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최애 프로그램 <동물농장>

by 고양이상자

TV 없는 우리 집에서 가족이 함께 찾아보는 TV 프로그램 중의 하나는, <SBS 동물농장>이다. 여러 논란이 있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우리 부부뿐 아니라 아이도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보는 편이다. 본 후에는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 시간이 꽤 괜찮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는 약육강식 상황이 적나라하게 나오기 때문에(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같이 못 보지만, 언젠가 함께 보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



| 고양잇과 동물


내가 고양이를 비롯한 고양잇과 동물을 좋아하니까 아이도 영향을 받았는지 그런 동물을 좋아한다. 고양이 중에서도, 나는 호랑이와 표범을 가장 좋아하고 아이는 사자와 치타를 가장 좋아한다. 미묘한 차이. 아무튼, 고양잇과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는 거의 다 봤다.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아이는 고양잇과 특유의 ‘하악질’ 등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장난치기도 한다.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고양이를 좋아하길 바랐는데 꿈이 이뤄졌다. 아이의 물품을 고를 때 아이와 함께 고르는데, 아이가 자주 고르는 건, 공룡, 고래, 포클레인, 소방차, 당근, 딸기, 그리고 고양잇과 동물이 디자인된 물품이다. 언젠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생길 때까지는 이렇게 같이 즐기며 행복한 것으로 만족한다.



| 동물 구조


넓은 집에서 여러 마리의 반려 동물을 키우는 내용보다는,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동물 이야기나 구조가 필요한 야생 동물 이야기 등을 보는 편이다. 행복하고 예쁜 모습을 보면서 힐링하는 것도 좋고, 동물을 돌볼 여유(시간적, 경제적)가 있는 사람이 동물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힘든 상황의 동물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조 이후의 내용이 궁금할 때가 있다. 만약 구조 후 입양이 되지 않아서 안락사를 시킨다면, 구조하지 않고 길에서 살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척박한 길에서 서로 의지하며 지내던 동물들을 인간의 편의에 따라 갈라놓을 때는 황당하기도 했다. 요즘은 그래도 후기 방송을 종종 하기도 하지만, 후기가 궁금한 동물 이야기가 아직도 많다. 잘 살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가끔 개인이 야생 동물을 구조해서 키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동물에겐 자연이 좋다며 야생 훈련 기간도 없이 방생을 시켜서 구조자와 동물을 생이별(?) 시키기도 했다. 그러면서 동물원 이야기가 이어지는 아이러니. 동물원의 필요성도 알고 있지만, 뭐가 옳은 건지 잘 모를 때가 많다.



| 아쉬운 진행자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넷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프로그램에는 영상과 성우 내레이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진행이 너무 어색하고 재미없어서 진행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의 앞뒤 부분은 스킵하고 본다. 예전엔 2분 정도였는데 요즘은 5분 정도 할애하더라. 재미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재미도 없다. 게다가 반응이 너무 가식적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어서 보고 있기가 어렵다.


특히, 영상에 안쓰러운 부분이 나올 때면, 여성 진행자 한 명이 혀를 쯧쯧차는데 그 소리가 너무 거슬린다. 준비한 영상과 그 소리가 겹치니 그대로 내 보내는 건가 보다.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이도 무섭다고 할 정도다.


아줌마가 또 쯧쯧했어.
하지 말라고 해주세요.


내가 해줄 수 없는 일이다. 시청자 게시판에 쓸 일도 아닌 것 같고, 그럴 만큼의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두 푼도 아닐 그들의 출연료는 동물을 위해 쓰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을 뿐이다.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 암컷 수컷 구분


얼마 전, 마당에서 사는 수컷 개 이야기가 나왔다. 어느 날, 그 개의 집에서 새끼 강아지들이 발견됐는데, 수컷 개가 새끼들을 너무 살뜰하게 챙겨서 모두 아빠라고 여겼고, 그 집을 오가는 암컷 개가 엄마라고 여기는 상황이었다. 확실히 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해서 친견 찾기를 했는데, 엄마는 맞았으나 아빠는 아닌 것으로 나왔다. 모두 당황. 수컷 개가 너무나 다정하고 순둥순둥 했던 거다. 그것을 보던 아이는 갸우뚱하더니,


(수컷 개를 가리키며)
역시 아빠가 아니라, 엄마였어.


