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by 고로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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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키워드
① 삶을 포기한 남자가 시작한 기묘한 거래
② 인간 욕망이 만들어내는 기괴한 사건들
③ 패전 이후 일본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
④ 소속을 거부하는 하니오

미시마 유키오와의 첫 만남은.. 아주 우연히 동네 책방에서 산 《미시마의 도쿄》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나는 미시마라는 필명의 사진가가 도쿄 여행을 하며 쓴 책인 줄 알았는데, '미시마 유키오'라는 일본 문학 작가의 일생을 찾아가는 책이었다. 저 책을 읽으려면 최소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가 어떤 글을 썼는지는 알아야 할 거 같아, 대표작인 《가면의 고백》부터 그의 소설을 하나씩 찾아 읽기 시작했다.


① 삶을 포기한 남자가 시작한 기묘한 거래

《목숨을 팝니다》는 미시마 유키오가 1968년에 주간 플레이보이에 연재한 소설이다. 제목부터가 흥미를 끄는데, 책을 읽다 보면 이 소설이 60년대에 쓰였다는 게 잘 와닿지가 않는다. 그만큼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는데, 아무래도 빠른 전개와 흥미로운 스토리 때문일 거다. 《목숨을 팝니다》는 주인공 하니오가 신문에 본인의 목숨을 판다는 내용을 기고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의 목숨을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기고문이 불러오는 사건들은 블랙코미디 촌극처럼 보인다.

ChatGPT Image 2026년 3월 15일 오후 05_42_48.png 하니오는 굉장한 미남처럼 보인다 왠지.. 여자가 끊임없이 꼬이는 걸 보아하니.

② 인간 욕망이 만들어내는 기괴한 사건들

《목숨을 팝니다》의 사건은 모두 사람들의 '욕망'에서부터 시작한다. 와이프의 사랑을 갈구하는 파괴적 욕망, 가족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학생의 욕망, 주인공을 독점하고자 하는 욕망 등 하니오에게 오는 모든 의뢰는 '인간 욕망'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욕망이 일반적이지도 않지만, 소설을 이어가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 생각하면 딱히 이상하지는 않다. 다만, 다른 사람의 목숨을 사거나 이용하면서까지 본인의 욕망을 채우려는 모습은 아이러니했다.


③ 패전 이후 일본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

주인공 하니오는 처음부터 '논폴리'로 등장한다. 정치적인 것에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뒤로 갈수록 본인의 생각을 어느 정도 언급하긴 하는데, 이는 미시마 유키오의 생각이 아닌지 한 번쯤 짚어볼만하다. 작중 배경인 1968년은 일본이 서독을 제치고 세계 GDP 2위에 올랐던 경제 부흥기였다. 일본의 버블 시대는 1980년대이지만, 패전 이후 1968년도 상당히 풍요로웠던 세대임은 맞다. 이때 일본은 서구 문명, 즉 미국식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했는데 서구식 식생활과 소비문화가 대거 유입되며 일본인의 정체성과 미국식 풍요가 서로 대립되던 시기였다.

ChatGPT Image 2026년 3월 15일 오후 05_55_35.png 제 gpt 지크가 만든 1968~70년대의 일본이랍니다.

④ 소속을 거부하는 하니오

위의 내용으로 봤을 때, 소설에서 가족이나 소속을 거부하는 하니오는 작가가 의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하니오는 대량생산되는 가족을 거부하고,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다 말한다. 이러한 대목에서 당시 유입됐던 소위 이상적인 '미국식'가족의 모습은 미시마의 반감을 샀을 가능성이 있다 보인다. 개인적으로 새로 유입되는 서구식 사상과, 일본 전통 사상이 미시마 유키오 내면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다 결국엔 천왕제를 옹호하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간 거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난 당신들처럼 더러운 조직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내겐 도덕 따위 없으니 당신들이 뭘 하든 나무라지 않아. (…) 다만, 사람을 보면 어던 조직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당신들의 그 미신을 깨주고 싶어.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아. 물론 당신들도 그건 인정하겠지. 하지만 그 어떤 조직에도 소속되지 않고, 게다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남자도 있다는 걸 잘 알아둬.
《목숨을 팝니다》, p327

요즘 미시마 유키오의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책들을 발행 순서대로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쩌다 보니 뒤죽박죽이라.. 다 읽고 《미시마의 도쿄》를 읽고, 그리고 그에 대한 평전을 읽으면 어느 정도 내 안에서 정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 책은 정말 재밌는, 그리고 거의 4일 만에 다 읽은 술술 읽히는 소설이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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