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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Jan 26. 2022

어른들은 여수에서 낭만포차 안 간다

돌게장백반도 안 먹는다, '어른의 여수'는 따로 있다


여수에 가면 성지순례처럼 해야 하는 필수요소가 있다. 돌게장백반을 먹고 낭만포차에 가고 해상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감독이 기획하는 '어른의 여수 여행'은 다르다. 2030과 4050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도 젊었을 때는 그런 것이 재밌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렇게 다르다. 


어른들은 여수에서 돌게장백반 안 먹는다, 돌게장이 기본 상차림에 나오는 곳으로 간다. 낭만포차도 안 간다. 음식에 가성비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여수는 우리나라 선어 1번지다. 그래서 선어포차에 간다. 케이블카 타고 밤바다 안 본다. 요트 위에서 여수 밤바다를 본다. 


음식점을 고를 때도 평점 안 본다. 왜? 도시의 MZ 세대와 지역의 어르신 사이의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낮은 평점은 인테리어나 위생 상태 그리고 친절과 서비스에 대한 실망이 많다. 그런데 그런 불쾌함은 그들이 소비자로 갔기 때문이고 손님으로 갈 줄 아는 친화력의 소유자들에게는 문제가 안 된다. 어른의 여행에서는 낮은 평점에서 맛집을 골라갈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여행감독의 즉흥여행' 시즌2로 여수와 순천에 다녀왔다. 먹으러 일부러 여수와 순천까지 간 것은 아니었지만, 간 김에 제대로 먹자는 생각에 갔던 곳들이다. 2박3일 여행이면 보통 7끼를 먹는데, 우리는 10끼를 먹었다. 여수는 '해산물을 이렇게 많이, 다양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구나, 어 또 먹을 수 있구나, 어 또또 먹을 수 있구나' 하고 확인할 수 있었던 미식의 도시였다. 



@ 순천 도사농원 '닭구이' : 해남 장수통닭 등 남도의 닭 한 마리 집들은 대부분 코스로 흐르고 있는데 이 집은 숯불구이만 고수하고 있음. 고급진 닭꼬치를 먹는 느낌. 


@ 여수 경도회관 '새조개 샤브샤브' : 여름엔 하모(갯장어), 겨울엔 새조개. 씨알이 굵어서 새조개 특유의 야들야들한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 경도회관은 하모샤브샤브의 시조새 격인 집. 역시 전통의 강호답게 새조개 샤브샤브도 좋았음. 


@ 조선제일국밥 '황태국밥' :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여수도 제주처럼 '해장국 전쟁'이 벌어지는 중. 여러 체인이 등장하는데 아직은 제주에 미치지 못하는 듯. 여수 본연의 식자재를 활용한 해장국집 탄생을 기대해 보겠음. 


@ 금오도 시나브로식당 '해물방풍전' : 방풍을 파전처럼 듬뿍 넣어주는 집. 관광객 대상으로 커피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파는데 돈 되는 해물방풍전도 파나 보다 하고 들어갔는데 제대로였음. 금오도 비렁길 트레킹 마치고 배 기다릴 때 간단히 한 잔 하기 좋은 곳. 


@ 안도 백송식당 '회정식' : 비렁길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대충 먹으려면 금오도에서 먹는데, 제대로 먹으려면 안도에서 먹는다. 안도 식당 중에는 원래 제일식당에 가는데 이날 회정식이 안 된다고 해서 백송식당으로 갔음. 두 식당이 식자재 자체는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데 백송식당은 미리 차려 놓는 스타일이고 제일식당은 바로바로 내주는 스타일, 아무래도 후자가 나에게 더 맞는 듯. 



@ 마띠유호텔 바다지음 '한중일 정식' : 남도에 음식호텔이라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데(안유성 셰프님~ 빨리 만들어 주세요~), 드물게 음식에 방점을 찍은 호텔. 한식 중식 일식 셰프가 콜라보로 저녁 코스를 내놓는데, 만찬 느낌으로 한 잔 하면서 먹기에 좋음. 일본 료칸은 오후 늦게 들어가서 목욕 먼저 하고 휴식을 취한 뒤에 식사하는데 그런 타임 테이블이 가능한 호텔.  


