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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Aug 08. 2021

중국 유커에게서 얻는 북한여행 아이디어

여행감독의북한여행큐레이션 제14편


북한 여행서를 집필하기 위해 기존의 북한 여행기를 두루 읽어보았다. 감상은 제각각이었지만 루트가 너무 겹쳤다. 차려놓은 밥상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수도 평양, 오래된 도시 개성, 판문점과 휴전선 일대,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 원산 일대의 동해 또는 청진부터 라선 특구’ 등 뤼디거 프랑크가 <북한여행>에서 북한여행으로 루틴이라고 지적한 곳들을 대부분 가게 된다. 


이렇게 가는 데가 빤한데 관광 인프라가 미치지 못하면 병목현상이 생긴다. 평양이 그렇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 상황이지만) 넘쳐나는 중국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계기는 시진핑 주석 방북이었다. UN 안보리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관광을 돕기 위해 시 주석은 북한 관광 활성화를 지시했다. 500만 명을 약속했다느니 1000만 명을 약속했다느니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은 현실로 나타났다. 중국 유커들의 북한 여행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평양에 집중되었다. 2019년 들어서는 하루 2000명 정도 평양을 방문하면서 평양의 호텔 객실이 동이 났다. 민박까지 등장해서 북한에서도 에어비앤비 서비스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 외의 외국인들이 평양에서 호텔 객실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북한은 넘쳐나는 중국 유커를 소화하기 위해 당일 투어를 개발했다(여행 알선업체가 개발했을 수도 있다). 랴오닝성 지린성 흑룡강성 등 동북3성 중국인 대상의 당일 투어가 활황이었다. 단둥-신의주, 지안-만포, 투먼-남양 코스로 중국 유커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대부분 한나절 일정의 여행이었다.   


   


중국 유커들이 개척한 이 루트를 우리도 활용할 수 있다. 숙박시설과 교통 환경을 고려했을 때 북한 관광은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 유커들의 여행 루트를 활용하면 일반 북한여행과 다른 여행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당일투어를 하고 숙박은 중국의 도시에서 해결하고 북한을 당일로 여행하면 된다. 


북한은 중국 유커를 겨냥해 북중 국경 지역에 대단위 관광개발구/관광특구를 육성 중이다. 함경북도 온성섬관광개발구, 양강도 무봉국제관광특구, 평안북도 청수관광개발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지역은 우리가 평양으로 들어갔을 때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유커 루트로 돌아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압록강과 두만강의 북중 국경을 따라서 여행하는 것은 흔한 여름 패키지 상품이었다(물론 중국 쪽 국경을 따라서 다녔다). 2019년 <시사IN>에서 진행한 ‘북중러 접경지대에서 한반도를 보다’ 여행의 코스를 보면 중국의 훈춘, 방천, 토문, 용정, 임강 집안, 단둥을 거치는 일정이었다. 이런 패키지여행에서 숙박하는 중국 도시를 베이스캠프로 삼고 북한을 여행할 수 있다. 


이런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맨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자강도다. 그동안 자강도는 관광객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다. 함경북도와 양강도 평안북도 국경도시에 관광특구와 개발구가 설치될 때에도 자강도에는 지정이 되지 않았다. 북한의 주요 군수시설이 자강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강도 만포시와 중국 집안시를 연결하는 만포-지안대교가 2019년 개통되었는데 그 상징으로 볼 수 있다. 만포로 들어와서 들어가게 되는 강계시가 북한의 대표적인 군사도시다. 


다음은 양강도 혜산이다. 혜산진은 백두산에서 벌목한 나무를 뗏목으로 만들어 출발하던 곳으로 조선시대 번창했던 곳이다. 혜산시는 현재 양강도의 도청 소재지다.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꼽히는데 단풍이 가장 먼저 오는 곳이니 단풍여행의 적지가 될 것이다. 


우리가 실제 지명인지도 모르고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먹고나 보자’라고 말하는 삼수와 갑산도 양강도의 지명이다. 개마고원 중심부인 이곳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배지로 고산 윤선도가 일흔의 나이에 ‘위리안치’ 되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이 삼수갑산 역시 양강도에 있는 지명이다. 


‘오랑캐가 넘어오는 고개’라는 의미에서 적유령(狄踰嶺)이라는 불리는 고개도 흥미로운 곳이다. 평안북도와 자강도 사이에 걸쳐있는 이 고개 북쪽에 내린 비는 압록강이 되고 남쪽에 내린 비는 청천강이 된다. 압록강이라는 강을 건너고 다시 산을 넘어 한반도에 들어오게 되는 이 루트도 주목할 만하다. 


청진시와 칠보산은 중국 동북3성 주민들이 1박2일 코스로 여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을 통해 이곳을 여행하려면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기차가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차라리 중국에서 투먼-남양 루트로 접근하는 것이 청진시와 칠보산 여행에는 더 유리할 수 있다. 중간에 두만강 여행을 넣은 패키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연길공항을 이용한 백두산 어라운드 트레킹여행도 상상할 수 있다. 지금도 백두산 관광은 연길공항을 통해서 이뤄지지만 백두산의 중국 쪽 영역만 둘러보고 내려가게 되어있다.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백두산 천지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안나푸르나 어라운드’와 같은 환백두산 트레킹 코스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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