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원 아이들 이야기 : 9

칭찬의 온도와 꾸중의 깊이

by 부지런한개미쌤
학교의 국어 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로 2학기 중간 국어 평균이 47점, 이 학생은 85.6점으로 396명중 전교 4등을 했다. (1등급)


다른 학원의 등록을 취소하고 우리 학원으로 상담을 오는 학생들은 대체로 성적 하락을 이유로 ‘철새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1순위다. 그런데 의외로 “선생님에게 너무 혼나서 감정이 상했다”라는 이유도 꽤 많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묘하게 불편해진다. 교육의 핵심은 결국 ‘사람’인데, 감정이 틀어져 버리면 배움 자체가 닫혀 버리기 때문이다.


가르치다 보면 화가 치밀 때가 분명히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세 가지다.


1. 머리는 있는데 노력을 안 하는 학생

2. 공부도 안 하면서 늦게까지 릴스를 보다가 졸고 들어오는 학생

3. 심지어 책조차 가져오지 않는 학생


솔직히 말하면 셋 다 별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책을 안 가져오는 경우는 황당함의 급이 다르다.

그 아이 때문에 흐름이 끊기고, 지도 시간까지 낭비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신머리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 원장님은 이런 학생들을 단칼에 집으로 돌려보낸다.

나름의 원칙이 있으신 것이겠지만, 나는 아직 한 번도 그렇게 해보지 못했다.

그런 결단력은 경험에서만 나오는 리더십이자 노하우 같다.


정말 집이 먼 학생은 어쩔 수 없이 복사를 해주지만, 그때 원장님은 정확히 ‘한 번만’ 봐준다.

그리고 재밌게도 그 한 번을 겪고 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음부터는 아주 잘 챙겨 온다.

고등부는 특히 모의고사와 교재 모두 해당되는데, 기준이 명확하니 아이들도 헷갈리지 않는다.


반면 나는 그리 엄격하지도, 혼을 잘 내지도 못하는 편이다.

어두운 아이든 밝은 아이든, 일단은 차분하게 현재 상황을 분석해 주고 그 위에 작은 칭찬과 농담을 얹는다.


“이 문학 지문은 길어 보여도 원래 8분 안에 풀어야 해.

그런데 지금 지문 읽는데만 7~8분 걸렸지?

괜찮아 괜찮아~ 연습하면 다 늘어.

보기를 먼저 보고 인물·사건·배경 중심으로!

도로로 가야지... 무면허 운전할 거야? 배운 대로 가~. “


나는 실력이 부족한 아이일수록 먼저 마음을 다독이고, 그다음 1부터 10까지 차근차근 길을 열어주려 한다.


처음부터 이런 텐션이었던 건 아니다.

사실, 내가 이렇게 부드러운 선생님이 된 것은 우리 학원 분위기의 힘이 크다.


맞다. 그 반 전체의 공기가 선생님의 화의 농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긴장감이 잘 형성된 반에서는 굳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


말 한마디면 공기가 바로 정돈된다.


예전에 정말 꽥 소리를 질러본 적이 있다. 무서워하라고? 아니 그냥 감정의 표출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정말 별별 말썽꾸러기들이 많았고 나도 어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연 그것이 옳은 지도였을까. 그 내가 쏟아냈던 훈계들이 진짜 들어 먹혔을까?


그 질문이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결국 교사의 말은 온도와 깊이로 아이들의 마음에 각인된다. 칭찬은 따뜻한 온도로, 꾸중은 깊이를 조절하며. 우리는 그 사이의 미묘한 결을 어떻게 가늠하며 지도해야 할까.


나는 여전히 그 질문 속에서 하루하루 배우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어른인 나’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