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온도와 꾸중의 깊이
다른 학원의 등록을 취소하고 우리 학원으로 상담을 오는 학생들은 대체로 성적 하락을 이유로 ‘철새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1순위다. 그런데 의외로 “선생님에게 너무 혼나서 감정이 상했다”라는 이유도 꽤 많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묘하게 불편해진다. 교육의 핵심은 결국 ‘사람’인데, 감정이 틀어져 버리면 배움 자체가 닫혀 버리기 때문이다.
가르치다 보면 화가 치밀 때가 분명히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세 가지다.
1. 머리는 있는데 노력을 안 하는 학생
2. 공부도 안 하면서 늦게까지 릴스를 보다가 졸고 들어오는 학생
3. 심지어 책조차 가져오지 않는 학생
솔직히 말하면 셋 다 별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책을 안 가져오는 경우는 황당함의 급이 다르다.
그 아이 때문에 흐름이 끊기고, 지도 시간까지 낭비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신머리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 원장님은 이런 학생들을 단칼에 집으로 돌려보낸다.
나름의 원칙이 있으신 것이겠지만, 나는 아직 한 번도 그렇게 해보지 못했다.
그런 결단력은 경험에서만 나오는 리더십이자 노하우 같다.
정말 집이 먼 학생은 어쩔 수 없이 복사를 해주지만, 그때 원장님은 정확히 ‘한 번만’ 봐준다.
그리고 재밌게도 그 한 번을 겪고 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음부터는 아주 잘 챙겨 온다.
고등부는 특히 모의고사와 교재 모두 해당되는데, 기준이 명확하니 아이들도 헷갈리지 않는다.
반면 나는 그리 엄격하지도, 혼을 잘 내지도 못하는 편이다.
어두운 아이든 밝은 아이든, 일단은 차분하게 현재 상황을 분석해 주고 그 위에 작은 칭찬과 농담을 얹는다.
“이 문학 지문은 길어 보여도 원래 8분 안에 풀어야 해.
그런데 지금 지문 읽는데만 7~8분 걸렸지?
괜찮아 괜찮아~ 연습하면 다 늘어.
보기를 먼저 보고 인물·사건·배경 중심으로!
도로로 가야지... 무면허 운전할 거야? 배운 대로 가~. “
나는 실력이 부족한 아이일수록 먼저 마음을 다독이고, 그다음 1부터 10까지 차근차근 길을 열어주려 한다.
처음부터 이런 텐션이었던 건 아니다.
사실, 내가 이렇게 부드러운 선생님이 된 것은 우리 학원 분위기의 힘이 크다.
맞다. 그 반 전체의 공기가 선생님의 화의 농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긴장감이 잘 형성된 반에서는 굳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
말 한마디면 공기가 바로 정돈된다.
예전에 정말 꽥 소리를 질러본 적이 있다. 무서워하라고? 아니 그냥 감정의 표출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정말 별별 말썽꾸러기들이 많았고 나도 어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연 그것이 옳은 지도였을까. 그 내가 쏟아냈던 훈계들이 진짜 들어 먹혔을까?
그 질문이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결국 교사의 말은 온도와 깊이로 아이들의 마음에 각인된다. 칭찬은 따뜻한 온도로, 꾸중은 깊이를 조절하며. 우리는 그 사이의 미묘한 결을 어떻게 가늠하며 지도해야 할까.
나는 여전히 그 질문 속에서 하루하루 배우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어른인 나’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