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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심 Dec 30. 2019

개발자는 이거 없이 창업하지 마세요

결론을 좋아해서 먼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것은 '문제 발견'입니다.


저는 2019년 8월까지 개발자로 일을 하다 퇴사를 했습니다.

창업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거창한 플랫폼 창업은 아니고 요즘 핫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무턱대고 창업에 도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퇴사 전에 매일 유튜브 영상으로 온라인 셀링에 대한 학습을 했고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스마트스토어 월 순익 300만원 만들기'라는 오프라인 강의도 등록하고

나름의 안전장치와 계획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채 2주가 되지 않아 삐걱되기 시작했습니다.

강사도 강의도 너무 쓰레기같은 것이었습니다.

거의 강의준비를 해오지않는 수준이었고 사업은 부딪히며 하는 거라며

직접하라는 늬앙스의 말만 연발했습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강사가 유튜버이신데 12명 수강생 중에 저는 조기 환불했고 나머지 11분은

현재 수업을 다 끝내고 순익 300만원이 안되면 수강료 반값 환불이 조건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며 거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게 300만원짜리 강의이기도 하고 무려 퇴사를 하고 나왔는데 분노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환불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원래 환불이 되지 않는 조건이었지만 어떻게든 받아냈습니다.)

그렇게 환불을 받고 홀로서기에 나섰습니다.


다시 혼자서 스마트스토어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인터넷을 떠돌다 해외에 있는 Oberlo(오벨로)라고 하는 어떤 웹앱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Aliexpress의 상품을 Shopify(우리나라로 치면 카페24)라는 쇼핑 플랫폼으로 단 클릭 한번에

상품을 등록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단 한번의 클릭으로 자신의 쇼핑몰에 사진, 상품설명, 수량, 가격을 등록하고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다는게

너무 편리해보였습니다.(*드랍쉬핑 또는 구매대행 사업자분들 대상)


저는 심장이 두근거려서 곧장 시장 조사에 나섰습니다.

국내에 유사 프로그램이 있는지 경쟁사는 존재하는지 이게 시장에 먹힐 것인지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열어 시장 조사 결과를 빼곡히 정리를 했습니다.

아마 이것을 마치는데 1.5일이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상품등록 프로그램은 있어도 오벨로처럼 매우 편리해보이는 똑같은 프로그램은 없구나

안심을 하고 곧장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저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였기에 화면을 주로 다뤄와서 서버 개발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 앞에 부족함은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았습니다.

서버 개발도 인터넷을 뒤져 꾸역꾸역 해냈습니다.

그렇게 2달 동안 매달려 프로토타입의 70%정도를 개발해 냈습니다.

그러다 내년 정부지원금 사업 관련 강의가 있다는 것을 페이스북을 보다 알게 되었습니다.


기왕 창업을 하기위해 나온거 정부지원금도 한번 도전해 보자는 생각에

그 강연도 신청을 하고 교육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질적인 문제가 시작됩니다.

교육을 듣고 매회 사업지원서 작성을 해야했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제품&서비스의 개발동기며 서비스의 목적, 구현 정도 등을 쭉쭉 적어나갔습니다.

하지만 강사님이 제가 작성한 지원서를 보곤 자신의 얘기를 좀 더 디테일하게 적으라는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알겠다고 하고 적으려는데 글이 잘 쓰여지질 않았습니다.

3일, 5일을 온종일 붙잡아 매달려서 억지로 다시 완성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는건 디테일한 얘기를 적으라는 똑같은 피드백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알게되었습니다.

사실 이 쇼핑몰 시장과 고객이 될 쇼핑몰 운영자 분들의 실제 업무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제 생각에 개발자의 시선으로 클릭을 10번이나 해야되는걸 

단 한번으로 끝낼 수 있다면 이건 엄청난 제품 아니냐고 그러니 좋은 제품일 거라고 착각하며

사용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고 신나게 개발을 해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거기서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모르면 알면 되는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부터 곧장 실제 사업자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위해 수소문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주위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실무자 6명을 빠른시간에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답을 내릴수 있었습니다.


굳이 이런 제품이 필요없다는 사실을요.


상품을 많이 등록하시는 분들은 100만개까지 등록하시는데

제 제품을 이용하시면 이건 100만번 클릭해야되고

오히려 대량등록 프로그램은 많이 존재했고

제가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 다른 부가기능을 추가한다고 하더라고

제품 등록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그런 솔루션은 이미 시장에 많아 시큰둥한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사업지원서를 작성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내 얘기도 없고 시장도 고객에 대한 니즈도 몰랐던 거죠.

제품 개발에 대한 동기도 잃어버렸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내일 똑같이 사무실로 출근해 일을 해야하지만

그 일이 무슨 일을 해야할지 결정해야 되는 것부터가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웹이든 앱이든 요즘 IT 스타트업이 대세인 시대입니다.

배달의 민족이 4조 8천억에 딜러버리 히어로에 인수가되고

20대 대표가 이끄는 클래스101이라는 스타트업은 120억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저도 그런 스타트업의 대표가 되고 싶었습니다.

제가 개발을 할 수 있으니

아이디어만 있다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아이디어와 기술 이전에

해결해야할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너무나도 복잡합니다.

하나의 문제는 결코 하나의 원인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하나 이상이 되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간파해서 정의내리고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들을 엮어 비로소 하나의 필요한 아이디어가 구성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멋지고 훌륭한 기술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도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다면 전시품에 불과합니다.


내가 생각해서 좋은 제품이고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소비자는 저 밖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멋진 아이디어를 컴퓨터 안에서 찾아내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힘들어하고 귀찮아하는 것을

현실에서 먼저 찾고 발견해내는 것이

창업으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힘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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