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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Feb 10. 2024

히말라야는 멘탈이다

마차푸차레 트레킹에서 만난 임쌤


이런 멘탈, 정말 부럽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멘탈이다. 체력보다.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 이번 마르디히말 트레킹에 정말 존경스러운 멘탈을 가진 분이 오셨다. 이런 멘탈이면 못 오를 히말라야가 없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극복 못할 위기가 없을 것 같다.


아부다비에서 오신 임쌤, 애초 마차푸차레 코스가 랑탕 코스보다 더 힘든 줄 알았다면 이분의 신청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 전혀 운동을 안 한다고 하셔서. 랑탕 트레킹은 평지에서 오래 걸을 정도의 체력만 있으면 가능한 곳이다. 그런데 벅타님이 랑탕보다 더 쉽다고 해서 신청을 받아주었는데… 와서 보니 코스가 헐~~~이었다.


아부다비 임쌤은 현지에서 한식당과 한인 게하를 운영하고 계시다고 했다. 27명의 네팔 직원을 고용하고 있어서 이번 기회에 히말라야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그런데 27명의 네팔 직원들이 모두 말렸다고. 사장님은 절대 히말라야 못 가신다고. 와서 보니 직원들이 말린 이유를 알겠더라.



어쨌거나 저쨌거나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고정 팬인 아부다비 잉꼬부부를 따라 마차푸차레 트레킹에 참가했다. 그런데 마차푸차레 코스는 랑탕코스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랑탕이 트레킹이라면 마르디히말은 말 그대로 하이킹이었다.

이 코스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닷새 동안 연속으로 북한산을 올랐다가 이틀 동안 한라산을 연속 내려오는 코스였다.


여기서 임쌤의 빛나는 멘탈이 빛을 발했다. 겉보기 등급으로는 분명 멘탈이 나갔는데 무심히 던지는 멘트가 보석이었다. 모두가 진탕 속에 있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하늘의 별을 본다고 했던가, 무릎이 쑤셔오고 숨을 몰아 쉬면서도 임쌤은 긍정의 조각을 보았다.



1)

첫날 트레킹은 북한산을 반절 정도 오르는 코스였다. 그런데 임쌤이 꼴찌였다. 다들 수월하게 올랐는데 혼자 버거워했다. 그런데 도착지에서 임쌤 멘트.

“다음 트레킹 여행은 어디예요?”


2)

마르드히말 뷰포인트에 오르는 날, 고도도 높고 야간 산행으로 올라야 해서 가장 힘든 코스였다. 원래는 베이스캠프까지 가려고 했지만 바람이 너무 거세서 뷰포인트까지만 갔다. 이번에도 꼴찌, 다른 분들보다 거의 한 시간 늦게 올라온 임쌤의 멘트.

“왜 더 안 올라가요?”


3)  

최고점까지 트레킹을 마치고 하산할 때도 임샘이 꼴찌였다. 그냥 꼴찌가 아니라 슈퍼 꼴찌였다. 전담 가이드와 함께 다른 참가자보다 거의 반나절 늦게 내려왔다. 그때 생각난 정상에서의 임쌤 멘트.

“오르막만 못해요.

평지나 내려가는 길은 상관없어요”


4)

마지막은 임쌤이 남편에게 전화해서 했다는 말. 매일매일 사력을 다하고 고생하는 와중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고충만 보인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 부부는 고산증 와서 난리도 아니었어.

나는 다리만 좀 쑤시고 괜찮아 “


임쌤이 오르고 내리는 동안 전담 가이드가 계속 속삭인 말은 “선생님, 그냥 당나귀 타시죠~~~”



히말라야에서는 ‘mountain을 함부로 붙이지 않는다고 한다. 5000m 미만은 그냥 ’hill’, 언덕인 셈이다. 아부다비 임쌤을 보고 왜 ’mountain’이 아니라 ‘hill’인지 알게 되었다. 오르고 또 오르면 오르지 못할 언덕이 없다. 길 위에서 많이 배우는데, 이번 마차푸차레 트레킹에선 좋은 멘탈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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