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원 아이들 이야기 : 5

통장의 쥐구멍

by 부지런한개미쌤

요새 학원비가 꽤 비싸다.

우리 학원은 원장님이 십 년째 원비를 동결해 오셔서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그래도 초·중·고 학생 수가 꽤 많다.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원장님이 가져가는 돈이 얼마일까. 역시 자영업이 최고다 싶다.


진짜 요새는 원비 올리기 힘든 경제 상황이다. 문 닫은 상가가 많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와중에도 요즘 아이들의 씀씀이를 보면 돈의 무서움을 모른다.


커피 대신 단 음료를 마시니, 음료값만 해도 세 배는 더 든다. 커피 한 잔 1,500원, 스무디는 4,500원.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 인당 7~8천 원, 마라탕이라도 한 번 먹으러 가면 하루 만 원은 훌쩍 넘는다.


화장도 기본이다. 틴트, 파운데이션, 각종 화장품이 가방 안에 들어 있다.

심지어 공부엔 관심 없는 아이들이 필통에 쓸모없는 펜을 잔뜩 넣고 다닌다.


“ㅇㅇ야 너는 숙제도 이렇게 안 해오는데 샤프는 왜 이렇게 많냐?”라고 물으니

“저는 필기구를 사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 란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것만 해도 한 달 기본 지출이 20~30만 원.

주말에 친구들이랑 노는 비용까지 합치면 더 늘어난다.

그리고 기본 과목인 영어, 수학 학원에 여유 있는 집은 국어까지, 과학이나 한국사 학원까지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전 과목을 학원에서 배우는 학생들을 보면, 학원비만 해도 한 달에 100만 원은 훌쩍 넘는다.


우리 아이는 이제 3살이다. 말은 또래보다 잘하긴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무조건 잘하리라는 확신은 없다. 공부는 팔자라는 말이 있듯이 시킨다고 하는 게 아니니까.


솔직히 말해서 중학교쯤 돼서 공부 머리가 없으면

나는 ‘빈 장독대에 물 붓기’식 장기투자를 할 마음이 없다.

그 돈이면 차라리 애 이름으로 매달 저축하고 투자하는 편이 아이 인생에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


요즘은 맞벌이가 많아, 집에 두면 공부는커녕 노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니 “그 시간에 학원 가서 뭐라도 해라”라는 마음으로 보내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월 100이 귀한 학원비지만,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감시형 스터디카페 비용이 된다. 결국 100만 원씩 바닥에 쏟아붓는 일도 생긴다.


그럴 때 마음이 답답하다. 학부모님, 제발 통장의 쥐구멍을 막으세요. 외치고 싶다. 알면서도 못 막는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나도 안다.


요즘은 중간고사가 끝나면 또 한 달 반 뒤에 기말이 다가온다.


시험 또 시험.


공부에 재능도, 관심도 없는 아이들이 학원에 묶여 목적의식을 잃은 채 헤매는 걸 본다.


가끔 그런 아이들의 부모님이 학원에 전화를 건다.

“계속 보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럴 때마다 원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머니, 고등교육을 잘 받아도 세상 나가면 밥벌이가 쉽지 않습니다. ㅇㅇ이는 이번 학기에 ~부분이 부족해서 시험을 잘 못 쳤을 뿐이지, 많은 걸 익히고 느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도 세상을 배우고 익히고 알아볼 기회입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는 과연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십 년의 관록이다.


최근 고교학점제로 자퇴 후 수능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데, 그 아이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배움은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알아가는 일’이라고.


원장님은 그럴듯한 말로 결국 쥐구멍이 막힐 틈을 주지 않으셨다. 초·중·고를 통틀어, 낸 만큼 배워가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배움은 언제나 돈의 양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학원에서, 누군가는 길 위에서, 또 누군가는 아주 늦게서야 배운다.

문제는 ‘얼마나 배웠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잃지 않았느냐’ 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통장엔 쥐구멍이 생기지만, 아이의 마음에도 틈이 생긴다. 그 구멍을 메우는 건 돈이 아니라, 아이를 믿어주는 시간일 것이다.


언젠가 그 시간이 쌓여, 진짜 배움의 씨앗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