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이전 글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 나의 옛 상사에 대한 생각을 부쩍 하는데, 후임이 한 명 더 늘어서 그런 거 같다.
대리 초반이었다. 당시 나와 상사는 바로 옆자리 었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팀에서 전달해 준 PPT를 함께 보다가 그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적어도 자기가 이 직급에 이 정도밖에 못하는 사람이 되진 않았음 해. 내가 어디 가서 자기가 내 밑에서 배운 친구라고 쪽팔리지 않고 말하게 해 줘."
내 상사는 다른 이들을 욕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부하직원이라 내 앞에서 욕을 못 한 걸 수도 있지만. (그리고 나는 이 점을 매우 높이 산다.) 어쨌든 같이 지냈던 오랜 시간 동안 내 앞에서 그녀가 욕한 사람은 딱 세 명이었는데, 한 명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해서, 나머지 두 명은 일을 너무 못해서 욕한 거였다. (저 위의 사람도 일을 너무 못해서 욕한 거다.) 그래서인지 저 때 나는 내심 마음속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시간이 지나, 다른 상사들을 여럿 거쳐가면서 정말 다양한 리더들을 만났다. 동그라미, 네모, 세모 다 제 각각이라 장단점도 뚜렷했는데 유독 단점만 가득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네모도 세모도 아니었다. 유별나게 삐죽삐죽한 사람이었다. 서른 중반이 넘어 곧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의 내가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그 사람의 장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니까 정말 심각한 거다.
그런데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사람도 처음엔 그렇지 않았을 거다. 세월을 거치고 거쳐, 나처럼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일 텐데 그 '누군가'가 그에게 잘못된 모습을 보여준 거 아닌가 싶다. 결국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도 공범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이런 공범이 되지 말아야지, 새삼 다짐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