라고 했다. 아이는 사람을 여자 남자로 구분하긴 하지만, 아직 암컷 수컷 구분을 잘 못한다. 수컷 개가 아빠가 아니라는 결과를 보더니, 역시 엄마란다. 새끼를 잘 돌보길래 엄마라고 생각했다며 으쓱한다. 자기가 맞았다며 신나 하더니, 강아지들은 엄마가 둘이니 행복하겠다고 했다. 오늘도 아빠는 반성.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는 암컷을 분홍색으로, 수컷을 하늘색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구분한 색으로 동물의 성을 구분하면서 여자 색은 분홍색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색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표시로 구분하는 것이라고 알려 줬다. 뾰족한 화살표 모양이 있는 게 수컷, 병원 모양이 있는 게 암컷이라고 말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여자아이들이 분홍을 좋아하는 건 본능이라고, 결국은 핑크 공주가 되더라고. 예전에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모델 출신 방송인은 이런 말을 했다. 자기는 중성적인 딸로 키우고 싶어서 파란 계열만 입혔는데 결국은 분홍을 좋아하더라고 말이다. 파란 계열만 입힌 것도 이상하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색이 있는데 여아에게 파란색을 남아에게 분홍색을 입히면 중성인가.


아무튼, 여자아이들이 분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미디어나 또래에 의해 학습되기 때문이다. 아이를 기르면서 더욱더 확신하게 된다. 어린이집의 학습 교재나 영상 등을 일일이 검수할 수도 없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홍으로 꾸민 친구들을 관리할 수도 없으니, 집에서라도 양육자가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의 영향으로 잠시 왔던 핑크병이 지나가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1년은 갈지 알았는데 3개월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었다. 마음을 놓진 않았다. 취학 전에 또 올 수도 있고, 성인이 되어서 올 수도 있겠지. 그땐 취향을 존중하겠지만, 지금은 다양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그 다양한 것 중에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면 좋겠다.


어느 날, 곤충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보던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랑 짝짓기 할래


얼마나 설명을 했던지 모른다. 그래도 엄마랑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거란다. ㅎㅎㅎ 나중에 알겠지, 뭐.



| 아이의 꿈


아이의 꿈은 계속 바뀐다. 빨간색과 자동차를 좋아하다 보니 한동안 소방관이 꿈이었다가, 도둑을 잡는 경찰관이 꿈이었다가, 포클레인을 타는 기술자가 꿈이었다가, 요즘은 동물 의사 선생님이 꿈이다. <동물농장>에 나오는 수의사들이 아픈 동물을 치료해주는 모습이 멋진가 보다. 요즘 장난감을 고쳐주는 <꼬마 의사 맥스터핀스>를 자주 본다. 양 인형이 공주과라 좀 그렇지만, 뽀로로의 루피만큼 거슬리진 않다.


그리고 동물농장에 나오는 능력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커 보인다. 아이는 그분이 나올 때면 신나서 그분의 성함을 크게 부르며 반가워한다.


이탄통 토탕님!!
(이찬종 소장님!!)

소장님 만나려면 동물을 길러야 한다고 하니, 안 된단다. 강아지나 야옹이가 자기 장난감이나 책을 물어뜯을 것 같아서 싫기도 하고, 응가를 여기저기 쌀 것 같아서 싫다고 한다. 가르치면 되지 않냐고 하니, 초등학생이 되면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단다. ㅋㅋㅋ 귀엽다고 무작정 키우자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 편, 하고 싶은 것을 누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이가 무슨 이야기이든 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정말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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