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나마나

미시마의 도쿄

by 고로케

지난 10월인가 독립서점에 갔다. 요즘은 독립서점 보기가 쉽지 않다. 워낙 출판계가 어렵다 보니 대형서점도 살아남기 쉽지 않은 세상 아닌가. 그래서인지 몰라도 독립서점의 의미가 무색하게 요즈음의 독립서점에는 대형 출판사 출신 책들이 많다. 그럴 때 나는 왠지 모르게 섭섭해지곤 한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의외로 단순한데, 일단 제목에 끌려 다가가고(이래서 문구가 중요하다) 책을 휘리릭 넘겨서 몇 장 읽다가 '괜찮네'싶으면 구매한다. 여기서의 '괜찮네'도 매우 주관적이다. 나의 호기심을 유발할 것, '음'이라는 말이 나오게 할 것 등, 뚜렷한 기준점이 될 만한 게 딱히 없다.


그날도 그랬다. 독립서점에서 책들을 휘릭 보다가 '괜찮네'라고 생각되는 책이 두 권있었다. 그중의 한 권이 『미시마의 도쿄』였다. 책을 완전히 정독하고 고르는 게 아니다 보니, 나는 단순히 '미시마라는 필명의 사람이 쓴 도쿄 여행기 이군'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도쿄 여행 사진집이라고 해야 하나. 실제로 책을 휘리릭 넘길 때, 도쿄 곳곳의 사진과 글이 챕터별로 있었다.


그리고 한 달 뒤쯤 동네 카페에 앉아 『미시마의 도쿄』를 읽기 시작했다. 조금 읽다가 아뿔싸했다. 이 책은 미시마라는 사람의 여행기가 아니라, 일본 문학가 미시마 유키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종의 작가에 대한 헌정 책이었다.

KakaoTalk_20251221_173504520.jpg 미시마가.. 그 미시마였어?

아, 이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과 난감함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세상은 넓고 나는 좁다. 내가 고른 책이 단순히 그저 그런 'OO이의 여행기'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미시마 유키오. 태어나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는 매우 복잡하고 다면적인 문학가였다. (1970년 할복자살을 한 것만 봐도 그러하다.) 『미시마의 도쿄』는, 어떻게 보면 '어느 정도 기본 정보를 기반으로 읽어야 하는' 그런 책이었던 거다.


『미시마의 도쿄』를 읽고, 미시마 유키오 책을 읽을지? 그 반대로 할지? 고민하다 후자의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그의 삶을 10%라도 이해하며 읽고 싶었다. 도서관에 찾아가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을 빌렸다. 제목 그대로 미시마 유키오 본인에 대한 고백이 담긴 책이다. 읽다 보면 (아직 중반부까지 밖에 못 읽었다.) 괜스레 다자이 오사무가 생각난다. 물론 그는 다자이 오사무를 몹시 싫어했던 것 같지만.


우연히 만난 책 덕분에 미시마 유키오라는 일본문학가를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가 노벨 문학상 후보까지 올라간 게 놀랍다.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운 느낌이다. 나는 이렇게 내가 모르는 부분을 발견하면 기쁘다. 하나씩 알아가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미시마 유키오. 친왕 숭배에 지나친 극우 성향까지, 사실 한국인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의 정치적인 성향은 전쟁시대에 태어나 살았던 배경이 만들었던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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