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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Oct 22. 2023

2-4. 함께 만드는 가족 문화

2. 가족의 성장

이미 정착한 가족 문화도 있고

너와 함께 만들어갈 가족 문화도 있겠지.


가족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도, 지켜야 할 규칙도 있을 거야.

서로 도우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말이야.


무엇보다 언제든 편하게

네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면 좋겠어.



| 사생활 존중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방을 구분할 때

부부방(안방), 아이방으로 구분해.

그런데 우리 가족은 좀 특이해.

내 방, 네 방, 네 아빠방으로 구분하거든.

아무리 가족이라도 개인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우린 그렇게 했어.


내가 자취를 오래 하기도 했고,

네 아빠는 결혼 전에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각자의 공간을 원하기도 했고 말이야.


나는 내 방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너는 네 방에서 놀 수 있고

네 아빠는 자기 방에서 게임할 수 있지.

(네 아빠의 지인들이 엄청 부러워한다고 하더라.)


아직 너는 네 방의 활용도가 낮고

지금은 각자의 방문이 활짝 열려 있지만

너의 사춘기가 오면, 방문을 쾅 닫는 일도 생기겠지?

갱년기인 내가 먼저 닫을지도 모르겠어.



| 식사


우리 가족이 꼭 지키는 규칙은

식사할 때 영상을 안 보고

식사와 대화에 집중하는 거야.

이것을 위해서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지 몰라.


영상 보여주면서 편하게 먹이고

나도 여유롭게 먹을까.

숟가락질 잘 못해서 많이 흘리는데

그냥 내가 먹여 줄까.


긴 시간 이런저런 많은 유혹을 이겨낸 덕분에

너는 오물오물 혼자 잘 먹는 어린이가 됐지.

그 시기만 견뎌내면 식사 시간이 평온해.

외식할 때도 눈치 보이지 않아. 너무 좋아.


너와 나는 평일에 저녁 식사하면서

각자의 하루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네 아빠는 평일에 야근이 많기 때문에

너와 나만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야.


나중에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특정한 시간을 정해서

가족들이 서로의 소식을 나누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



| 주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주말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도서관을 나설 때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사주기도 해.


책 사는 비용은 아끼지 않는 편이지만,

한 번에 꼭 한 권만 사.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연습도 중요하니까.


너는 잘 따라주고 있어.

다른 것을 살 때도 꼭 하나만 사거든.

과자를 사더라도, 장난감을 사더라도 꼭 하나만.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를 거야.


그리고 야근이 많은 네 아빠는

평일에 너와 시간을 못 보내기 때문에

주말 중 하루는 동네 산책이라도 해.

이해해 주는 너에게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말이야.



| 캠핑


네 아빠의 취미는 캠핑이야.

가족끼리 가는 게 우선이지만,

지인이랑 가고 싶다고 하면 보내주기도 해.

(이런 부인이 있을까 싶네.)


집에 캠핑 물품 택배가 자주 오고

먹는 것에 진심이라 한번 갈 때마다 고기도 엄청 사.


사실 나는 별로 관심 없는데

너도 캠핑을 좋아해서

캠핑의 좋은 부분을 찾으려 노력했어.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네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내 모습이 새로워.


네가 언제까지 우리와 함께 가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함께 하고 싶어.


언젠가 네가 우리와 함께 가지 않는 날이 오면,

네 아빠는 지인들과 함께 가지 않을까 싶어.

아마 네 아빠와 나, 둘이 가는 일은 없지 않을까?


내 일상의 중심은 너니까.



| 가족 기록 관리


내 폰과 외장하드엔 너의 사진과 영상이 가득해.

SNS에 일부를 올리기도 했지만,

저장만 하고 정리를 못하고 있네.


육아휴직 때 너와 하루종일 있을 때는

정말 많이 찍었어.

네가 어린이가 될수록 찍는 횟수가 줄어들긴 하더라.

애정이 식은 건 아니야.

너와 내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든 거지.

앞으로 더 줄어들겠지.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찍은 사진들을 모아

가족사진 앨범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

디지털 앨범도 좋고 아날로그 앨범도 좋지.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

사진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매체야.

우리 모두의 소중한 성장 기록이니까.


네 아빠가 잘 찍을지 알았는데

거의 다 내가 찍은 거란 게 함정.


아무튼, 네 것만 많고 너와 함께 한 것은 별로 없어.

네 아빠까지 포함한 건 더 없어.

