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나마나

동네방네 소문내는 26년 목표

by 고로케

목표는 동네방네 알리라 했던 말이 떠오른다. 동네방네 알려야 실패했을 때의 쪽팔림을 떠올리고 실천한다는 의미가 숨어있을까. 아니면 동네방네 떠벌려야 주변에서 채찍질이라도 한다는 뜻일까.


생각해 보면 '쓰나마나'에 쓴다고 누군가가 댓글로 '지금 그래서 목표 세팅한 거 실천하고 있어요?'라고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몇 자 끄적이면 다짐효과가 있으니까 올해가 가기 전에 적어보려 한다.


작년에는 이맘쯤에 '일본어를 배우자'가 목표로 떠올랐다. '왜 외국어를 새로 배우려는데?'라는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보잘것이 없었다. '그냥. 학생시절부터 배우고 싶어서.' 누군가는 내 대답을 듣고 돈지랄이라고도 했고, 에너지 낭비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내 돈으로 지랄을 하건, 내 에너지를 낭비하건 그들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래서 배웠다. 25년 새해가 밝자마자 랭디를 시작으로, 랭디 -> 포도 어플 -> 랭디. 1년 동안 쉬지 않고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덕분에 내 일본어는 아주 약간 귀가 트여, 넷플릭스 불량연애를 보다가도, 애니메이션을 보다가도 '아, 저기서 이런 단어를 쓰네'라는 정도가 되었다. (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본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다.)


자, 그럼 내년에는 무엇을 해볼까. 고민을 조금 했다. 사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최근 읽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라는 책에서 멈칫하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낙관주의를 결명해. 망가진 삶이라고 했나? 어떤 삶이든 성장이 멈출 수는 있어도 망가질 수는 없어. 본성을 훼손하고 싶다면 그저 바꾸기만 하면 된다네." (p168)

'어떤 삶이든 성장이 멈출 수는 있어도 망가질 수는 없어.' 나는 이 문장을 '성장이 멈춘 삶이 망가진 삶이라는 거 아닌가?'라고 받아들였다. 성장이 멈춘 삶은 죽은 삶이다. 1mm 성장한다 해도, 그리고 그 성장이 무엇이 되든 간에, 조금이라도 나아진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올랐다.


목표를 정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25년의 '일본어 경험'이 생각보다 값지고 맛있는 성취였다.(지금도 배우고 있다.) 그래서 26년은 아래 세 가지를 할 거다.

1. 운전면허를 딸 거다.

2. 피부관리+주 5일 운동을 꾸준히 할 거다.

3. 일본어와 함께 영어공부를 병행할 거다.


초등학생의 다짐 같지만, 다짐이 거창하면 안 된다. 내 인생 37년간, '살 10kg 빼기, 스페인어 시험 00점 받기'등 이런 목표를 수도 없이 세워왔지만 다 실패했다. 지나치게 정교하고, 거창했기 때문이다.


1번은 설명 따위 필요 없다. 2번은, 사실 돈지랄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질환치료 이외에 피부관리를 받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피부관리를 한 번쯤은 받아봐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넣어봤다. 기미제거 같은 거 말이다. 주 5일 운동은 디스크 관리를 위한 개념이다. 주로 슬로 러닝+퇴근 시 집에 30분 걸어오기가 되겠지. 지금과 별 다를 바가 없다.


3번이 중요하다. 일본어만 하다 보니, 영어를 점점 잊고 있다. 큰일 났다. 그래서 다시 영어를 공부해야한다. 혼자 하는 공부는 쓸모없다. 뭐라도 찾아 등록해야겠다. 돈 안 쓰겠다고 gpt랑 같이 영어공부도 해봤는데, 작심삼일도 아니고 작심일일이었다. 역시 나는 돈을 투자해야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하는 그런 사람이다.


내년에 꼭 저 3가지에 대한 글이 '쓰나마나'에 올리오길 기대하며.

ㅇㅇㅇ.jpg 만들다보니 '이직'도 포함되지만, 마일드 한 것부터 이뤄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시마의 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