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아이
나는 조용한 학생을 보면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
반응이 없으니 수업 내용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도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마치 게임 공략을 하듯, 조용하고 말이 없는 아이들을 웃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중세국어의 모음조화를 가르칠 때면 아이들 이름에 그 법칙을 적용해 개명해 준다.
김도언이 ‘김도안’이 될 때는 별 반응이 없지만, 송현우가 ‘숭현우’가 되는 순간 교실은 폭소로 가득 찬다.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예외가 없다.
내 미션은 단 하나다.
자기만의 세계로 단단히 둘러싸인 갑옷을 깨고 그 속에 숨은 마음을 꺼내는 것.
그래서 나는 종종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고, 수업 중에는 1인 다역 성대모사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긴장시키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우리 학원의 쌍둥이 자매, D와 F다.
둘 다 일 년이 가도록 조용하다.
처음엔 너무 똑같이 생겨서 누가 누군지 두 달은 헷갈렸다.
다행히 교재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 몰래 확인하며 이름을 불러줄 수 있었다.
이제는 눈썹 모양이나 머리카락 길이로도 구분이 된다.
하지만 겉모습을 알아본다고 해서 그들의 속까지 읽히는 건 아니다.
둘 다 성실하고 태도도 비슷하다. 웃는 얼굴마저 닮았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내가 같은 아이를 두 번 가르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아이들의 성적 보고서를 쓸 때가 제일 어렵다.
둘 다 정말 성실하고, 수업 시간에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는데 머리에 남는 게 없어 보인다.
노력은 분명히 있는데, 그 노력이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마치 젖은 흙 위에 글씨를 쓰면 금세 지워지듯, 아무리 새겨도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님께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늘 망설이게 된다.
‘노력은 하는데 결과가 없어요.’ 이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까.
누구는 공부머리가 없어도 끈기로 성취를 보여주는데, 이 둘은 늘 제자리다.
그래도 다행인 건 국어가 그나마 제일 낫다는 점이다.
덕분에 우리 국어학원은 아직 교체(?)되지 않았다.
우리 원장님 말씀은 늘 같다.
“고선생님, 아무리 못해도 우리가 꼴찌는 되면 안 돼요.”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해 보강하며 얼굴도 모르는 수학, 영어 선생님과 경쟁한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건 있다.
언니 D가 조금 더 논리적인데, 동생 F는 운이 좋다.
시험을 보면 꼭 F가 한두 문제 더 맞는다.
찍어도 맞는다.
그럴 때마다 F는 멋쩍어하고, D는 당황스러워한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아주 희미하게나마 그들의 ‘다른 얼굴’을 본다.
나는 아직 이 쌍둥이의 마음을 완전히 얻지 못했다.
가끔 교실 한쪽에서 미소가 스치듯 지나가면, 그게 나의 작은 승리다.
오늘도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그들의 마음을 조금 더 열 수 있을까.
누군가 그 방법을 알려준다면 좋겠다.
하지만 어쩌면, 그 마음을 여는 건 내가 아니라 그들 자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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