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ok.so 에 올렸던 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능력에는 대부분 한계가 있습니다.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총알을 튕겨낼 근육을 가질 수 없고,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우주의 비밀을 암산해 두 자릿수의 해답을 내놓는 지성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각자의 능력을 측정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어떤 요소든 비교해보면 비슷한 조건에서 키가 가장 작은 사람과 가장 큰 사람 정도의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라울 정도로 차이가 클 수는 있겠지만, 열 배, 백 배씩 차이가 나지는 않겠죠.
하지만 자산은 그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고, 어렵지 않게 현실에서 예를 찾아볼 수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돈으로 대부분의 것(시간, 사랑 심지어 생명(수명)까지)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돈이 충분하다면 고민과 욕망도 달라질 것이고, 자산에 따라 경험하는 세상이 달라질 것입니다. 무한으로 주문하면 어디든 무한리필 집이라지 않습니까?
경험하는 세상이 다르면, 의도적으로 계급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부자와 빈자 사이에는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필사적인 고민이 부자인 친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면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하는 대화가 성립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빈자인 친구가 마주치는 고난에 끝이 없다면 어디까지 호의로 도와줄 수 있을까요? 또 어디까지 도움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을까요?
이미 사적 모임도, 결혼도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하고 있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막연히 부자든 빈자든 친구로 지내는 건 문제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순진한 몰이해였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부자동네 카페에 앉아있다가요. 자산가라는 요소가 '키 커서 좋겠네' 정도의 의미 이상이 아닌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자산에 한계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