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연말정산 워크북을 샀다. 누군가와 같이 하고 싶었는데 올해는 코로나라 혼자 방구석에 처박혀서 새벽 1시까지 작성했다. (작년에 친구와 각자 쓴 내용을 읽고 공유한 것이 퍽 좋았나 보다.) 연말정산을 하면서 '올 한해 나 정말 한 게 없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한 게 없으리라 믿고 올해는 그냥 이렇게 넉넉하고 여유 있게 넘어가는 해라고 곱씹고 말았다.
올해는 총 13권의 책을 읽었고, 이 글까지 포함해 58개의 글을 썼고, 영화광인 내가 2편의 신규 영화밖에 못 봤고, GAIQ 자격증을 따고, 사랑니(그것도 아래 사랑니)를 하나 뽑았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엄마 간병을 했고, 2월 이후 카페에 딱 한 번 앉아봤고, 태풍 때문에 휴가를 냈고, 에어프라이어를 샀고, 새 집을 알아봤고, 계약에 실패하고, 주식을 시작했고, 26주 적금을 시작해봤고(생각보다 힘들다), 홈트를 시작했고(다시 관둠), 두통을 무찌르려 달리기도 해봤고, 부캐를 만들었고, 전화영어를 했었고, 감자 실내 배변을 시도했고, (조금이나마) 요리를 배웠고, 재택근무를 처음 해봤고(아직도), 새로운 목사님이 오셨고, 찬양대를 11개월이나 못하고 있고, 처음으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코로나가 잠잠하던 때 새벽예배를 1주일 연속 나가봤고, 습관표를 작성해봤고, 연락 끊긴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 소개팅을 한 번 해봤고, 회사 때문에 원통해서 눈물을 흘려봤고, 일이 무척 재미없다 느끼고, 사람인에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잡플래닛 프리미엄을 결제했고, 병원비로 카드 250만 원 긁어보고(덜덜), 건강의 중요성을 알고 보험을 하나 더 들었다.
1월: 신년 우울증에 시달림 (해가 바뀌었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12월에 빠진 발톱이 자라기 시작함
2월: GAIQ 획득(퍼포 마케터로 살면서 필요한가 싶어 땄지만 필요 없음. 실무로 익히는 게 짱임), 코로나19 습격
3월: 재택근무 시작(첫 재택), 불안, 마스크, 공포... 장염
4월: 격일 출근 시작, 두통 박살 러닝 시작
5월: 큰 업체를 상대하게 됨(댓츠 노노), 유자의 마음
6월: 사랑니 아파서 병원 5군데 다니며 사진 찍기 시작(집착), 생일에 엄마가 왕닭으로 백숙을 해줬음, 바퀴벌레 사건 터짐
7월: 사랑니 뽑음, 수술 (건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됨), 부캐 활동 시작
8월: 놀러 가려고 플랜 짜니 코로나 2단계 격상해서 집콕&재택근무
9월: 격일 재택 중 태풍이 쳐불어 휴가 냄. 밤에 창문도 못 열고 쪄죽는 줄
10월: 추석 뒷산에서 내려오다 엄마 다리 부러져서 철심 수술. 가족이란 무엇인지,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내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본 시간
11월: 재택 다시 시작. 나이 어린 사수 만남 (그래봤자 한 살 어림). 펜트하우스 드라마에 빠짐 (주단테)
12월: 코로나 대란. 재택근무 어게인! 현 회사와 나의 역할, 내 미래에 대해 deeply 고민하기 시작함
정리 끝. 2021년도 건강만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