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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Jan 20. 2022

수목기행 1번지, 담양에 다녀오다

서정남 박사님과 '담양 수목 8경'을 선정해 보았다


담양 여행의 키워드는 수목을 선택했다. 어른의 여행에서는 식물이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인데 담양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곳이다. 원래 담양의 여행 키워드는 정자다. 정자문학의 주요 산실이었던 담양은 함양과 함께 가장 정자가 발달한 곳으로 꼽힌다. 그런데 주연인 정자 옆에 있던 조연인 수목을 담양 여행의 주연으로 격상시켜 보았다.  


'담양 수목 기행'에 함께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서정남 박사는 중년 이후에 식물이나 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단조로운 삶의(조건), 다양한 생활 및 여행 공간에서(장소), 다양한 식물의(대상), 다양한 형태나 색, 차이, 변화, 움직임을 통해(현상), 다양한 경험과 감정, 얘깃거리를 얻는데(의미), 그 다양성의 중심에 꽃이 있기 때문이다(중심 대상)”라고 말했다.  


이런 식물기행에 최적화된 곳이 바로 담양이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해 은둔거사들의 사연을 담은 소쇄원의 나무들 그리고 관방제림 죽림원 등 지방관의 철학을 담은 숲까지 두루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물이 관광자원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은 여행객에게도 좋은 관광 소재지만 현지 주민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남 박사와 함께 ‘담양 수목 8경’을 꼽아보았다. 전국적인 명물이 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선비의 암호를 담은 소쇄원 고목, 고택의 격을 더해주는 명옥헌 백일홍, 지방관의 철학이 담긴 관방제림, 모두를 위한 대숲 죽녹원, 전통 대나무를 볼 수 있는 태목리 대나무 군락지, 목가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광주호 왕버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노거수-대치리 느티나무, 모두 담양에서 꼭 보아야 할 식물기행 포인트다.   


지역에서 식물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전국의 지자체들이 획일적으로 가꾸고 있는 것이 벚나무 가로수와 핑크뮬리 동산 그리고 수국 화원이다. 이런 블록버스터 식물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담양은 최고의 식물기행 지역이다. 특히 식물을 가까이했던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담양은 다양한 관광/여행 언어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환벽당·식영정·소쇄원 등 명승지 정자가 있는 정자의 고장이면서 면앙정을 중심으로 가사 문학이 태동한 호남 문학의 본향이기도 하다. 또한 의병장 제봉 고경명·학봉 고인후의 기개가 전해지는 의절의 고장이기도 하다.  


선조들의 웅숭깊은 정신문화가 전해진 담양에서 새롭게 주목하는 관광/여행 언어는 ‘수목 인문 기행’이다. 수목길, 싸목싸목길, 산성길, 누정길, 습지길 등의 별칭이 붙은 담양 오방길을 따라 걸으면 담양의 다채로운 수목을 감상할 수 있다. 익히 알려진 대나무는 담양의 매력의 일부일 뿐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서정남 박사와 함께 꼽아본 ‘담양 수목 8경’은 이렇다. 전국적인 명물이 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선비의 암호를 담은 소쇄원 고목, 고택의 격을 더해주는 명옥헌 백일홍, 지방관의 철학이 담긴 관방제림, 모두를 위한 대숲 죽녹원, 전통 대나무를 볼 수 있는 태목리 대나무 군락지, 목가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광주호 왕버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노거수-대치리 느티나무가 ‘수목 인문 기행’의 원재료다.  



전국적인 명물이 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생태정원도시를 표방하는 담양시가 가장 내세우는 가로수 길이다. ‘아름다운 가로수 길’ 대상을 받은 길이기도 하다. 메타세쿼이아는 ‘화석식물’이었다. 오직 화석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이었는데 일본의 한 식물학자가 1940년대 중국 호북성에서 발견해 신종으로 발표했다. 이후 전 세계에서 공원수와 가로수로 두루 활용되고 있다. 담양에는 1975년 전후로 주로 식재되었다.   


소쇄원은 조광조의 제자였던 양산보가 지은 곳으로 호남 사림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곳이다. 비원 부용정과 함께 3대 정원으로 꼽힌다. 양산보와 후손들이 식재한 수목은 세상사의 만난으로부터 스스로의 몸을 정화하고자 하는 선비의 마음을 담았다. 전라감사 송순의 시구 ‘소쇄원 가랑비 속에 매화를 찾아보다’를 직접 구현하고, 봉황을 기다리는 대봉대에서 봉황이 즐겨 앉는 나무 벽오동과 봉황이 먹는 유일한 음식, 대나무열매 죽실을 보면서 성군을 갈망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고택의 격을 더해주는 명옥헌 배롱나무도 담양 수목기행에서 꼭 찾아야 할 곳이다. 스스로 수피를 벗는 특성과 100일 동안 꽃이 반복해서 피는 속성 때문에 배롱나무는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하려는 선비를 상징한다. 담양 창평면의 가사문학로와 국제슬로시티 인근의 창평현로에는 배롱나무가 가로수로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국제슬로시티가 있는 삼지내마을은 비정형의 낮은 돌담으로 이어진 돌담길도 매력적이다.  


지방관의 철학이 담긴 관방제림도 꼭 들러야 할 곳이다. 담양 읍내를 가로지르는 영산강 가에 홍수 방제림이 조성되어 있다. <춘향전>의 주인공 이몽룡의 실존 인물이라 일컬어지는 성이성이 담양부사 시절 조성한 엄나무 숲이다. 관방제림을 따라 예전에는 죽물시장이 형성되었는데 지금은 국수거리가 되어 산책으로 인한 허기를 기분 좋게 달랠 수 있다. 국수거리 안쪽 골목에는 전고필 위원이 구축한 ‘이목구심서’가 자리하고 있다.  


죽녹원은 소쇄원의 ‘확장팩’이라 할 수 있다. 담양의 유지들이 방치된 담양향교 뒤편 대나무 숲 16만㎡를 공원화했는데 현재는 34만㎡로 확장되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치유의 숲을 만들었다. 여기에 광풍각, 환벽당, 식영정, 면앙정, 송강정, 추월정 등 담양의 정자를 복각해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중국이 원산지인 왕대나무(참대)를 비롯해 분죽 맹종죽 등 다양한 품종의 대나무들이 30년 넘게 자라서 이제는 중국 대나무 산지 못지않게 울창하다. 대숲의 영향으로 죽녹원 대숲은 다른 곳보다 3~4도 정도로 온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양에는 죽녹원 외에도 대나무와 관련된 명소가 많다. 전통 대나무를 볼 수 있는 태목리 대나무 군락지도 장관이고 금성면에 조성된 대나무생태공원도 볼만하다. 죽순은 담양의 음식문화에도 영향을 미쳐서 죽순게장·죽순우렁이무침·담양댓잎아이스크림·죽순양념게장·죽순 게장탕 등의 음식이 개발되었다.  


목가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광주호 왕버들과 담양호와 금성산성으로 이어지는 담양오방길 ‘산성길’도 다채로운 수목도 담양에 오면 빠뜨리지 않고 감상하고 가야 할 곳이다. 대치리에 가면 시간이 멈춘 듯한 노거수 느티나무가 있는데 이 또한 담양이 들려주는 수목 이야기를 듣기 위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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