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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May 06. 2024

닭고기는 헝가리지! 헝가리 와인과 음식

헝가리 와인기행, 토카이 & 예게르


헝가리에서 인생 소울 푸드를 만났다. 헝가리 닭도리탕(닭고기를 넣은 굴라쉬/구야시인데 헝가리에선 퍼프리카시 치르케라 부른다고). 토카이 스트리트 와인바에서 영접한 음식이다. 매운 파프리카가 고추 대신 알싸한 매운맛을 선사했다.


헝가리 요리는 닭과 돼지가 메인 식자재다. 굴라쉬를 시켰는데 닭도리탕 맛이 났다. ‘뭐지?’ 싶어 내용물을 해부해 보았는데 소고기가 아니라 닭고기였다. 닭과 감자와 매운 파프리카를 넣고 끓이니 당연히 닭도리탕 맛이 나지. 돌아보니 헝가리에선 닭이 메인이었다.



슈니첼도 닭고기였다. 우리말로 하면 ‘닭고기 돈가스’인 셈. 괜찮았다. 체코와 구동독 지역의 뻑뻑한 돼지고기 슈니첼보다 훨씬 맛있었다. 식전 수프로 닭고기수프를 시켰는데, 이건 뭐 뜨끈한 닭고기 잔치국수맛이었고. 한국인을 정조준한 맛.


동유럽은 대체로 아래로 갈수록 맛있어진다. 체코보다는 헝가리가, 헝가리보다는 루마니아가 맛있다. 서유럽도 비슷한 것 같고. 루마니아는 ’동유럽의 전라도‘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음식 간이 우리와 잘 맞는다.



숙소에 올 때 헝가리마트에서 닭 한 마리를 샀다. 헝가리 닭은 우리 닭보다 벌크 업된 비주얼이었다. 그중에서 살아 잘 오른 녀석을 골라 마늘과 표고(식감 대박)를 넣고 표고백숙을 끓였다. 맛 대박! 남은 닭은 기장을 넣어 닭죽을 끓였는데 역시 맛있었다. 헝가리에서는 닭고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만갈리차인가 하는 헝가리 프리미엄 돼지고기는 못 먹어 보았는데, 헝가리에서는 돼지고기도 메인 식자재였다. 소고기 스테이크를 훌륭히 대체했다(마트에서도 소고기는 국거리용만 보였다). 우리나라 흑돼지와 비슷한 섬세한 식감이었다.(만갈리찬 이베리코 듀록과 함께 세계 3대 돼지고기라고. 다음엔 꼭 챙겨 먹기로)



헝가리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은 토카이 디저트와인이고 레드 와인은 예게르 ‘황소의 피’ 와인이다.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헝가리 & 루마니아 기행에서 헝가리편은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 토카이와 예게르를 찾는 것이었다.


귀부와인으로 디저트와인 계에서는 손꼽히는 토카이 와인, 하지만 정작 현지에서는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이 인기가 있었다. 바꿔 말하면 디저트 와인 판 돈으로 그들 스스로는 드라이 와인을 즐겼다. 이 드라이한 토카이 화이트 와인과 헝가리 닭고기 요리가 잘 어울렸다.



물론 돼지고기 요리의 파트너는 ‘황소의 피’였다. 예게르 성의 병사들이 몰려드는 오스만투르크 군대에 주눅 들지 않기 위해 마셨다는 이 와인은 흥을 부르는 와인이었다. 동굴 와이너리가 몰려있는 예게르 근처 ‘비너스의 언덕’에서 기분 좋게 취했다.


토카이와 예게르는 공통점이 있다. 헝가리 평원에서 드물게 구릉지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 강물까지. 물 빠짐 좋고 미스트랄 올라오니 좋은 와인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앞으로는 강도 흐르고 있어 천혜의 조건이다.



사족) 토카이 강가에 ‘피시 앤 칩스’가 있어 들어가 보았는데 송어구이를 정말 잘했다. 특별한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도 겉바속촉을 잘 구현했다. 고기 종류에 따라 튀김옷을 입히는 경우와 안 입히는 경우가 있었는데, 내륙국가라 그런지 민물고기 감수성이 남달랐다. 이 민물고기 피시 앤 칩스도 드라이한 토카이 와인과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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