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원 아이들 이야기 : 10

고등학교 올라가는 아이

by 부지런한개미쌤
애들 학습지

예비고1 시기가 되면 국어의 격차는 눈에 띄게 벌어진다. 누구는 다섯 문단을 훅 읽고 문제를 빠르게 풀어내는데, 누구는 한 문단 앞에서 몇 분씩 멈춰 선다.


이후 마주한 성적표 앞에서 부모님들은 말하신다.

우리 애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나는 현장에서 다른 장면을 마주하며 느낀다. 그게 단순히 노력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국어는 아이의 발달, 기질, 환경이 겹겹이 얽힌 능력이기에 쉬이 진단할 수는 없다.

1. 어떤 아이는 읽기 자체가 버겁다


문단을 통째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난독이나 언어 처리의 문제일 수 있지만 오히려 부모는 잘 모른다.


이런 조심스러운 일은 섣불리 말하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또 기분 상한다고 학원을 그만두는 일도 있어서 선생님들은 쉽게 입을 떼지 못한다.


집에서 책을 거의 보지 않는 아이의 상태를 부모가 혼자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학교나 학원에서 전하는 짧은 보고 한 줄이 부모가 아이를 파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실마리가 된다.


2. 집중력은 한 가지 능력이 아니다


우리 학원을 다녔던 H는 그림을 놀랄 만큼 잘 그렸다.

장난스럽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는 밈 그림을 가져오면 그 완성도는 눈에 띄게 깊었다. 얼마나 집중해서 그렸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아이에게 독서 지문, 문학 지문은 몇 문장만 지나면 금방 벽이 되었다.


그림은 몇 시간이고 들여다볼 수 있는데

문장은 끝까지 붙잡지 못하는 것이다.


그때 알았다. 집중력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이미지에 몰입하는 힘과 언어를 따라가는 힘은 완전히 다른 회로라는 것을.


H는 중학 과정은 꾸준히 따라왔고 성적도 많이 올랐지만, 수직으로 상승한 예비고1 과정 난이도 앞에서는 결국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멈췄다.


숙제를 계속 안해오다가... 결국 학원은 떠났다. 학교는 다니고 있으나 공부는 살짝 놓아버린... 그런 후기가 살짝 전해지기도 했다.

3. 아이마다 이해의 방식이 다르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받아들인다. 어떤 아이는 구조로 이해하고, 어떤 아이는 이미지로 떠올리고, 어떤 아이는 소리와 리듬으로 의미를 찾는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아이들에게 같은 속도, 같은 방법, 같은 기준을 요구한다.


그 결과로 나온 성적을 진짜라 할 수 있을까?


4. 그래서 나는 아이의 길을 먼저 찾는다


예비고1 시기가 오면 떠나는 아이도 있고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도 있다.


성적 좋은 애들 배출이야 금방 한다. 공부 머리 괜찮은 애들에게 노가다(?)식으로 많이 공부시키면 나오는 건 괜찮은 성적이다.


하지만 성적보다 더 중요한 깨달음은 이것이다.


내 역할은 아이마다 가진 이해의 방향을 먼저 읽어내고 그 방향과 국어라는 길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일이라는 점이다.


각자에 맞는 맞춤형 길을 가르쳐주는 것...

쉽지만은 않고 정답도 없다.


그렇지만 오늘도 나는 잠시나마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나름 괜찮은 길잡이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