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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Mar 12. 2024

늦겨울의 맛, 설국 온천기행을 가다

유자와, 구사츠, 아카쿠라

매년 3월 두 번째 주 주말에는 니가타에 간다. 일본 최고의 사케 축제로 꼽히는 ‘니가타 사케노진’이 열리기 때문이다. 매년 이때에 맞춰 사케투어를 기획한다.


사케투어의 테마는 ‘삼호수’다. 마시는 좋은 물(사케), 담그는 좋은 물(온천), 보는 좋은 물(설경)을 두루 즐기고 온다는 것이다.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3월 세시풍속이다.


올해는 숙소에 포인트를 두었다. 니가타현과 군마현의 대표 온천지역을 두루 활용해 보았다. 투어 일정은 최소화하고 온천마을을 자유롭게 소요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 ‘바쁜 현대 도시인을 위한 어른의 여행’으로 최적의 여행인 셈이다.


‘사케투어의 탈을 쓴 온천 오마카세‘라 할 수 있는 이 여행에서는 세 곳의 온천마을을 간다.

1)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을 집필한 에치고 유자와 온천마을

2) 일본 3대 온천마을 중 하나로 꼽히는 쿠사츠 온천마을

3) 재일 외국인들이 재발견/재해석하고 있는 아카쿠라 온천마을


세 온천마을의 특색이 확실하고 대비되어서 재밌는 ‘온천 오마카세’다. 탕의 성격도 유황온천 미인온천 등 서로 달라서 다양한 온천욕을 경험할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3월 세시풍속이다.



@ 유자와 온천마을


‘국경의 터널을 지나자 눈의 고장이었다’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그 <설국>을 집필한 다카한 료칸이 유자와 온천마을에 있다. 이제는 신칸센이 지나고 스키장이 들어서 에치고유자와 역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대형 호텔이 들어서서 옛 정취는 없지만 관록 있는 온천마을이다.


지난해에는 다카한에서 묵어보았다. 보존이 잘 된, 거장의 아우라가 빚어내는 문자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시설이나 음식 수준에 비해 가격이 턱없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 여행사에서 비추라고 했지만 한 번은 경험해 보자는 생각으로 묵어 보았다. 올해는 ‘한 번 묵어보았으니까 됐다’라는 생각으로 다른 곳을 이용했다.


올해는 집필실 관람만 했는데 입장료가 인당 2000엔이었다.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니가타 쌀과 사케 그리고 입욕제가 든 키트를 나눠 주었다. 뭐 그 정도면 괜찮은 듯.



@ 쿠사츠 온천마을


게로 아리마와 함께 일본 3대 온천마을로 꼽히는 곳. 게로나 아리마에 비해 전통 온천마을의 느낌이 더 있다. 게로는 너무 큰 온천호텔이 많고 큰 강이 가로지르고 있어서 아기자기한 맛이 적었다. 아리마는 오사카와 고베와 교토 사이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은 편이어서 너무 번잡하고 대체로 가성비가 안 좋은 편이었다.


쿠사츠는 아리마와 비슷하게 협곡 지형에 형성된 온천마을이다. 지형이 자연스럽게 중앙부에 집중되고 이곳엔 온천수를 식히는 유바다케가 자리 잡고 있어서 안정감이 있었다. 유바다케를 중심으로 상가와 주점이 자리 잡고 있는데 관록 있는 카페와 주점이 많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본 온천마을에 가면 꼭 마을온천을 이용해 본다. 료칸의 온천보다 훨씬 큰 노천탕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을온천은 보통 료칸 주인들이 주주다. 그래서 료칸에서 할인권을 주거나 인심 좋은 곳은 무려 이용권을 주기도 한다. 쿠사츠의 료칸에서는 할인권을 주었다.


쿠사츠는 온천수가 많고 온천수가 뜨겁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유바다케라는 온천수 식히는 시설이 마을 중앙에 들어서 있고 유모미라는 온천 식히는 의식이 전래된 곳이다. 쿠사츠의 마을온찬인 사이노카와라 노천온천에 가는 길에도 온천수 플렉스를 두루 볼 수 있었다.



@ 아카쿠라 온천마을


일본에서 가장 힙한 온천마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적어도 내가 가본 곳 중에서는).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온천마을로 꼽히는데, 단순히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것을 넘어섰다.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주점이나 카페 그리고 보드 대여점도 볼 수 있다. 일본 온천계의 이태원?


아카쿠라는 매주 주말 클럽에서 라이브음악이 울려 퍼지는 온천마을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평일이라 아쉽게도 연주가 없었다. 악기 세션을 설치해 놓거나 DJ 부스를 만들어 둔 주점을 두루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호주인 여성 두 명이 운영하는 카페에 갔었는데 올해도 운영하고 있었다.



설국 온천기행은 뭐니 뭐니 해도 눈맛이다. 올해는 날씨복이 있었다. 3월 중순인데도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니가타시와 유자와에서는 눈보라를 맞기도 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 마지막 겨울의 맛을 볼 수 있는 트랩의 여행이다.


사케투어지만 병주고 약주는 스케줄이라 계속 술을 마셔도 몸에 죄 짓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회복하면서 마시는 기분. 사케에 나마비루에 심지어 늦은 밤 위스키까지. 모든 잔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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