@ 조일식당 '삼치 & 민어 선어' : 한중일 3식 코스를 먹고 도저히 더 들어갈 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거의 남기지 않았다. 여수 사람들은 저녁 먹고 포차에서 선어로 한 잔 하는데, 이승훈 쌤이 공수해 준 덕분에 여수 해산물 플렉스를 할 수 있었음. 백송식당-바다지음-조일식당으로 여수 해산물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듯. 


@ 여수 장수식당 '갈치조림' : 원래 여수에서 아침에 가는 곳은 고향식당인데, 숙소 옆이어서 테스트 삼아 들어가 보았다. 대만족. 일단 가성비가 고향식당에 비해 좋았다. 갈치조림도 여긴 1인분에 1만2천원, 하지만 갈치도 굵고 양도 많았다. 갈치조림은 양념이 중요한데 수준급이었고. 


@ 고흥 소문난식당 '생선구이'와 '서대회무침' : 전날 회정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고흥 중앙식당이나 포두식당은 패스하고 생선구이 잘하는 집을 수배해서 찾아간 곳. 서대 병어 가자미 갈치 양태 등이 나왔고 서울 생선구이의 스탠더드인 삼치와 고등어는 없었음. 각각의 생선이 구이에 최적화된 건조 상태여서 퍽퍽한 느낌이 1도 없었음.  


@ 순천 대대선창 '짱뚱어탕' : 내가 먹어본 3대 짱뚱어탕 중 하나. 이 집 짱뚱어탕은 관광객 버전과 현지인 버전(통으로 넣는 전골)이 따로 있다. 갓김치 묵은 김치 고들빼기 등 밑반찬이 이번 여행 중에 먹었던 집 중 최고였음. 



홀연히 떠난 여수/순천 여행이 이분들 덕분에 더없이 풍요로웠습니다. 


@전애실 순천문화재단 사무국장님 : 짧았지만 멋졌던, 섬에서의 피아노 연주 감사합니다. 이번에 순천 구도심 투어를 함께 못해 아쉬웠습니다. 다음엔 꼭! 


@정승원 블루요트 대표님 : 여수를 만끽하는 방법은 역시 여수항에서 캄캄한 밤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요트에서 화려한 여수항을 바라보는 것인 듯요. 석양보다 이르게 가서 아쉬웠지만, 다음 챈스를 기약해 봅니다. 


@이정경 마띠유호텔 대표님 : 돌게레코드를 얌전한 카페로 오해할 뻔했네요. 불꽃 디제잉 감사합니다. 덕분에 그 시절 그 열정으로 잠시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와인과 함께 즐기는 레트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박치호 화백님 : 역시 박 화백님 아뜰리네는 최고의 여행자 카페입니다. 인테리어는 결코 예술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이제는 박 화백님 작품이 좀 더 깊이 보이더군요. 


@제정화 명창님 : 최고의 공연이었습니다. 우리만을 위한 프라이빗 공연의 호사를 누렸네요. 명창과 함께 트레킹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챙겨주신 갈치도 최고였습니다. 


@ 강용주 여수세계박람회재단 이사장님 : 이번에 너무 짧게 뵈었네요. 아쉽습니다. 여수엑스포 시설의 작지만 꾸준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부탁이 있다면 돌게레코드를 스카이타워로 옮겨주세요~


@ 최덕림 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추진단장님 : 순천만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최덕림 전 단장님과 함께 걷는 것이죠. 순천만습지를 잘 보존해서 후손들과 좋은 경관을 나눌 수 있게 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백장미 가수님 : 추천해주신 고흥의 생선구이집 최고였습니다. 역시 남도 전문 리포터의 내공이!!! 다음에는 여행의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님 : 음식감독 겸 주류감독이 함께 해주셔서 남도 미식기행이 완성되었습니다. 새조개 샤브샤브에 오니얌마/아오는 최고의 페어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산물 정식으로 점심과 저녁을 먹은 밤에 다시 선어를 공수해 와 우리의 위장에 테러를 가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셀럽 김 : 역시 내 50대의 롤모델, 멋진 공간 허락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안 계셔서 믹스 커피 타 마셨는데 담엔 직접 내려주시는 커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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