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재열 여행감독 Dec 21. 2023

남도기행, 색다른 템플스테이

여행지에서 종교인을 만난다는 것, 여행은 중매다


‘템플 스테이 + 수도원 스테이 = 남도 힐링 스테이’를 방금 마쳤다. 급히 기획한 여행이라 참가자가 적어 적자였다. 2박3일 동안 직접 운전해서 여행을 진행했다. 여행의 의미를 꼭 확인해 보고 싶은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남도 힐링 스테이’라는 이름으로 템플 스테이와 수도원 스테이를 각각 1박씩 진행한 이 여행은 수고하고 짐 진 도시인들이 종교 시설에서 스테이 하면서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는 컨셉의 여행이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보니까 부와 명예와 권력과 인기를 얻은 사람들 옆에는 친구 같은 종교인들이 반드시 있었다. 그 종교인 친구를 통해 그들은 마음의 안식을 얻었다.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로 종교인을 소개팅 시켜주고 싶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이해해 줄 것 같은 사람이 바로 종교인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해 주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여행에서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그런 행운을 안겨주고 싶었다. 특히 이번 템플 스테이와 수도원 스테이에서 뵐 스님과 신부님은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분으로 만남 자체가 즐거웠다.



‘남도 힐링 스테이’는 ‘바쁜 현대 도시인’들을 위해 친구 같은 종교인을 소개해 주기 위한 기획이다. 템플스테이를 했던 나주 불회사의 철인스님이나 나주 글라렛수도원의 김인환 신부님 모두 친구 같고 또 끼도 넘치는 종교인이다. 그런 분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좋은 어른을 만나고 오는 여행’이라는 남도기행의 의미를 살리고 싶었다.


사찰이나 수도원은 사실 숙소로서도 의미 있는 곳이다. 일단 입지가 탁월하다. 대부분 리조트가 하나 들어설만한 명당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깔끔한 숙소’를 선호하는데 이에 부합한다. 무엇보다 종교시설 자체가 주는 엄숙한 분위기가 장점이다.



남도기행은 조금만 신경 쓰면 미식기행이 된다. 이번에도 그랬다. 새로운 동선이어서 새로운 맛집을 발굴했는데 모두 만족스러웠다. 이번에 발굴한 맛집들을 다음 ‘남도 힐링 스테이’에 바로 적용하려고 한다.


불회사 공양간은 남도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글라렛수도원에서는 김인서 박사가 새롭게 구축하고 있는 에코힐리지를 활용했다. 이번에는 김박사님이 바비큐를 해주었는데, 다음엔 직접 가마솥밥도 지어보면서 우리가 밥상을 차랴보려고 한다.



직접 비로약차를 만드는 불회사에서는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로스팅을 하시는 김인환 신부님과는 커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수제맥주 고참인 고형석 대표와 신참인 곽민재 대표와는 맥주 이야기를 나누고. 이번에 들르지 않았지만 다도면에 술도가도 있으니 다음에는 들러보려고 한다.


김인서 박사와는 ‘관계 맺기를 통한 지역 여행 개발’에 대해서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김 박사가 구축하고 있는 ‘에코힐리지’를 베이스캠프 삼아서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멤버들이 나주와 관계 맺기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하기로 했다.



잠깐 짬을 내서 함께 ‘영국 정원 기행’을 기획하고 있는 동신대 유명의 교수님도 뵈었다. 3주간의 영국 정원 연수를 바탕으로 궁리한 영국 정원 기행의 동선과 주요 포인트 그리고 현지 전문가를 알려주셨다.


올해 마지막으로 뿌린 여행 씨앗이 내년에 좋은 결과를 맺길 기대하며 서울행 기차에 오른다. 일단 가톨릭 신자이신 두 분이 오랜 냉담을 마치고 ’믿음의 온도‘를 회복하셨다고 하시니 그것 만으로도 값진 여행이었다고 확신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