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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제 Oct 09. 2016

독일 공영방송의 아이러니,
혹은 혁신

방송 채널 없애고 온라인 플랫폼 풍크(Funk) 개시한 독일 공영방송


<9월 30일 방송 채널 종료를 알린 ZDF Kultur>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의 하위 채널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인스 플루스(Eins Plus)와 체데에프 쿨투어(ZDF Kultur)가 지난 9월 30일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독일 공영방송은 10월 1일, 젊은 층을 겨냥한 온라인 플랫폼 '풍크(Funk)'를 새로 내놨다. 풍크는 TV 방송도 라디오 방송도 하지 않는다. 웹사이트와 SNS만으로 접근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독일 언론사 <쥐드도이체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은 이를 두고 '야심 찬 동시에 자기 아이러니'라고 표현했다. 독일 공영방송은 어떻게 하다가 방송 채널을 폐지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독일에는 2개의 공영 방송사가 있다. 독일 연방주의 지역 공영 방송들이 연합한 형태의 제1공영방송 ARD와 제2공영방송 ZDF가 각각 별개의 방송사와 방송채널로 운영된다. 시청자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독일 공영방송은 드라마나 예능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뉴스, 정보제공, 교양 프로그램에 비중을 두고 있다. 반면 독일 민영방송국은 드라마나 예능 등 오락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 차이는 연령별 시청자층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독일 방송국별 시청점유율(시청률)-자료출처: Statista 2016>


2016년 8월 기준 통계를 보면 전체 시청자의 시청자 점유율(시청률)은 단연 공영방송 ZDF와 ARD (das Erste)가 다른 민영 방송사보다 높다. 하지만 14-49세 시청률만 떼어놓고 보면 RTL, ProSieben, Sat1 등의 민영방송이 더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 공영방송은 사회적 책임 하에 공공성이 높은 프로그램, 그리고 높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지만 젊은 층들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TV를 쳐다보는 것보다 온라인을 선호한다. 2015년 독일 미디어 이용 현황을 보면 2015년 14세-49세 중 85%가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60대 이상은 30%에 불과하다. 


한편 독일에서는 2013년부터 모든 가정이 한 달에 17유로가 넘는 수신료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가정에 TV나 라디오가 있는지 여부는 상관없다.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공영방송의 콘텐츠에 충분히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집에 TV가 없더라도 무조건 수신료를 내야 한다. 독일어를 하지 못하는 유학생이나 이주민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 공영방송의 수신료 정책은 끊임없이 비판과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고, 수신료 강제 징수 및 강제 집행 등에 대한 소송 제기도 줄을 잇고 있다. 


'고령화'되고 있는 공영방송 콘텐츠, 그리고 전 국민이 내야 하는 수신료에 대한 논란에 맞물려 이제 독일 공영방송의 혁신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독일 공영방송은 국민으로부터 걷고 있는 수신료에 걸맞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내놔야 한다. 그것이 이제 TV보다는 인터넷을 더 많이 이용하는 젊은 층을 향해야 하는 것임은 자명하다. 독일 공영방송이 그나마 시청자들의 호응이 좋았던 ZDF Kultur, Eins Plus 채널을 종료하고 온라인으로만 접근 가능한 새로운 플랫폼 '풍크(funk)'를 만든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독일 공영방송사가 새롭게 선보인 온라인 네트워크 funk.de>


<유튜브로도 접근 가능한 funk.de의 콘텐츠>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가 함께 만든 '풍크(funk)'는 14세에서 29세를 대상으로 한다. 14-16세, 17-19세, 20-24세, 25-29세로 세분화해 각각 그룹에 걸맞은 콘텐츠를 선보인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지만 미국 드라마도 빠지지 않았다. 스스로를 '방송 채널'이 아닌 '콘텐츠 네트워크'라고 지칭하고 있는 '풍크(funk)'는 유튜브, 페이스북,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을 주름잡고 있는 SNS 플랫폼에서도 접근 가능하다. 공영방송은 이 플랫폼에 연간 4천500만 유로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풍크 콘텐츠의 독립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플랫폼의 성공 여부는 시청률 대신 '좋아요'와 '공유' 개수로 판가름날 예정이다. 


'풍크(funk)'가 시작되기 보름 전, 9월 16일 독일 튀링엔주법원은 공영 방송 시청료 납부 강제 집행에 관한 소송에서 시청료 납부에 반대하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 그 동안 독일 각 주법원의 판결에 이어 최근 독일연방행정법원이 시청료 의무 납부가 기본법에 부합한다는 판결을 내려 수신료에 대한 법적 논의는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수신료 납부 반대 소송인단은 마지막으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계획을 밝혀 최종적인 판결이 아직 남아있다. 독일 공영방송은 이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와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https://www.funk.net/

http://www.n-tv.de/ratgeber/Rundfunkbeitrag-vor-dem-Aus-article18751386.html

http://www.sueddeutsche.de/medien/oeffentlich-rechtliche-medien-eins-plus-und-zdf-kultur-werden-eingestellt-1.2684698

http://www.sueddeutsche.de/medien/oeffentlich-rechtlicher-rundfunk-ard-und-zdf-stellen-junges-angebot-funk-vor-1.3184481

http://statistik.de/daten/studie/75044/umfrage/zuschauermarktanteile-der-tv-sender-monatszah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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