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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Dec 20. 2020

북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세 장의 사진

여행감독의 북한여행 큐레이션 제12편

세 장의 사진을 보시라. 같은 곳이다. 원산 갈마반도의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다. 각각 미래의 모습, 현재의 모습, 과거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한반도에서 가장 빠르게 조성되었던 원산해수욕장은 이후 북한의 야포 연습장이 되었다가 세계적인 휴양지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아마 제대로 가동된다면 쿠바의 바라데로에 버금가는 휴양지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바다로 가는 여행'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북한 원산 갈마반도에 들어선 리조트 시설 모습

    

주) 여행 불가 시대에 가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여행을 상상해 보았다. 북한의 바다로 가는 여행이다. 2019년 국립해양박물관에서 <북한의 바다> 전시회를 열었을 때 여행감독을 표방하고 다니는 나에게 '북한의 바다 여행'을 상상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그때 짜본 북한의 바다 여행 계획안이다. 북한 관광 관련 자료를 참고해 작성한 내용으로 지금은 전혀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가장 현실성 있는 여행 아이템이 될 것이다.



북한의 바다로 가는 여행이라면 어디가 좋을까? 아니 무엇을 해볼까? 파도타기는 어떨까? 그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북한의 국가관광총국에서 운영하는 ‘조선관광’ 웹페이지 정보를 보자. “2014년 7월 말 조선 동해의 아름다운 마전과 시중호 바닷가에서는 처음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온 관광객들이 파도타기 관광을 진행하였다”라고 기록한다.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들여다보자. “일반적으로 조선 동해의 7월과 8월은 해수욕 계절로서 파도는 높지 않다. 그러나 이 계절에도 지역에 따라 파도타기에 적합한 곳이 있다. 파도의 높이는 보통 1.5~3m로서 파도타기 수준이 높지 않은 애호가들에게는 알맞춤하다. 조선 동해에서 높은 파도타기 기술을 소유한 애호가들에게 적합한 시기는 보통 10월과 11월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바닷물은 따뜻하지 않다. 하지만 조선 동해 바닷가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깨끗하여 파도타기를 즐기는 관광객들에게 찬탄을 불러일으킨다”라고 전한다.  

   

북한 동해 바다 파도타기 관광은 1주일 정도 일정으로 파도타기 외에 평양과 묘향산 개성 등 북한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되어 있다. 자 그럼 이 파도타기 관광객들이 어디에 묵을까? 일단 두 곳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 곳은 금강산 관광을 위한 숙박시설을 만들어 둔 장전항 일대고 다른 한 곳은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의 중심지 원산항이다. 두 곳은 부산항이나 동해항 속초항 등에서 출발한 크루즈선이 정박할 수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는 남한에도 많이 소개되었다. 이 지역에 대한 북한의 관광 인프라 투자 규모는 엄청나다. 원산 갈마비행장은 여객기 12대가 계류 가능한 공항으로 활주로 길이는 3500m다. 하루 3~4천 명, 연 120만 명이 이용 가능하다. 이곳과 마식령 스키장 지구에 북한은 약 2억 달러를 투입했다.   


 

북한 원산해수욕장은 원래 대표적인 군사 훈련 지역이었다.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관심과 애정은 정평이 나있다. 3개월에 한 번 정도 이 지역을 찾아 공사를 독려하고 신년사에서도 빠른 완공을 강조했다. 그가 이 지역에 대해 남긴 말들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해양공원을 건설하여 인민들에게 선물하자.”“건물들 사이의 연결을 더 조화롭고 특색 있게 함으로써 전반적 거리 형성을 예술적으로 세련시켜야 한다.”“수압시험, 강도 시험, 안전성 검사와 보이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시공지도와 질 감독 통제를 강화하여야 한다.”     


그런데 가서 파도타기만 하고 와야 할까? 아니다. 장전항과 금강산처럼 북한 동해 지역은 해안과 산이 바로 연결된다.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도 마식령 스키장에 연결된다. 북한이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과 함께 내세우는 칠보산은 청진 시나 김책시와 가깝다. 이런 명산에서 트레일런(북한에서는 ‘산악 마라손’이라 부른다)과 바다 관광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북한 동해안 지역의 장점이다.     


다른 것은 더 없을까? 있다. 이미 북한은 ‘평양 공중 유람 관광’ 사업을 하고 있다. 경비행기, 직승기, 여객기 등을 타고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이륙해서 청춘거리의 체육경기관들, 과학기술전당, 미래과학자 거리를 지나 대동강을 거슬러 주체사상 탑, 5월1일경기장, 장천 남새전문협동농장 등을 보고 돌아오는 코스의 관광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중 유람 관광을 북한 동해안에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이나 칠보산 혹은 개마고원 일대를 공중에서 보고 오는 관광 상품은 인기가 없을 수 없다.     


마식령 스키장을 중심으로 이 지역을 동계스포츠의 메카로 키울 수 있다. 북한은 서커스 강국인데 아이스 서커스단 실력도 상당하다. 중국 하얼빈 빙등제에 출연했던 북한 아이스 서커스 단원의 빙판 위 줄넘기, 공중곡예 공연 등은 기예 수준이 높아서 현지에서 호평받았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평양에 대규모 체육관을 만들어 주었듯이 대기업이 이 지역이 아이스 아레나를 만들어 준다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좀 길게 북한의 바다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하면 될까? 해파랑길이 답이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고성 통일안보공원까지 이어지는 남한에서 가장 긴 트레일로 총 길이는 770km다. 이 해파랑길을 두만강까지 연결하면 된다. 그래서 백두대간으로 올라간 다음 두만강을 따라 동해안으로 와서 해파랑길로 내려오거나 아니면 해파랑길을 따라 올라가서 두만강과 압록강을 따라 중러 접경지역을 지나 북한 서해안으로 내려오는 국토 완주 코스도 계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은 더 확장된다. 부산에서 동해안을 따라 나진·선봉지구까지 연결되는 동해안 고속도로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고속도로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된다면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을 캠핑카로 여행하는 시기도 곧 올 것이다. 남북 교류 시대에는 기차만이 아니라 자동차로 유라시아 여행을 할 수 있을 텐데, 동해안 고속도로는 기분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현재 북한의 관광 개발 특구는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금강산 국제관광특구, 함경북도의 온성 섬관광개발구, 량강도의 무봉 국제관광특구, 평안북도의 청수 관광개발구, 황해북도의 신평 관광개발구 등 6개 지역이다. 금강산을 제외하고는 서쪽에 집중되어 있다. 교통의 불편 때문인데, 동해안 고속도로가 이 장벽을 극복하게 해 줄 것이다.


북한 원산해수욕장은 일제시대 개발된 최초의 해수욕장 중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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