋았다. 진열대에 신간들과 함께 놓여있어 신간인 줄 알고 샀더니 이것도 2018년 발행된 책이다. 상관없다.
마법 같은 소설이다. 김금희 작가는 정말 마법 같은 문장을 쓴다. 살아있는 생선처럼 펄떡이고, 날아가는 새처럼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하면 귀에 '아!'가 들리고 '오!'하면 귀에 '오!'가 들린다. 주인공 상수와 경애가 주변을 맴돌았다. '언죄다' 페이지가 진짜 있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 터진 코로나 이슈로 혹시 모를 감염 때문에 셀프 감금한 적이 있는데 방구석에서 '경애의 마음' 책을 완독했다. 흡입력이 대단하다.
3분기나 4분기에도 그녀의 책을 읽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웃음)
4.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트레바리 온라인 모임에 참가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메인이라 읽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자책으로 없길래 실물 책을 구매해야 했는데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모처럼 줄을 죽죽 그으면서 책을 읽는 기분이 좋았다. 가방 속에 놓여있던 하루키의 책을 보고 누군가 '와, 이 책 정말 재미없는데'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었으므로.. '굉장히 재밌는데요'라고 받아치긴 했으나 확실히 콘텐츠라는 영역이 개인 호불호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속으로 놀랐다.
'직업로으로서의 소설가'는 하루키에 대한 책이다. '자전적 에세이'라는 말이 딱 맞다. 정말 자전적 에세이다. 달리기와 수영을 좋아하는 하루키. 평범한 바 주인이었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하루키. 그리고 그 소설이 대박 난 하루키... 지금에야 실토하지만 나는 하루키의 책을 단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다. 다행인 건 에세이를 통해 '하루키'라는 사람에 대해 큰 흥미가 생겼고 그의 분신과도 같은 책들이 읽고 싶어졌다.
내용을 보면 일본 문학계에서 하루키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책이 잘 팔리냐와 문학계에서 인정받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하루키가 정통 코스를 밟지 않은 소설가라 그런 걸까? 정통성과 혈통을 중시하는 문학 세계에 대한 현상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한 것 같아 씁쓸하다.
5. 나지언, 강예솔 - 비트주세요! 2017 고등래퍼의 아이들
: 또다시 누군가가 내 가방에 있는 이 책을 보고 (나는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데.. 그냥 아무 데나 던져두다 보니 가방 속이 잘 보이나 보다) '이 책은 누가 읽으려고 산 거야?'라는 질문을 했다. 그 순간 모 인스타그래머가 말했던, '어떤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 평가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북 커버를 씌운다'는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책은 누가 읽냐, 재밌냐, 왜 샀냐 등의 질문을 왜 받아야 하나 싶기도 했다.
일단 제목부터가 재밌다. '비트주세요!' 고등래퍼 뿐 아니라 쇼미더머니에서도 외쳤던, 디제이 드랍 더 비트~ 가 제목이다. 너무 흥미롭다. 2017 고등래퍼의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이유로 고등래퍼라는 링 위에 올랐는가? 무척 궁금했다. 결론만 말하면 이 책 아주 재밌고 장점이 많다. 일단 문고판이다. 갱지로 된 문고판은 국내도서로 만나기 힘든데.. (국내 도서들아, 제발 힘 좀 빼고 가격 좀 낮춰서 출판돼라 제발)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도 편했고 샤프로 죽죽 그으면서 읽는 재미도 있고 아이들의 이야기가 참신하고 웃기기도 해서 지하철에서 피식 웃으며 잘 읽었다.
2018, 2019 고등래퍼의 아이들에 대한 책은 없을까? 아아,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인터뷰어란 얼마나 멋진 직업인지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