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도기행을 위한 식단이다. 3박4일 동안 목포-진도-해남-영암-광주 일대를 여행하며 동선에 맞게 구성한 식당이다. 맛집 중에서도 '서울에 있는 전라도식당'처럼 스탠다드한 맛을 내는 집은 되도록 배제했다. 그리고 메뉴 자체가 전라도 쪽에서 와야만 볼 수 있는 조리방식으로 하는 집을 골랐다. 이번 동선에 있는 곳 중에 못 가서 아쉬운 집은 강진 다강한정식이다. 주말이라 예약이 다 끝났다고 해서 못 갔는데, 거기 김치도 좀 사 와야 하는데 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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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조선쫄복탕 : 쫄복탕 (복국은 경상도가 잘하는데 전라도가 하면 이렇게 다르게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집)
점심 - 신호등회관 : 간장게장, 고등어조림, 고등어구이 (서울식 맛집, 여긴 다음에 교체하려고 한다. 괜찮았지만 더 남도식인 곳을 찾아서, 이집 갈치속젓은 참 좋았다)
저녁 - 이화식당 : 병어조림, 간제미무침, 낙지초무침 (남도에 와서 반드시 경험해 보고 가야 할 세 가지 요리를 두루 잘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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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바다연 : 전복죽 (서울식 맛집, 여긴 다음에 교체하려고 한다. 다소 아쉬웠던 곳)
점심 - 호남식당 : 버섯탕 (아직까지 이 집 이상의 버섯탕을 먹어본 적이 없다. 버섯탕으로 책까지 내신 분)
저녁 - 복성식당 : 우럭간국, 꽃게탕 (진도항/팽목항을 가는 김에 근처 음식점에서 한 끼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가장 반응이 뜨거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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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달님이네맛집 : 생선구이, 갈치조림 (남도에서는 아침부터 거하게~)
점심 - 에담은 : 월출소반(자연밥상을 킨포크 틱하게 내놓는 곳이다)
저녁 - 까사델스페인 : 남도식 빠에야 등 (마리오셰프라는 '남도식 이탈리아음식'을 개발한 분인데 요즘은 스페인 요리에 심취하셔서 이쪽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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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양림나주곰탕 : 곰탕 (나주까지 안 가도 나주곰탕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점심 - 가매 : 남도식 일정식 (여기는 흑백요리사 안유성 셰프님이 직접 요리하시는 곳)
2020년 코로나 시기에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멤버들을 위해 '명품 한국 기행'을 실험했다.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이때가 한국여행을 고급지게 해 볼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세 차례의 ‘명품 한국 기행’ 모형을 실험해 보았다. '3박4일, 99만 원'이라는 기본 프레임을 구성하고 이에 맞춰 여행을 기획했다. 트래블러스랩 멤버들이 이 실험에 기꺼이 동행해 주었다.
이 여행은 특히 해외 교포들을 위해 만든 여행이다. 해외 교포들을 위해 구성된 국내여행을 보니 외국인을 위한 한국여행 스케줄을 살짝 바꾼 정도에 불과했다. 진짜 한국을 보여주기엔 많이 아쉬운 일정이었다. 내가 구성한 여행은 남도의 인맥을 기반으로 한 여행이다. 그분들이 도시에서 온 친구나 친척을 위해 안내하는 것 같은 느낌의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남도기행의 메인 테마는 '좋은 어른을 만나고 오는 여행'이다. 남도기행의 무엇이 좋았는지를 스스로 자문해 보고, 나는 왜 바쁜 와중에 계절마다 남도기행을 기획하나 돌이켜보니 가면 좋은 어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만난 좋은 어른들을 트래블러스랩 멤버들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었다. 해외에 있는 교포들에게는 더더욱.
국내여행 기획은 ‘솔루션’이 아니라 ‘큐레이션’이 핵심이다(해외여행 기획은 그 반대고). 큐레이터가 전시회를 할 때 작가에 대한 평가/선택/배치를 하듯 여행지에 대한 평가/선택/배치를 하면서 코스를 구성했다. 2020년부터 한 남도기행 실험을 바탕으로 계속 모형을 진화시켰다. 그동안 해외여행 아이템을 개발하느라 국내여행은 진행을 못했는데, 2024년부터는 계절에 한 번씩 남도기행을 꼭 진행하고 있다.
명품 한국 기행을 기획하 때 코스를 짜는 것보다 더 방점을 찍은 것은 사람을 짜는 일이었다. 여행을 기획할 때 현지의 여행 전문가(여행감독), 예술가(예술감독), 셰프나 미식 전문가(음식감독)를 선임하고 함께 여행의 테마를 정하고 일정을 상의한다. 여행 중 1~2회의 네트워크 파티를 해서 ‘여행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의 의미도 살리고 있다.
