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5세 아이의 발음은, 웃음도 주지만 당황도 준다. 특히, 성(性)과 관련된 단어가 들리면 깜짝 놀란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그럴 때 엄마 아빠가 깜짝 놀라면 아이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아이의 순수한 말에 놀라는 엄마 아빠라니.
어느 날, 하원 후 아이와 함께 산책하는데, 아이는 내게 물었다.
엄마, 찌찌 노래 알아?
당황해서 집에 가서 불러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내 대답과 상관없이 크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찌찌 찌를 뿌리고
똑똑 물을 주었죠
하룻밤 이틀 밤 쉿쉿쉿
또르륵 또르륵
짝이 났어요
찌는 씨씨였고 짝은 싹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져서 길에서 엄청 웃었다. 내가 너무 크게 웃으니까 아이는 더 신나서 더 크게 노래했다.
어느 날엔 영어로 숫자를 세겠단다. 박수치며 호응해주니, 10까지 셀 수 있다며 진지하게 시작했다.
원 뚜 뜨리 뽀 빠쁘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떽쓰 떼쁜 에잇 나인 텐!!!
six를 자꾸 다르게 발음해서 당황. ㅅ을 ㄷ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 단어만 유난히 ㅅ으로 발음해서 더 당황. 고치느라 애 먹었다. 한 단어만 고치다 보니 그 단어만 더 강조해서 크게 말하는 통에 더 난감. ㅋㅋㅋ
그리고 성(性)과 관련된 건 아니지만 깜짝 놀랐던 적도 있다. 잘 놀고 있던 아이의 한 마디,
목 죽이고 싶어.
응?? 무서운 말을 해서 당황. 알고 보니 “목 축이고 싶어.”였다. ㅎㅎㅎㅎㅎ 예전에 외출했을 때 더워하는 남편한테 물을 주면서 "목이라도 축여."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걸 듣고 말한 거란다. 정말 한 끝 차이네. 내 말을 귀담아 들어줘서 고맙기도 하고, 신경 써서 말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고.
요즘 이것저것 이름을 묻는 아이가
턱 자르는 거 이름이 뭐야?
라고 물어서 놀란 적도 있다. 너무 섬뜩한 이야기라서 뭘 말하는 건지 조심스레 물었다. 다행히도 면도기였다. 후… 아빠가 면도하는 걸 보고 물은 건데 표현을 그렇게 한 거였다. ㅋㅋㅋ
아이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내 심장이 고생이다. 요즘 말 험하게 하는 어린이들이 많던데, 정말이지 곱고 평화로운 말만 쓰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