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에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행복한 고민을 했었다. 한 해가 마무리되고 또다시 한 해가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크리스마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었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화려한 굿즈와 베리커리를 볼 때마다 파티에 온 기분이었다. 나는 연말마다 손수 굿즈를 준비했는데, 그림을 그리고 소량인쇄업체를 찾아 헤매는 그 과정이 괴롭기도 했지만 나와 연결된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그 특별한 물건이 주는 기쁨은 말로 다하기 어려웠다.
첫해는 손거울과 엽서, 두 번째 해는 붕어 파우치와 엽서, 그렇게 세 번째 해를 맞이하게 됐는데 웬일인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간단하게 엽서라도 만들까?' 생각해봤지만 서랍 속에 잠든 타블렛을 깨우고 싶지 않다. '키링을 만들까?' 싶었지만 중국에서 날아온 부자재에 낀 먼지를 바라보다 5천 원 버린다는 기분으로 다 갖다 버렸다. 모든 게 시시했다. 지금 나는 낚싯대에 건져올려진 생선처럼 마음이 펄떡펄떡 뛰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해서 1년 동안 수고한 주변인들의 손을 꼭 잡고 '올 해는 특히 수고했다'며 뭔가를 건네주고 싶은데 영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다 요즘 에어프라이어를 구매하면서 빠진 '에어프라이어 베이커리' 제품을 포장해서 줄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웬걸. 이제는 연말까지 재택근무라 빵이나 쿠키를 줄 수도 없다. 우렁각시처럼 책상 위에 몰래 둬도 그들이 신년에 출근해서 발견하는 베이커리는 곰팡이가 핀 폐기물 정도일 거다.
매년 연말이면 친구와 호캉스에 가서 1년을 뒤돌아보고, 1년을 새로 다짐했는데 올해는 그것도 못한다. 11월 말, 코로나가 잠잠해질 것을 기대하며 남들처럼 2020년도 놀러나 가보자고, 호캉스를 계획했지만 야속하게도 내가 어디만 가려고 하면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다. 바빠서 대답 없는 여기어때 카카오톡 상담창에 '코로나로 취소한다'는 글을 남겼고 상담원은 저녁 8시가 훌쩍 넘어 업무 처리를 위한 정보를 물어왔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았나보다. 그것만 기억에 남는다.
연말 선물조차 준비하지 않는 이런 모습이 게으름 때문인지, 아니면 코로나 블루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좀 더 나은 나를 기대하고 싶은데, 왜 해마다 우리는 '나은 나'를 기대해야 하는지 갑자기 의문이 든다. 물론 '올해보다 더 못한 나를 기대해!'라는 우스운 말은 할 수 없겠지만. 아, 생각해보면 이런 말을 못 해서 저 멀리 모퉁이를 돌면 나오는 '더 나은 나'를 그토록 열심히 찾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