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지 않아도, 귀여워

동음이의어, 비슷한 발음, 한국어와 영어

by 고양이상자

짧은 혀로 귀엽게 말하던 아이의 발음은 5, 6세를 보내며 꽤 정확해졌다. 안마해주겠다면서 힘껏 때리길래 ‘살살’해달라고 했더니, "탈탈, 탈탈"이라고 하면서 손만 갖다 대던 아이가 그립고 아쉽기도 하다. 여전히 귀엽지만.


아이의 한 마디에 빵 터지면 잊기 전에 스마트폰에 적어놓는다. 그동안 쌓인 에피소드를 오랜만에 정리하니까 상황이 생각나서 또 웃음이 나더라. 일상에 지친 나에게 웃음을 주는 건, 역시 딸 밖에 없다.



#01. 부정확하지만 귀여워서 고쳐주고 싶지 않아


딸: 엄마 가바이보 하자요.

나: 그래.

딸: 안 내면 진바이보!


딸: 엄마는 나랑 반짝이죠?

나: 그럼, 우리는 반짝반짝하지.

딸: 아니 그거 말고. 같이 놀고 짝하고 그러는 거.

나: 아~ 단짝? ㅎㅎㅎ


나: 에이~ 그런 말이 어딨어.

딸: 농이야, 농 ㅋㅋㅋㅋ




#02. 비슷하게 들리나 봐


나: (남편과 대화 중) 그래도 거기 매출이 괜찮지 않았어?

딸: 메추리알, 메추리요?


나: (남편에게) 저기 공용 주차장 있네.

딸: 공룡 주차장? 어디 어디? (완전 신남 ㅋㅋㅋㅋㅋ)


나: 쥐포 구워 먹고 싶다.

딸: 어떻게 구워 먹어요? 지퍼는 옷에 달린 거잖아요.


나: 블랙핑크가 인기 많은가 봐.

딸: 블랙팬서는 엄마가 좋아하니까 인기 많지.




#03. 동음이의어


딸: (하원하면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해가 지고 있어요.

나: 해가 지면서 생기는 노을 예쁘지?

딸: 예쁘지만, 해가 계속 지고 있어요. 이겨야 하는데.

나: (웃음을 참으며) 안 지게 ○○가 응원해봐.

딸: 해야 지지마. 화이팅! 해가 못 들었나 봐요. 계속 져요.


딸: (약과를 먹으며) 엄마가 오늘 약과 사주려고, 어제 약과 이야기를 한 거구나.

나: 내가?

딸: 응. 아빠한테 '그 정도는 약과야.'라고 했잖아요.




#04. 영어


딸: 얼룩말을 영어로 씨브라라고 한대요.

나: ('18아'로 들려서 깜놀)


5세 즈음, SIX를 자꾸 '떽쓰'라고 발음했던 게 생각난다. ㅎㅎㅎ

깜짝 놀라게 하는 아이의 발음


딸: (핑크 솔트를 보며) 이거 매워요?

나: 안 매워. 분홍색 소금이야. 핑크 솔트.

딸: 아~ 달콤한 딸기맛 소금이에요?


딸: 훌륭한 사람이 이야?

나: 아니. 남자를 영어로 맨이라고 해.

딸: 번개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영웅은 왜 다 남자야?

(시무룩해하며) 난 훌륭하지 않아.

나: 아니야. 여자도 있어. 캣우먼이라고 있는데... 블라블라




#05. 사랑스러운 동심


딸: ㅇㅇ 인형 찾고 싶어요.

나: 찾았다!

딸: 엄마는 역시, 나보다 한 발자국 빨라요!


딸: (길을 걷다가) 땅이 깨졌어요.

나: 그러게. 위험한 곳이 많네. 조심하자.

딸: (혼잣말) 그대로 두면 어린이가 다칠 거야. 어른들이 고쳐줘야 하는데.


딸: (횡단보도에서 빨간 불에 건너는 사람을 보며) 빨간불이에요!

나: (혹시 시비 걸까 봐 작게) 그냥 둬.

딸: 시력이 안 좋은가 봐요. 안경 쓰라고 알려줘야 해요.


딸: 밥 더 주세요.

나: 조그만 배에 어떻게 이렇게 많이 들어가?

딸: 아랫배만 먹고 윗배는 못 먹었어.

아니다, 윗배만 먹고 아랫배에 못 내려줬어요.




나에게 웃음을 줘서 너무 고마워!!

우리 오래오래 웃으면서 친하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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