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를 할 수 있다.", "누구나 ○○○가 될 수 있다."라는 생각. 사회생활을 오래 하면서, 실력은 없으면서 말만 앞서는 자칭 전문가나, 전문가로서의 존경을 받을 만한 인품이 아닌 사람들에게 시달려서인지, 누구든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여기저기 손대게 된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어서 뭐든지 어느 정도 세팅이 되면 오픈하곤 하는데, 이번에 오픈한 것은 정말 기본적인 것만 세팅한 유튜브 채널이다. (링크는 부끄러우니까 생략, 약 10명의 지인에게만 알린 상태.)
작년에 외장하드에 쌓여 있는 아가 영상을 보면서 문득 어딘가에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병이 또 도진 것이다. 기록관리가 내 적성엔 딱인데 너무 늦게 알았다. 아무튼, 지인 유투버에게 추천받은 영상 편집 앱으로 간단히 영상을 만들어보면서 '유튜브 해볼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유튜브 관련 과정까지 이수했고, "일단, 지금 시작하세요."라는 강사의 한 마디에 채널을 개설했다. 아마 그때 개설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유튜브 해볼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파워포인트로 로고를 만들고, 손글씨로 채널 이름을 써보면서도, 유튜브의 키즈채널 정책 변화 계획을 알고 있어서인지 마음이 뒤숭숭했다.
| 유튜브 키즈 정책
이제 유튜버는 동영상이 아동용인지 아닌지 여부를 설정해야 한다. COPPA(아동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법)에 관한 FTC(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유튜브에서 '아동용'으로 지칭하는 아동 대상 동영상은 '아동이 주요 시청자인 동영상'이다. 내가 개설한 채널이나 동영상이 아동용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애매하지만, 일단 동영상은 모두 아동용으로 설정했다. (까칠하긴 해도, 웬만한 말은 잘 듣는 편.)
아동용 동영상 여부 판단시, 고려해야 할 요인
○동영상 주제(예: 유아 및 미취학 아동을 위한 교육용 콘텐츠)
- X. 현재 올리고 있는 것은 일상 콘텐츠다. 교육용 콘텐츠도 기획 중이지만, 그건 다른 채널을 개설할 예정이다. 동일 채널에 재생목록으로 구분하든지, 다른 아이디로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방법도 있지만, 채널 전체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동영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고민 중이다(소심). 하나만 관리하고 싶은데(귀찮).
○동영상에서 의도한 시청자층 또는 실제 시청자층이 아동인가요?
- X. 육아 vlog에 가까워서 기획할 때부터 시청자층은 성인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실제 시청자층은 살펴볼 수 없다.
○동영상에 아동 배우나 모델이 출연하나요?
- △. 키즈가 아닌 베이비는 괜찮은 건가? 배우나 모델이 아닌 일반 아동은 괜찮은 건가? 참고로, 연예인의 자녀인 아동이 출연하는 육아예능인 "MBC 아빠 어디 가"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은 아동 동영상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
○동영상에 아동의 관심을 끄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만화 주인공 포함 캐릭터, 유명인, 장난감이 등장하나요?
- O. 아무래도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동화책, 장난감(자동차, 인형 등) 등이 들어간다. 키덜트는 어떻게 되는 걸까?
○동영상에 나오는 말이 아동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나요?
- △.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아동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상황을 쓰는 자막은 양육자가 아닌 아동이라면 이해하기 쉽지는 않다.
○동영상에 연극, 간단한 노래나 게임, 조기 교육 등 아동의 관심을 끄는 활동이 포함되어 있나요?
- △. 아이가 부르는 동요나 내가 부르는 자장가가 포함된다. 애매하다.
○동영상에 아동의 관심을 끄는 노래, 이야기, 시가 포함되어 있나요?
- △. 동화책 낭독이 있긴 한데, 그게 아동의 관심이 끌어지는 건가?
○그밖에 동영상 시청자층에 대한 실증적 증거와 같이 동영상의 시청자층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
-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콘텐츠가 아동을 대상으로 광고되는지 여부
- X. 광고되지 않는다.
동영상이나 실시간스트리밍 아동용 설정시, 제한 사항
○개인 광고 : 이 제한 사항 때문에 키즈 유튜버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대부분 협찬이 더 많아서 광고로 인한 수입에 영향을 받는 유튜버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아직 수익이나 광고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댓글 : 개인적으로 EBS의 핫한 캐릭터인 펭수와 번개맨이 댓글로 소통하는 것과 그들을 향한 애정 가득한 댓글이 좋았는데, 댓글창이 막힌 점이 너무 아쉽다. 아동만 댓글을 쓰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생각 없이 막 써대는 사람이 있으니, 올바른 방향인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채널 워터마크 브랜딩 : 워터마크도 만들었는데, 쳇.
○기부 버튼 : 유튜브에 이런 기능도 있었구나.
○카드 또는 최종 화면 : 최종 화면 설정하려고 마지막 화면 이미지도 다시 넣었는데, 이미 넣어버린 이미지는 수정할 수 없어서 애매해졌다. 뭔가 만들다 만 느낌.
○실시간 채팅 또는 실시간 채팅 기부 : 실시간으로 뭔가 할 생각이 없지만, 이런 것을 좋아했던 분은 아쉬울 듯.
