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 더 머니 12'를 보면서 나이가 먹었음을 실감하며 슬퍼하다가, 흥이 오름을 주체할 수 없어 신이 나는 요즘이다. 작년인가에 '랩 퍼블릭'을 봤었는데, 공중파가 아니다 보니 앙칼진 쌍욕이 난무해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에 비해 쇼미는 적당히 삐- 처리가 들어간 순한 맛이라 별생각 없이 보기에 좋다.
어딜 가든 '영역'이 있다. 냉부를 보면 요리사들의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암흑요정 김풍'작가'가 있고, 랩 세계에서는 정통 래퍼들 사이에서 아등바등하는 '아이돌'출신 래퍼가 있다. 이런 일은 사회에서는 비일비재하다. 모두가 정통을 따지고 든다. 마케터들 사이에서도 경력과 예산을 기준으로 '정통'을 나누니, 이건 단지 직업 특성이 아닌 인간의 습성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 플리에는 옛날 노래가 가득하다. 귀찮아서 지우지 않고 노래를 쌓기만 하다 보니 리스트도 엄청나게 길다. 정리를 안 하니 대부분 스킵, 스킵, 스킵의 반복이지만 그중에서도 나올 때마다 듣는 노래가 있는데 god의 '보통날'이다.
이 노래에서 나는 데니의 랩 파트를 좋아한다. 곡에 스며든 데니의 랩은 난다 긴다 하는 래퍼들의 랩보다 더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 노래에서 랩을 데니보다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이 랩에는 진정성과 감정이 있다. 실제로 데니가 이 파트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지 못하나, 듣는 사람 입장에서 이 정도의 진정성을 느끼기도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다.
예전에 사원급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나중에 그가 본인을 왜 뽑았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스스로는 탈락이라 생각했던 거 같다. 솔직히 말하면 초반에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몇 가지 질문을 하다 보니 진정성이 느껴졌다. 업무에 대한 진정성, 이 일과 회사에 대한 진정성. '진정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큰 울림이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니의 랩도 그렇다. 진성성이 있다. (저 데니 팬 아니에요. 굳이 따지자면 쭈니형?) 이런 게 싱잉랩인가 싶다가도, 랩에서 굳이 정통을 따지지 않아도 리스너가 만족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요즘은 왜인지 몰라도 부쩍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떤 기술이나 재능도 누군가의 '진정성'을 이기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