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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Jul 15. 2020

기저귀, 이젠 (제발) 안녕!!

얼마 전, 4살 딸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모 삼촌 선생님 하지 말고, ○○(딸 이름)이 엄마 해요."

악. 내 마음에 스크래치.


올 상반기에 계획했던 일을 50% 정도 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된 강의에 올인하느라 아이 유튜브도 잠시 멈췄고, 시작조차 못한 일도 있다. 그러면서도 엄마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부족한가 보다.


평일에는 나와 아이만이 저녁부터 밤 시간을 보낸다. 남편이 매일 야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업무는 오후까지 끝내야 한다. 아이의 하원과 동시에, 엄마 역할로 변신해야 하니. 그래도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은 꼭 남편이 하게 한다. 하루에 한 번은 아빠 얼굴을 보여주려고. 등원 준비물과 옷은 모두 내가 챙긴다는 건 안 비밀.


그나저나 이번에 넘을 육아 산(?) 아이의 '기저귀 떼기'다. 두 돌 지나고 어린이집에서 배변 프로그램을 하길래 변기에 앉혀보면서 조금씩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가 스트레스받는 것 같아서 그만했다. 주변 아이들이 기저귀를 떼는 것을 보면서 조급한 마음도 들었고, 아직도 기저귀하면 어쩌냐는 말이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육아는 케바케니까. 기저귀 떼는 건 늦어도 말은 빠르잖아. 

 

기저귀를 일찍 뗀 아이들 중, 그 과정에서 이불 빨래를 여러 번 했다는 이야기, 다 뗐는 줄 알고 팬티 입혀 외출했는데 밖에서 실수했다는 이야기 등을 들으면서, 늦게 뗄수록 그런 실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고양이 모양이 그려진 팬티를 사 가끔씩 아이에게 보여주며 관심을 가지게 했다.


36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그 팬티를 입고 싶다고 하길래, 주말 오전 응가를 하고 나서 팬티를 입혀놨다. 그리고 쉬하고 싶으면 말하라고 했다. 기저귀 입은 것과는 또 다른 귀여움이더라.


아무튼, 쉬하고 싶은 생각과 함께 쉬가 나오는 것인지, 아이는 두 번 정도 서 있는 상태로 쌌다(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한 장면처럼). 멘붕이고 울컥하긴 했지만 화내면 안 되니, 꾹 참고 괜찮다며 긴장한 아이를 안아줬다. 정말 다행인 것은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싸서 입었던 팬티와 쉬 닦은 수건만 빨면 됐다는 거다. 이런 효녀.


노력의 결과인지, 며칠 전부터 "쉬하고 싶어요."라며 화장실 갈 때까지 조금 참는 걸 익혔다. 처음엔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를 안아 화장실로 달려가 급히 아이용 변기를 일반 변기에 올렸는데, 이젠 걸어서 천천히 올릴 정도가 됐다. 되돌아보면 팬티 입혀 배변 훈련을 한지 약 한 달이 걸렸다. 주말에만 했고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면 쉬기도 했으4~5일 정도 한 거다. 그중에 2, 3번 실수하고 이 정도 하는 거면 괜찮은 결과인 듯하다.


쉬는 어느 정도 된 것 같은데, 아직 응가는 복불복이다. 어린이집 하원 후에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에 들어오면 그즈음에 응가를 하길래, 집에 오자마자 변기에 앉힌다. 그때 응가를 하면 폭풍 칭찬과 함께 응가가 엉덩이에 묻지 않아 좋지 않냐는 등의 말을 한다. 팬티에 응가를 해버린 날도 있긴 하지만, 그러면서 떼는 거겠지.


가장 큰 문제는, 특정 화장실 변기에만 앉는다는 거다. 일반 변기 위에 올리는 아이용 변기를 다른 화장실 변기에 올리면, 원래 있던 변기로 옮겨달라고 한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배변 훈련도 못하고 있다. 고민이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러 단계(?)를 자연스럽게 넘었다. 응급실에 가본 적도 없고, 두 돌까지 먹이려던 분유도 돌 무렵에 (젖병을 던지며) 거부해서 우유로 대체하면서 이유식만 먹였다. 두 돌 즈음 장염이 심하게 와서 입원한 적은 있지만, 그래도 크게 신경 쓰이게 한 게 없다. 기저귀 떼기도 그럴 거다. 다만, 조금 늦을 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게 내 몫일 거다.


기저귀를 늦게 떼는 것에는 아이의 성격도 한몫하는 것 같다. 겁도 많고 조심성도 많은 편이라(어디에 앉든지 안전벨트를 꼭 해야 하는 성격), 뭔가 자기가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작하고 나면 거침없다. 이럴 때 보면 딱 내 딸이다. 성격이 넘나 나인걸. 앞날이 걱정된다. 쩝.


아무튼, 지금 쓰는 기저귀는 가장 큰 점보 사이즈이지만, 아이가 물을 많이 먹는 편이라 쉬 용량을 감당하지 못한다. 딸, 이제 기저귀 그만 사자.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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