○종 모양 알림 아이콘 : 같은 시간대에 일정하게 올리는 것이 좋아서 업로드 예약을 걸어놨는데, 알림 설정이 되지 않으면 의미 없지 않을까?
○소형 플레이어에서 재생 : 이건 왜 안 되게 한 건지 잘 모르겠다.
○Super Chat 또는 Super Sticker : 이건 뭔지 모르겠다.
○재생목록에 저장 : 이것도 왜 안 되게 한 건지 모르겠다. 지금 못 보는 상황이면 다음에 보려고 저장하는 것 아닌가? 제한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채널 아동용 설정 시 제한 사항(동영상/실시간스트리밍 아동용 설정시 제한 사항 포함)
○스토리 : 뭔지 모르겠다. 모르는 게 많네.
○채널 페이지의 커뮤니티 탭 : 팬이 많았던 채널은 정말 아쉬울 듯.
○종 모양 알림 아이콘 : 알림 설정은 여러모로 편한 것 같은데 왜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
○채널 멤버십 : 이런 것도 있구나.
○시청자는 '나중에 볼 동영상에 저장'이나 '재생목록에 저장' 기능 사용 불가 : 이건 좀 풀어줘도 되지 않을까?
| 이런저런 생각
유튜브 키즈 채널 제한 사항
나야 이제 시작하니 그런가 보다 하지만, 오래 운영해왔던 사람들은 했던 것을 못하게 되어서 많이 아쉬울 것 같다. 뭐든지 줬다 뺐는 것처럼, 없다가 있는 것은 괜찮아도, 있다가 없는 것은 힘든 것이니까. 그리고 유튜브에서 해당 기능을 제한한 이유를 작성해주면 좋겠다. 이유를 지레짐작할 뿐이라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어려운 영상 편집
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대학을 그만두고 웹디자인을 배워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예전부터 음악이나 미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일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웹디자이너 친구의 작업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접었다. 게으르고 호불호 강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계속 반복되는 작업, 클라이언트의 애매한 요구 등. 영상도 마찬가지다. 미묘한 차이가 크게 느껴져서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그래서 그냥 심플하게 가기로 했다. 자막 싱크도 안 맞고 어설프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역시, 파워포인트
내가 가장 좋아하는 OA SW는 파워포인트다. 로고부터 썸네일까지 모든 이미지는 파워포인트로 작업했다. 물론,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작업하는 게 훨씬 깔끔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것으로 시작해야 재미를 붙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나는 다른 프로그램을 쓰지 않을 테지만.
상표권
최근 펭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펭수의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상표권 등록은 당연하지만, 시작 단계부터 하기에는 뭔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고 방향도 바뀔 수 있으니까. 물론, 상표권 신청한다고 모든 것이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배테랑 변리사라도 결과를 통보받기 전까지는 모른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등록해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야겠다. 나이는 먹어가고, 할 일은 많아지고.
목소리
나는 내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진짜 네 목소리로 말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정도로 예쁜 척하는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라서 별로다. 예쁜 척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더 별로라고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목소리 좋다고 말해주는 분들도, 행사 때마다 진행이나 낭독을 맡기는 분들도 많아서, 예전보다는 괜찮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에 있는 내 목소리가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순간순간 뜨끔하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
자기소개서(자소서라 쓰고 자소설이라 읽는다.)를 써야 할 것 같은 소제목이다. 일단, 시작한 것에 만족한다.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것이 구체화되고 어떠한 실체로 나타나는 것은 무척 멋진 작업이다. 키즈 채널의 확장성이 적어져 다른 방안도 구상 중이다. 동일한 주제의 콘텐츠지만, 아동용으로 설정하지 않아도 되는 동영상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아직 재생목록 기능도 잘 몰라서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현재는 곰믹스 무료 버전으로 편집 중이고, 촬영도 내 휴대폰인 LG V40으로 하고 있다. 심플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로도 충분하다. 나중에 편집이 손에 익고 다르게 편집해보고 싶다면 업그레이드해볼 생각은 있지만, 초기에 많은 비용을 투자할 생각은 없다(돈이 없다).
블로그도 같이 운영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그것까지는 할 자신이 없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두고 고민할 때 유튜브까지 생각했다면 아마 블로그를 선택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초안만 써놓은 글이 쌓여가고 있는 브런치만으로도 벅차다. 언젠가 브런치와 유튜브를 합칠 날이 오겠지. 그냥 하는 거지 뭐.
펭언. EBS 자이언트 펭TV 갈무리.
모니터링하면서 심하다 싶은 동영상(아이에게 화장을 시키거나, 매운 것을 먹게 하는 것 등)도 있었고, 유튜브를 운영하거나 출연하는 아동의 초상권과 노동권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아이의 얼굴이 들어간 영상이라서 나중에 아이가 커서 싫어하면 당연히 내릴 생각이다. 요즘 떼쓰는 게 늘어난 아이에게 지칠 때, 일상에서 지쳐갈 때, 아이의 예전 영상은 내게 큰 힘이 된다. 이건 순전히 나를 위한 작업이다. 단지 아이가 컸을 때,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반면, 노동권 문제는 없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촬영하는 것이지 내가 스토리를 짜서 행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 촬영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도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