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을 요구당하면서도 기계가 대량으로 찍어낸 기성복을 입어야 하는 모순의 시대. 그래서 더욱이 한 사람을 위한 맞춤복을 만드는 일은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진정한 예술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의 흐름이 품격이 되는 곳, 제주 맞춤양복점 <제일사>를 만나볼까요?
제주시청 근처에 위치한 제일사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인 정신을 이어오고 있는 남성 맞춤양복점입니다. 가게 한편을 채우고 있는 개인 치수표 종이 더미들이 지난 세월을 말해주는데요.
“Classic is the best.” 클래식한 패션은 빛바래지 않은 고유의 멋을 간직합니다. 수십 년 전 찍힌 흑백사진을 바로 어제의 풍경처럼 느끼게 하는 멋. 유행에 민감한 사회지만 오리지널리티가 인정받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제일사는 이런 클래식한 멋에 개인의 취향을 더해 멋들어진 한 벌의 정장을 탄생시키는 곳입니다.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고품격 맞춤 정장이지만 가격은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제일사의 운영 철학을 대변합니다.
어서 와, 맞춤정장은 처음이지?
_양복점이 초행인 당신을 위한 안내서
제일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많은 정장과 원단에 놀라게 됩니다. 특히 정장, 셔츠 등의 재료가 되는 각종 원단이 상당수 구비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고객이 의상의 기본 소재를 직접 보고 만지며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맞춤양복점을 찾는다는 것은 반드시 양복 한 벌을 다 맞춘다는 의미일까요? 아닙니다. 선택의 폭은 다양한데요. 상하의 정장 한 벌, 상의만 맞추는 콤비, 맞춤 셔츠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맞춤점이 아닌 일반 매장에서 파는 정장 기성복들은 사이즈가 7~8가지 정도 되는데요. 제일사의 경우 75가지의 기본 사이즈를 갖추고 있어 전체적인 길이부터 팔, 다리, 어깨, 허리 등 본인 체형에 딱 맞는 스펙을 찾을 수 있습니다.
30년 이상 경력의 장인이 신체 치수를 정확히 파악해 기본 사이즈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기본 사이즈 옷을 피팅해 본 뒤 다시 한번 몸에 맞게 치수를 재조정해 완벽한 핏을 만들어냅니다.
몸에 열이 많을 경우 안감을 반만 넣을지, 전체를 넣을지, 옆트임을 넣을지, 뒤트임만 넣을지 등도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합니다.
고객 신체 치수는 컴퓨터상에 입력돼 다음 주문 시 다시 치수를 재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습니다. 사이즈만 파악된다면 코트, 콤비, 면바지, 골프 바지, 신사 바지, 반바지 등도 맞춤제작이 가능하답니다.
원단을 고르고 치수까지 맞췄다면 제작만이 남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원단 재단, 미싱 작업 등 정장 제작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직접 제일사 내부에서 진행합니다. 가격이 착한 비결은 수작업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정신에 있는 겁니다. 작업 기간은 열흘 안팎으로, 문의 시 더 빠른 제작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원단과 공임의 마진을 뺀 합리적 가격을 고집하며 세상에 유일무이한 명품 양복을 제작하고 있는 30년 전통 <제일사>. 세월의 흐름에 무뎌지지 않는 진짜배기 멋을 지닌 나만의 정장을 제일사에서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