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드는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하고 또 그게 얼마큼 영향을 주는지, 최근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미지들은 주로 내가 만든 제멋대로의 상상 중 하나이지만, 그렇게까지 상상하게 만든 범인은 당사자일 거다. 가령 이런 거다. 만날 때마다 남자 이야기만 하고, 모든 주제가 이성에 꽂힌다면? 나는 그 친구를 '이성 이외에는 관심 없는 사람'으로 기억하거나 분류하게 된다.
여하튼 그랬다. 최근 타인에 대해 내가 만든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충돌하면서, 이런 괴리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니까, 이게 '신선한 충격'이라는 의미보다는, 부정에 가깝다. 내가 그동안 멋대로 구축한 이미지와 실제(라고 보이는) 이미지가 충돌하면서 느껴지는 찰나의 편차였다.
맨날 본인은 너무나도 가난해 단돈 5만 원도 자기 자신에게 못 쓴다고 푸념하던 친구가 열흘이 넘도록 해외여행을 갔다는 말을 건너 들었을 때도 그랬고, 남들 앞에서 온갖 센 척을 하던 옆자리 동료가 알고 보니 메일 하나 보낼 때도 gpt에 검사를 받는다는 걸 알았을 때도 그랬다.
내가 만든 이미지와 실제의 이미지가 충돌하는 순간, 한껏 배신감이 들었다. 속았다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딱히 그들이 나를 속인 건 아니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별생각 없이 행동했겠지만, 남모를 배신감이 속 깊은 곳에서 들끓었다. '보이는 대로 믿지 말자.'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어떻게 보면 '곧이곧대로 믿은' 내 잘못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그럼 '보이는 대로' 믿어야지, 나는 뭘 보고 다른 사람을 믿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이래서 사람들이 '이미지 메이킹'을 중요시하는 건가?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 역시 회사, 가정, 모임, 교회 등 속한 곳에서 보이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건가? 나는 나의 찐친들에겐 정직한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모든 게 다 피곤해졌다. 말을 말자 싶어졌다. 그냥 입을 닫고 살면, 아무도 내 생각이나 마음을 모를 테니 나를 쉽게 판단할 수 없을 거다. 나는 그저 물음표로 남고 싶기도 하다. 누군가 '고로케는 어떤 사람일까?'라고 물으면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그런 물음표가 되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