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해운대와 광안리는 어디인가? 밤바다가 없는 광주에서는 밤에 어디로 갈까? 당신이 여행자의 입장일 때. 일단 상무지구는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지방에 흔한 ‘오늘만 쳐 먹고 쳐 마시고 죽자’ 분위기가 구현되는 곳이다. 프랜차이즈 주점이 즐비한, 아무 특색이 없는 먹자골목이다.
(광주는 00지구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상무지구, 첨단지구 등등. 택지 개발할 때 표현을 이후에도 계속 쓰는데 주도심(구도심)이 죽고 다른 부도심이 부각되면서 사용한 것 같은데, 그만큼 도시개발이 초보적이라는 방증인 듯)
젊은이들은 동명동에 가는데, ‘어른의 여행’에 추천하기엔 좀 어설프다. 아직 충분히 미식을 경험하지 못한 인스타그래머가 어설프게 추천하는 맛집 같은 기분? 컨셉추얼해 보이지만 그리 스타일리시하지는 못한 곳. 경주 황리단길처럼 '식민화하지 않은 대한제국 귀족사회' 간지의 키치 한 인테리어를 왕왕 볼 수 있다.
광주 가면 외갓집처럼 들르는 양림동을 추천하고 싶은데, 양림동은 밤에 대체로 컴컴하다. 낮에 갈만한 카페는 많은데 주점문화가 꽃 핀 곳은 아니다. 양림동은 새벽 산책에 좋다. 언덕을 따라 선교사 묘역까지 올라갔다 무등산을 조망하고 내려오면 기분이 산뜻해진다.
날이 춥지 않은 계절에는 아시아문화전당 잔디밭에서 놀다가 근처 동명동에 가서 가볍게 한 잔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역사의 뒤안길에 꽃 핀 작은 평화를 만끽할 수 있다.
건물 위 잔디밭에 누워 빌딩 숲 사이의 석양을 보는 재미가 있다.
광주의 밤엔 좋은 주모가 있는 주점이 좋다. 손맛 좋고 인심 좋고 말발 좋은 주모. 대체로 광주의 문화예술인을 따라갔던 곳들이 그랬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을 따라갔던 ‘충장빈대떡’, 황풍년 광주문화재단 대표를 따라갔던 거시기(어디였더라?), 등등
백수간재미에서 한 잔 하고 사직동 통기타거리에서 가장 끌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주점에 가는 것도 추천할만한 아이템이다. 코드가 맞는 곳에 가면 ‘나도 가수다’를 참아내고 추억에 젖을 수 있을 것이다. 골목에서 귀로 기웃거리면 내게 맞는 음악코드의 주점을 찾아 과감히 문을 두드려 보시길.
광주공원 입구의 포장마차촌도 권할 만하다. ‘남도인의 애환’을 엿들을 수 있는 곳이다. 안주는 2만 원으로 통일되어 있어 혼자 가면 좀 불리한 곳이기는 하다. 사람 많은 집에 들어가 보았는데 맛이 별로였다. 둘러보니 역시나 젊은 청춘들. 페이스북 댓글로 추천받은 '마돈나'에 가보니 남도의 손맛이 있었다.
다음번엔 양동시장 야시장에 가보려고 한다. 양동시장은 부산의 국제시장에 해당되는 광주의 전통시장이다. 특히 맛있는 국밥집이 많은 곳. 다양한 야시장 프로젝트를 여는 곳인데, 다음에 꼭 들러보려고 한다.
'광주의 밤문화'를 고민하는 이유는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남도기행에 광주를 숙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광주를 벗어나면 여수나 목포를 제외하면 밤이 없다. 여행지에서 즐기는 밤문화(나쁜 밤문화 말고)를 그나마 향유할 수 있는 곳이 광주다. 내년엔 좀 더 루틴 하게 ' 남도기행'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광주의 해운대와 광안리는 어디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지만 또한 도시를 즐기기를 좋아한다. 물 불 흙 공기처럼 도시는 현대인을 둘러싼 하나의 원소다.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 자연에 가지만, 또한 도시에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여행 중 만나는 도시는 묘한 안식을 준다. 남도기행에 광주를 베이스캠프 삼으려는 이유다.
예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대구 사람들의 고민은 이것이었다. 우리는 이럴 때 어디에 모여야 해? 어디로 쳐들어가야 해? 오랫동안 개겨본 경험이 없어서 프로토콜이 없었는데, 그냥 새누리당 대구지구당에 쳐들어 갔다고. 그래서 새누리당 현판에 가장 먼저 계란을 던진 곳이 대구라고. 그런 대구시민들처럼 광주 방문객도 막연한 듯해, 광주는 밤에 어디로 쳐들어가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좋은 곳 있으면 추천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