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키워드
· 문명과 질서의 붕괴
· 인간 본성의 폭력성과 야성
· 각 인물들의 상징성
· 아이들의 죽음은 “겨우 둘”
· 전쟁과 인간성의 아이러니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원서로 읽었다. 제목이 왜 '파리대왕'일까? 사실 이 부분은 아직도 이해가 잘되지 않지만, 책 후반부쯤 나오는 '파리대왕'의 메시지가 강렬한 것은 사실이다. 전쟁 중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고립된 아이들. 아이들은 동갑내기도 아니고 같은 반 학생들도 아니다. 뿔뿔이 흩어진 아이들 속, 리더로 나선 것은 소년 랄프(Ralph)였다. 그는 소라 뿔(Conch)를 활용해 민주적 대화를 이끌고 규칙과 문명을 중요시하는 리더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지식인의 상징인 피기(Piggie)가 함께였다.
'문명에서 멀어지면 인간의 야만성이 우선시 되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책의 소년들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동갑내기가 아니다. 작가가 구체적인 연령대를 기재하지 않았지만, 랄프가 12세 정도 되어 보이고, (피기도) 인간의 야만성을 상징하는 잭(Jack)도 12~15세 사이의 소년으로 보인다. 즉, 이들이 평균 12세라고 하면, 12년 동안 받아온 교육과 규칙이, '문명에서 멀어진 고립된 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퇴색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들었다.
《파리대왕》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랄프와 잭이다. 잭은 인간 본성을 나타내는 인물인데, 즉각적인 결과물을 얻고 도파민 팡팡 터지는 '사냥'에 꽂혀 새로운 리더가 된다. 그에게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랄프의 소라 뿔(Conch)는 말 그대로 개똥같은 소품이다. 잭은 처음에 성가대 리더로 등장하지만, 어느새부턴가 죽음을 탐닉하는 전사가 되어있다. 마치 섬에서 태어나 쭉 자란 원주민처럼 행동하기 시작하고, 친구를 때려죽이거나, 친구를 눈앞에서 잃어도 '얼굴을 까맣게 칠한 채' 그저 무반응만 보일 뿐이다. 책을 읽으며, 나중에 잭이 다시 사회 속으로 들어갈 때, 이 친구가 과연 사회에 적응을 할 수 있는 인간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랄프는 또 다른 면에서 흥미롭다. 랄프는 중간중간 아이들에게 "깨끗이 씻자.", "화장실을 만들자." "옷이나 모습을 좀 정리하고 가자."라는 말을 꾸준히 한다. 그런 면에서 랄프는 문명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외딴곳에서 문명의 끝자락을 쥐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그는 '소라 뿔'(Conch) 제도를 만들어, 소라 뿔을 가진 사람이 발언 기회를 갖는다는 규칙도 제정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랄프와 잭의 상징성과 인물 간의 갈등이 두드러지는데, 이 상징성을 분석하고 생각하는 점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세계 2차대전 사망자 수는 약 7만에서 8,5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3%에 달한다 한다. 《파리대왕》의 마지막에서 랄프는 구출하러 온 군인에게 말한다.
"Nobody Killed, I hope? Any dead bodies?"
"Only two. And they've gone."
랄프의 마지막 워딩 'only two'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세계 2차대전 속 무수히 많은 사망자들에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이다. 하지만, 수만 명이 사망한 전쟁에 참여한 장교는 아이들을 구출하러 왔을 때, '두 명'이라는 숫자에 놀란다. 참 아이러니하다. 위의 생각 외에도, 장교는 단순히 아이들이 장난을 쳤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잔혹한 폭력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비단 그 숫자는 둘이 아님을 독자들은 알 것이다. (랄프는 왜 두 명이라 했을까? 실질적으로 책 초반에 등장했던 '몽고반점'이 있던 littlun도 계속 실종된 상태다.)
《파리대왕》을 처음에 원서로 접했을 때, 사실상 자연 묘사가 많아 읽기가 매우 힘들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뒤로 갈수록 수많은 상징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고, 책을 읽고 나서는 구글링도 해보고 나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노력했다. 그러고 나니, 이 책이 왜 전 세계적으로 중·고등학교의 필독서가 됐는지 알겠다. 다만, 이 책은 많은 상징들이 있기에 혼자 읽기보다, 모여 읽고, 충분히 생각을 나누는 토론을 하고, 그런 도구로 활용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