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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Mar 24. 2024

유럽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점 고르는 법

루마니아기행을 준비하며


지난번 글에서 ‘유럽여행에서 맛없는 음식점 피하는 법’을 정리했다. 이번에는 고르는 법이다. 여행감독으로 전압하고 유럽을 10여 번 다녀온 뒤에 한번 정리해 본 것인데, 정확한 지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전라도 출신 아재의 뇌피셜이라고 보면 된다.


돈보다 시간이 중요한 해외여행에서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그냥 있는 자리에서 구글맵을 켜고 근처에 있는 맛있을 것 같은 집을 찾아가는 정도다. 트립어드바이저 어플의 추천 맛집을 레퍼런스로 보기도 하지만 구글 평점에 절대적으로 의지한다. 치앙마이처럼 물가가 비싸지 않은 지역은 미슐랭 스타도 체크 하곤 한다.


이런 평점과 별개로 ‘전라도 출신 아재의 맛집 뇌피셜’로 정리한, 유럽여행에서 맛집 고르는 로직은 일단 이렇다.



하나, 여행 미식 기본 원칙(혹은 선입견)이 있다.

1) 북쪽 나라보다는 남쪽 나라가 맛있다.

2) 산악국보다는 바다국이 맛있다.

3) 고도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이 맛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남쪽이 기후가 좋으니 식자재가 풍부하고 산간보다 해안이 또 그렇다. 고도 높은 곳은 물류가 안 좋으니 당연히 식자재 유통이 제한적이고. 물론 예외는 있다. 스페인은 북부 해안에 면한 바스크지방의 해산물 요리가 좋다.


루마니아는 남쪽이긴 하지만 산악국에 가깝고, 그래서 고도도 높고, 바다에 접한 곳도 적어서 별반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의외의 미식을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셰프에 대한 존중이 돋보였다. 셰프의 이름과 얼굴을 내세우고, 셰프가 손님들과 반갑게 소통하고, 음식을 둘러싼 모든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둘, 여행 미식 원칙의 부칙에는 또 이런 것이 있다(이것 역시 선입견).

1) 가난한 나라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맛있다

2) 사슴 토끼 등 야생동물은 맛있기 힘들다. 반면 꿩 메추리 등 야생조류는 대부분 맛있다.

3) 물가가 싼 곳에서는 소고기로, 비싼 곳에서는 닭고기로 육류요리 감수성 체크.


소는 사료를 먹어야 비육이 좋다. 마블링도 나오고. 가난한 나라에서는 풀만 먹이니 소고기가 질기다. 루마니아 역시 돼지고기 요리가 맛있었다. 돼지고기 토마호크도 인상적이었고. 우리나라 흑돼지를 먹을 때의 쫄깃한 단백질의 식감과 담백한 지방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야생동물 식자재는 <열하일기>의 배경인 중국 승덕에서 만주정식을 먹었는데 그때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대체로 네 발 짐승은 야생동물 쪽이 질기고 누린내가 나거나 양념으로 곤죽을 만들어서 별로였는데 야생 조류 쪽은 대부분 닭고기보다 더 고소하고 맛이 깊었다. ’꿩 대신 닭‘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



셋, 해산물 관련해서는 이런 미식 부칙이 있다(마찬가지로 선입견).

1) 민물고기를 다양하게 요리하기는 힘들다.

2) 갑오징어는 무조건 먹어라.

3) 조개류 잘하는 곳은 모든 해산물 요리를 잘한다.


민물생선은 요리의 베리에이션이 적다. 우리나라도 매운탕이나 끓이고 어죽 정도 해 먹는다. 루마니아 카르파티아 산맥의 인공호수(댐 건설로 생긴 호수) 근처의 음식점에서는 송어로 세 가지 요리를 했다. 구이, 양파조림, 크림양념. 송어회가 생각나지 않는 맛이었다.


유럽은 갑오징어나 총알오징어가 기본값인데 둘 다 우리가 먹는 오징어보다 식감이 좋다. 유럽 오징어요리는 안전템이다. 조개류는 해캄도 해야 하고 손질도 해야 해서 번거로운데 이런 음식을 잘하는 곳은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곳이라 믿을만하다.


넷, 어떤 식당을 갈지에서는

가면 한국인에게 기본은 하는 곳 vs 한국인 기준에는 별로일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한다.


1) 이탈리안식, 베트남식, 터키 케밥집은 기본은 하는 곳

2) 일본식, 중국식, 중동식은 별로일 가능성이 높은 곳

3) 그리 비싸지 않다면 시도해 볼 만한 곳은 프렌치식과 스테이크 레스토랑


파스타와 피자, 쌀국수, 케밥은 언제든 안정적인 맛을 보장하는, 글로벌 평준화가 이뤄진 메뉴다. 그러면서 햄버거보다는 뭔가 챙겨 먹는 느낌이 들고. 쌀국수는 나름 힐링도 되고.


루마니아음식의 족보가 궁금했는데, 복잡한 역사가 그대로 음식맛에 담겨 있었다. 이탈리아음식 헝가리음식 러시아음식 터키음식의 장점이 두루 어우러진 맛으로, 지배자들이 남긴 음식문화를 잘 흡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릇이나 플레이팅에 대한 감각도 좋고, 무엇보다 가격 착하고, 암튼 한국인 입맛에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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