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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톱을 먹은 쥐 Sep 22. 2021

Driving Comedy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

멘체스터에서 런던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어떤 라디오 방송에서 상금을 걸고 '멘체스터에서 런던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을 공모했습니다. 이 이벤트는 상당히 관심을 끌어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어요. 어느 베테랑 운전기사는 자신만이 아는 지름길을 가지고 상세한 루트를 설명했고, 순간이동을 하면 된다는 마술사, 로켓을 쏘아 올리자는 공학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모두가 수긍하는 일등이 선정되는데 그 방법은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고 하네요. 영어로 검색했을 때 원문을 찾을 수 없어(한국어로 검색하면 많이 나옵니다) 진짜 있었던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인상 깊은 이야기였죠. 


도로 위를 같이 달리는 사람들

    얼마 전 나와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차가 몇 대인지 보여주는 서비스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티맵 서비스인 것은 알았는데 검색이 안돼서 못 찾던 중 코로나 시국에 캐리비안베이 가는 사람이 많다는 뉴스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티맵 모빌리티에서 출시한 'T지금' 서비스였네요.


    소개하는 기사는 많은데 아쉽게도 보도자료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인지 다 같은 내용이라 자세한 것은 알기 어려웠습니다. 일단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검색하는 사람의 일정 범위 기준으로 특정 목적지를 선택한 계정이 몇이나 되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목적지로 가는 차량이 소수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간단한 조치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가지고 더 재밌는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드라이빙 코미디

    처음 인용한 이야기에 이어 목적지 기반 실시간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얘기했을 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눈치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도로 속성과 경로 계산, 실시간 교통 정보를 종합해 최적의 길을 찾아내는 내비게이션이 있습니다. 이미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더 이상 빠르게 갈 수는 없지만 가는 길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위치기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소셜 미디어를 제안해봅니다. 현재 같은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클럽하우스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습니다.


도로를 기준으로 하는

    도로는 대단히 특이한 공간입니다.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선으로 표현되고,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지만 반복해서 방문하기도 하고, 빠져나가기 위해 계속 움직이지만 그 위에 머무는 것이기도 합니다. T지금 서비스는 도로보다는 현 위치와 목적지를 기반으로 하여 정보를 주지만, 현 위치와 방향, 속도를 가지고 같은 도로 위를 가는 이용자들을 그룹 짓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외부 청취자를 철저하게 막을 필요는 없지만 소속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을 짓는 것이 유리합니다. 또 대화 기록이 남도록 한다면 '경부고속도로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명예의 전당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실시간

    위의 조건과 함께 지금, 여기에서의 이야기가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이야기는 나와 가장 가까운 상황이 반영되는 이야기라고 하죠. 차가 밀린다면 밀리는 상황에 대한 얘기가 될 것이고, 좋은 날씨, 앞쪽에서 일어난 돌발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될 수도 있겠네요.


음성 기반 소셜 네트워크

    자율주행이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운전 중 쓸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가 아닐까요? 사용 맥락에 맞춰 인터페이스에서도 고민할 것이 많습니다. 발언권 신청은 어떻게 할까요? 박수는 어떻게 칠까요? 음성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여지도 있겠네요.


그 많던 시장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포스퀘어를 기억하시나요? 체크인 열심히 하면 그 지역의 시장(Mayor)이 될 수 있었지요. 그 자체로 재미도 있었고 모르는 지역의 맛집 찾을 때도 유용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서는 모두의 기억에서 잊힌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는 사용자층이 한정적이긴 하지만 그나마 포켓몬 고 정도가 남은 것 같네요. 어찌 되었든 이상하게 생긴 조형물을 보고 '여기가 우리 동네 제일 인기 있는 포켓몬 체육관이야'라고 소개하는 건 멋지지 않나요? 현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더 흥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운전을 하지도 못하고, 클럽하우스도 사용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제안하는 서비스라 허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수석에 앉으면 졸기나 하는 재미없는 동승자로서 힘들게 운전하는 운전자에게 대화 상대라도 찾아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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