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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Nov 25. 2020

쿠바식 해법으로 여행의 숙제를 풀다

단점을 무리해서 극복하기 보다는 이를 해소하고 장점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쿠바의 레스토랑에서는 대부분 음악을 연주한다. 보통 수준이 아니다. 레스토랑마다 고유의 음악적 결을 가지고 있다. 매일매일이 콘서트다.      


그렇게 며칠 동안 청각 사치를 누리는 동안 나는 레스토랑에서 음악을 연주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는 곳에서 배도 채워준다'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 레스토랑에 갔더니 음식 맛을 냉정하게 평가하게 되었다. 사실 평가할만한 맛이 아니었다. 쿠바 음식은 간단하다. 소고기를 굽느냐, 돼지고기를 굽느냐, 닭고기를 굽느냐 하는 차이 뿐(그래도 돼지고기는 맛있다). 그래도 간혹 랍스터도 나온다(하지만 소금기를 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수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양념이 마땅치 않다. 소금과 후추뿐이다. 물론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같은 맛이 반복되다 보니 조금 물릴 뿐이다(이상한 향신료를 넣어서 맛이 이상한 것보다는 낫다).      


아무튼 쿠바 음식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잊었던 것은 음악 덕분이었다. 음악이 빠지자 앙상한 쿠바 음식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쿠바의 기억은 여행감독인 나에게 많은 힌트를 주었다. 아무도 쿠바를 음식이 별로인 나라라고 기억하지 않는다. 멋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나라로 기억한다.      


단점은 장점으로 만회할 수 있다. ‘명품 한국 기행’이 숙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쿠바식 해법을 동원했다. 국내 여행에서 가장 장벽이 되는 것이 숙소다. 숙소 인프라가 좋은 곳도 있지만 제한적이다. 제주를 빼고는 부산과 여수와 강릉 속초 정도 꼽을 수 있다. 다른 곳은 심히 열악하다.     


이웃 일본은 국내여행 문화가 활성화 되어 있어서 온천호텔과 민숙이 잘 정비되어 있다. 버블 경제 시기 만들어진 지방도시 호텔도 규모가 엄청나다. 이런 숙소 인프라는 여행을 구성할 때 든든한 축이 된다.       


일본과 우리 숙소의 차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저녁식사 제공 여부다. 일본은 대부분 숙소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일정을 조금 일찍 마치고 와서 따뜻한 욕장에서 피로를 풀고 식사를 하며 느긋하게 숙소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잠만 잘 분’에게 최적화 되어 있다. 저녁식사를 다른 곳에서 해야하기 때문에 숙소 체류 시간도 짧다. 숙소에 돈을 쓸 이유가 없다.  


이런 우리의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든 고급 호텔을 예약하거나 프리미엄 숙소로 개발된 리조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비용은 많이 드는 대신 효용은 적다. 여행의 격을 높이는데 그다지 도임이 되지 않는다. 왜? 이용자 입장에서 비교 대상은 해외 호텔과 리조트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격을 높이는데 있어 숙소는 중요하다. ‘쿠바식 해법’에서는 얼마나 고급스럽고 세련되었느냐 여부가 아니라, 그 숙소의 위치가 얼마나 절묘한 곳인가, 그 숙소를 운영하는 사람이 어떤 매력적인 사람인가, 그 숙소를 우리가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 등의 방식으로 여행의 격을 확보한다.      


특히 ‘공간 대여 방식’을 선호한다.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런 숙소에서 여행의 결정적 순간을 연출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 바로 예술의 힘으로 '선물 같은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다. 남원 동편제마을 휴락에서 ‘카르멘 프로젝트’를 했던 이유도, 경상도기행에서 해금 연주자 남미선 선생의 소목화당 연주를 기획했던 이유도, 남도기행에서 박으뜸 소리꾼에게 나주 목서원에서의 공연을 부탁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다음에는 경주 도봉서당에서도 도모할 생각이다).    

  

남원 동편제마을 휴락과 나주 목서원 그리고 안동 소목화당과 경주 도봉서당은 숙박업의 기준으로는 고급 숙소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절묘한 위치, 매력적인 운영자 그리고 창조적인 활용이 가능한 곳이다. 이곳을 여행의 거점으로 삼으면 안정적인 여행을 도모할 수 있다.      


다시 ‘쿠바식 해법’으로 돌아가서, 이런 해법이 가능한 기저에는 자존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자존감은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다. 이런 화이불치 검이불루의 정신 위해서 ‘명품 한국 기행’은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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