이번에는 강신겸 전남대 교수님이 본인이 진행하는 '강해영 프로젝트(강진 해남 영암 지역의 연합 관광 개발 프로젝트)'에 바탕해서 코스 조언을 해주셨다. 강 교수님이 추천해 준 '목신의 숲'은 '예술귀향'한 윤용신 작가님의 공방이었다. 바쁜 현대 도시인의 귀촌 로망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현지의 목재를 활용하면서도 예술가의 섬세한 솜씨로 재탄생한 목공 제품을 보고 올 수 있었다.
진도는 진도의 관광개발 컨설팅을 하고 있는 이한호 쥬스컴퍼니 대표가 거들어 주었다. 덕분에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조오환 명창이 이끄는 '진도민속문화예술단'의 야외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무대도, 공연자도, 관객도 일품이었다. 진도에 와서 소리 한 번 안 듣고 갈 수 없는데 틀에 박힌 공연장이 아니라 야외에서 들으니 더욱 좋았다.
영암은 전고필 영암문화재단 대표가 직접 월출산 언저리를 함께 산책하며 안내해 주고,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이 행사의 전시 디렉터인 정헌기 호랑가시아트폴리곤 관장이 직접 안내해 준다. 양림동을 예술마을로 일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 중 한 분이다. 예술작품 외에 마을이야기까지 진솔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양림동에서는 십년후그라운드에서 차담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십년후그라운드는 양림동의 문화적 허브와 같은 곳으로 이곳의 문화적 도시재생을 주도한 이한호 대표가 일군 공간이다. 이 대표에게 양림동이 어떻게 광주의 속살을 보여주는 곳이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는다.
여행의 마무리는 광주 가매 일식집에서 한다. 이곳을 운영하는 안유성 셰프는 <흑백요리사>를 통해 이제 전국적 인지도를 가지게 된 분인데,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다. 남도식 음식호텔에 대한 구상을 같이 나눴던 분이다. 이분이 남도기행의 미식기행 부분을 책임져 주신다. 남도기행은 무엇보다 여행감독인 나 자신을 힐링시켜 주는 여행이다. 특히 입에 안 맞는 외국 음식을 오래 먹고 왔을 때 그런데, 안유성 셰프의 일식이 화룡 점점이다.
주) 기록을 위해 2020년 진행한 명품 한국 기행 내용도 메모해 둔다.
@ 1차 남도 ‘소리 & 미식’ 기행
첫 여행지를 남원과 광주와 함평으로 잡았다. 이유는 이곳에 우리 일행을 ‘반가운 손님’으로 맞아줄 지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여행은 눈으로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데 귀로 듣는 것과 입으로 맛보는 것에 방점을 찍고 기획했다. ‘남도 소리’를 두루 감상할 수 있는 일정을 잡았다. 동편제마을의 오인숙 위원장, 광주 양림동의 이한호 10년후그라운드 대표와 호랑가시나무게스트하우스 정헌기 관장 그리고 함평 천지운 차창의 박성채 대표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동편제마을에서는 지리산 흑돈 버크셔K 품종을 개발한 박화춘 박사가 직접 고기를 구워주며 돼지고기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나주에서 박태후 화백이 죽설헌 안내를 해주었다.
@ 2차 경상도 ‘선비의 풍류’ 기행
문경과 안동과 경주로 갔다. 기자단 팸투어를 겸한 여행이었다. ‘과거시험에 떨어진 선비의 낙향 길’이라는 테마로 여행 일정을 구성했다. 음식감독으로 박진필 셰프를 선임해서 식단을 조율하고 문경에서 현지 식자재를 재해석한 요리로 만찬을 열었다. 문경은 백두대간 산세를 조망할 수 있는 ‘문경새재리조트’에, 안동은 낙동강이 휘돌아 나가는 ‘소목화당’에, 경주는 서악리고분군 옆의 ‘도봉서당’으로 숙소를 잡았다. 문경에서 양조장인 이종기 박사와 찻사발 무형문화재 김선식 사기장이 직접 설명을 해주었다. 안동에서는 정복순 시의원이, 경주에서는 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와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이 지역 안내를 해주었다.
@ 3차 전라도 ‘소리 & 섬’ 기행
1차와 콘셉트는 비슷했지만 남도의 섬에 주목했다. 나주와 목포 그리고 신안의 기점소악도에 갔다. 기점소악도는 순례자의 길을 조성해 요즘 ‘잇섬’으로 꼽히는 곳이다. 원래 진도 국립남도국악원에 숙소를 잡고 정규 연주회도 관람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취소하고 대신 신안군 기점소악도로 대체했다. 숙소는 나주 목서원과 목포의 신안비치호텔 그리고 신안 기점소악도의 소악도민박으로 잡았다. 목서원은 나주 구도심에 자리 잡은 근대 가옥이고 신안비치호텔은 해변으로 야간 포차가 운영되는 곳이고 소악도민박은 주인장이 손맛이 좋아서 선택했다. 나주에서는 구도심 도시재생을 하고 있는 3917마중의 남우진 대표가, 목포에서는 괜찮아마을을 구축한 홍동우 공장공장 공장장이 원도심 투어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