네 아빠는 찍으라고 해야 찍는 사람이라 없는 거고,

나는 너를 만나기 전보다 너무 살이 쪄서 안 찍게 됐어.


그래서 다이어트 시작했어.

너와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말이야.

먼 훗날 너도 나를 추억했으면 하니까.


사진과 영상뿐 아니라, 여러 문서도 많아.

너의 작품(?)도 많고.

그런 자료들을 잘 정리하고

관리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가족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드는 거지.


내 전공 분야인데 집에서는 잘 안 하게 되네.

더 늦기 전에 정리해서

찾아보고 싶을 때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겠어.

시작은 내가 하지만,

가족 모두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문화라고 생각해.



| 미디어 활용


미디어는 가족 문화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해.

확실한 건, 미디어 활용과 관련된 가족 문화는

구성원들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감정적인 연결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거야.


가족들이 디지털 매체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디지털 세계에서도 함께 하는 기회를 갖게 될 테지.


우리 집엔 TV가 없기 때문에

자기 전 한두 시간만 네가 보고 싶은 영상을 함께 보고

그 외 시간엔 책을 읽거나 놀아.


너와 미디어를 볼 때,

아직은 미디어 선택 리모컨을 내가 가지고 있어.

선택한 영상을 보다가 넘기지 않게,

선택한 건 끝까지 보도록 말이야.

그래서 너는 보고 싶은 영상도 신중하게 선택해.

단, 보다가 너무 무섭다고 하는 건

(너무 리얼한 악당이 나오는 장면 등) 넘겨주고 있어.


그리고 너와 미디어를 1:1로 두지 않아.

네가 뭘 보는지 알기 위한 이유도,

유해한 것을 거르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너와 공통된 미디어를 보면서

관심사를 공유하려는 이유가 가장 커.

네가 좋아하는 공룡 영상을 함께 보다가

공룡 이름을 많이 알게 됐을 정도야.


둘 다 좋아하는 고양이 영상 볼 땐 정말 행복한데,

벌레나 곤충이 나오는 영상은

두 눈 질끈 감으며 외면하면서도

네가 좋아하니까 옆에서 함께 하고 있어.

(에그 박사 애청자)


나중엔 아이돌 영상을 함께 보려나?

나랑 같이 안 보려나?


네게 스마트폰이 주어진다면

미디어와 관련된 가족 문화를 더 만들어야 할 거야.

제한할 수는 없으니, 장점을 찾아야겠지.

지금까진 내가 일방적으로 만든 문화라면,

앞으로의 문화는 너와 상의하면서 만들고 싶어.



| 가족 영화 시청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가족 모두 함께 영화를 시청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

쉽진 않을 거야.

나와 너는 맞출 수 있지만, 아빠 취향이 좀 남다르거든.


그런데 이건 내 생각이고,

네가 커 가면서 네 아빠랑 맞을 수도 있어.

난 겁쟁이라 공포, 조폭, 좀비 같은 영화는 못 봐.

네가 좋아하는 곤충 프로그램을 보다가

징그러운 게 나와서 내가 놀래면 네가 달래줄 정도야.

내가 못 볼 것 같은 게 나올 타이밍엔

작디작은 네 두 손으로 내 눈을 가려주기도 하거든.

넌 정말이지 다정한 아이야.


아무튼, 가족이 함께 웃으며

감동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를 선정해서

함께 시청하면 좋겠어.

개인 취향은 존중하되, 함께 선정한 것으로 말이야.

그러면 함께 본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까?



| 온라인 게임 및 활동


내가 제일 자신 없는 분야야.

게임을 그리 좋게 생각하진 않거든.

너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부분이 많으니까.

게임하면서 욕설하는 경우도 많고.


그나마 네 아빠가 게임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완전히 배척하지 않을 뿐이야.


얼마 전에 네 아빠는 너와 함께 하겠다며

게임기를 사겠다고 하더라.

네가 나중에 사고 싶다면 고려해 볼 것이지만,

아직은 아니야.


너는 게임에 익숙한 세대일 테니

함께 게임을 즐기면 좋을 것 같은데 난 자신 없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처럼 보이면

오히려 나에 대한 반감이 생기지 않을까?


가족이 공동으로 관심 있는 게임을 선택하고

팀을 이뤄서 함께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세 명이라 편 나누기도 어려우니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난 네 동생을 낳고 싶었단다.)


게임 아닌 온라인으로 하는 다른 활동은

함께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런 걸 함께 찾아보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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